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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그 겨울'·송혜교 때문에 살았다"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3.04.15 14:12 / 기사수정 2013.04.15 14:52

임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다행이다 싶어요. 살았다"

참 오랜 기다림이었다. 2008년 영화 '쌍화점'을 마지막으로 군입대한 배우 조인성이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돌아왔다. 안방극장 컴백은 무려 9년 만이었다.

5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중간에 군 생활 2년이 있었다고 해도 긴 시간이었다.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그를 향한 기대감도 커졌고, 그가 느끼는 부담감 또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조인성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20대를 지나 어느 덧 30대가 된, 풋풋함 보단 진한 미소가 어울리는 배우 조인성을 만났다.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솔직히 말씀드리면. 다행이다 싶었어요. 살았다. 또 다음 작품 할 수 있겠다(웃음) 그게 솔직한 마음 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안 하는 기간 동안에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고 살았는데, 많이 걱정을 해주시고 어떨 때는 위로도 해주셔서, 작품을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또 어떤 작품으로 연기를 해야 하느냐 그 걱정이 컸죠"

"차기작으로 알려진 '권법'한테 모든 죄를 덮어씌우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웃음) 2-3개월 후에 들어간다고 얘기하니까. 4개월 동안 어떤 작품을 할 수 없으니 그냥 기다리고 마는 거죠. 그런데 밀리니까…. 나는 뮤지션 까지는 아니지만 내 상태를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이 동화되는 작품을 찾아야 하는데 억지로는 할 수 없어요. 시청자들과 최소한의 신뢰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드라마는 더더욱 더 많이 사랑해주셨기 때문에 (작품을 쉽게 선택하는) 그렇게 할 수는 없었어요"



조인성에게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찾아왔다. 그는 대중적인 배우이자 스타다. 더군다나 5년 만에 연기 복귀였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마니아층이 강한 작품을 선보여 온 노희경 작가와 손을 잡았다. 먼저 손을 내민 건 노희경 작가였다.

"노희경 작가에게 전화가 왔어요. 대본을 읽어 보고 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하게 됐죠. 저는 선택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선택한 후에는 무조건 'Go'하는 스타일이에요. 'Go'를 하면 다 바치는 스타일이요"

"노작가님 작품이 마이너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를 많이 해주시고 마니아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제의가 왔을 때) 나의 연기 선생님이 '너는 대중적으로 연기한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났죠. 노 작가님과 만났을 때의 조합이 어떨지 궁금했어요. 물론 대작가와 함께하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지만(웃음) 극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게 가장 큰 이유에요"

조인성은 "좋은 대본을 더 이해시켜야 하는데, 그 부분을 하지 못한 게 죄송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야 단연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지만, 한 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그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살고자하는 '그 겨울' 오수를 자기 색깔에 맞춰 표현해 냈고,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특히 오열 연기와 절제된 감정 연기에 호평이 이어졌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보시는 분들이 내가 연기할 때 불안한 모습들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유하 감독님은 그 걸 ‘청춘’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연기 톤을 불안하게 연기하는 게 있다고. 노희경 작가는 생동감 보다는 팔딱거린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오직 사랑만 보고 돌진해 가는 그런 모습들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노 작가의 힘이지 않나 싶어요. 왜냐하면 극단적으로 오열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그 걸 슬프게 느낀다고 말씀하시는 거 보면 시청자들이 극을 못 따라오면 그 장면이 슬플 수가 없는 거거든요. 극에 따라오시니까 그 장면이 슬픈 거죠. 안 따라오는데 오열했다면 웃겼을 거예요. 특히 나같이 얼굴 망가져 가면서 오열하는 연기에는 더욱. 슬플 수 있었던 건 작가와 연출의 힘이죠(웃음)"



"너 때문에 살았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조인성의 복귀작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조인성과 함께 호흡을 맞출 여배우가 송혜교라는 사실에 더 큰 기대를 모았다. 그녀 역시 5년 만에 선보이는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조인성은 마지막 촬영 후 송혜교에게 "너 때문에 살았다"는 얘기를 전했다고 했다. 그녀 역시 그에게 같은 대답을 전했다고.

"(혜교와)동갑이에요. 제일 좋은 건, 수를 두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를 두게 되면 욕심을 두게 되고, 상대가 알아차리지 않나. 그래서 수를 두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즉 어떻게 보이겠다는 욕심이 없었다는 얘기에요. 더 더욱이 노작가님 작품이었으니까요(웃음) 신인 작가와 감독님 이였으면 욕심을 부렸을 수도 있는데, 다 명분이 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래야 더 좋은 모습이 보이는 걸아니까. 그래서 좋은 모습이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어떤 이유에서 인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중요한 시점에서 하게 됐던 것도 이유고 있고, 서로의 역할을 잘 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예쁘게 보이지 않았나(웃음)"

송혜교와 연기한 소감과 촬영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물었다. 아직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오수를 다 벗지 못한 조인성은 매섭게 추웠던 지난달을 회상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줬다. 

"촬영장 정말 엄청 추웠어요. 또 송혜교씨를 업고 안고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촬영 할 때, 아시겠지만(웃음) 한 번 만 안는 게 아니잖아요. 하루 종일 안고 있는 거에요. 나중에 연기하다 보면 팔이 떨어져요. 얼굴은 연기하고 있는데, 팔은 떨어지고… 혜교가 무거운 게 아니라, 내 연약한 팔이 너무 미안했어요(웃음)"

"노희경 작가님 특유의 문어체 적인 대사는 어렵고 입에 잘 안 붙었어요. 그래서 좀 힘든 것도 있었죠. 또  '오빠 너' 이런 대사들에 대해 여쭤보니 사투리라고 하시더라고요. 경상도 사투리라고 ‘엄마 니 그러면 안 된다’와 같은. 그런 게 익숙하시데요. 제가 만날 촬영하면서 '여긴 다 반말이야'라고 했어요(웃음)"

"'그 겨울' 엔딩 장소은 감독님이 반나절 만에 찾은 장소"

나무에 버려져 이름이 오수인, 살고 싶어 하는 남자 오수가 죽고 싶어하는 여자 오영를 만났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겨울, 그들에게 찾아온 따뜻한 바람은 벚꽃이 화사하게 만개한 봄, 그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와 사랑을 알려줬다.'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하다'는 인간애와 남녀의 따뜻한 사랑을 그리며 해피엔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결말에 대한 의문들이 많았다. 박진성(김 범)에 의해 칼에 찔린 오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가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배우들은) 해피엔딩으로 찍었어요.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오수가 칼에 찔리고 나서 '죽었다 안 죽었다'는 극의 텐션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렇게 한 것 같아요. 사랑하게 됐다고 하는 순간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는데, 그걸 막기 위해 쉬프트 렌즈를 썼던 거죠.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실 속에서 너무 어려운 사랑을 했기에 두 사람이 재회하는 사랑을 하는 공간이 벚꽃이 날리는 아름다운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3일 만에 찾으신 장소예요(웃음)"

치열했던 5개월을 오수로 살아온 조인성. 그는 이제 막을 내린 '그 겨울' 오수와 작별해야 할 시간이 왔음에도,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는 듯 보였다.

"오수가 힘들었던 이유는 여자나 동생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죄책감 때문에 힘든 거였어요. 앞 못 보는 사람 속여가면서 첫사랑도 그렇게 죽었는데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은 인물이었죠. 오수는 그런 죄책감과 비참함이 큰 인물이었죠. 오수가 이해가 됐어요.그래서 재밌게 연기를 했습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정말 잊지 못할 작품이에요"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조인성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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