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영화의 시대는 과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국내에서는 저예산 독립영화가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이 배어있는 독립 영화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점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상당수의 영화사가 예산이 많으면 세계 영화 시장을 휩쓸 '블록버스터' 제작에 열을 올린다. 또한 어느 정도 넉넉한 제작비가 주어질 경우 최대의 수익을 뽑아낼 수 있는 상업 영화에 투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미국의 저예산 독립영화 '테이크 쉘터'는 진흙 속의 진주 같은 영화다. 평범한 미국의 가정의 한 가장의 정신 분열을 통해 미국 중산층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고하고 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딸의 아버지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커티스(마이클 섀넌 분)는 어느날부터 잠을 못이루게 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그는 꿈속에서 자신이 기르던 개가 자신의 팔을 무는 꿈을 꾼다. 이후 애지중지 키웠던 개를 집 밖 우리 속에 가둔다. 또한 거대한 폭풍우가 닥치는 꿈을 꾼 뒤에는 생계를 제쳐두고 집 앞마당에 있는 방공호를 새롭게 건설한다.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 속에 살아가는 커티스 가족은 이해할 수 없는 방공호 건설로 인해 살림살이가 힘들어진다.
이에 격분한 아내 사만다(제시카 차스테인 분)는 커티스의 행동에 악담을 퍼붓는다. 하지만 남편이 정신 분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헌신적으로 그를 보살핀다. 커티스가 겪는 환상은 미국 중산층의 각박한 삶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테이크 쉘터'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 중산층은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박봉의 건설 노동자 커티스의 일상은 피곤하기 그지없다. 여기에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딸을 어려운 살림 속에서 부양해야 하는 현실에 더욱 지쳐간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은 '정신 분열'로 이어지고 커티스는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한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감독 제프 니콜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지난 제64회 칸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대상과 국제비평가협회상 그리고 극작가협회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테이크 쉘터'를 '2012년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 중 한 작품으로 꼽았다. 또한 전미비평가협회는 이 영화를 '올해의 독립영화 베스트10'으로 선정했고 주인공인 마이클 섀넌과 제시카 차스테인은 각 비평가협회에서 수여하는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다.
커티스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거대한 폭풍우는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폭풍우의 바람에 하나 둘 씩 추락하는 새들의 죽음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고전 '새'를 연상시킨다. 미국의 일간지인 뉴욕 타임스는 이 영화에 대해 "주목할만한 영화다. 마이클 섀넌의 연기는 놀랍고 감동적이다. 제프 니콜스는 이 영화를 통해 미국 중산층의 공황상태를 완벽하게 우화로 재탄생시켰다"고 극찬했다.
이 영화의 볼거리는 두 남녀 배우의 완벽한 연기다. 정신 분열에 걸린 커티스를 실감나게 연기한 마이클 섀넌은 2012년 토론토 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또한 '제로 다크 서티'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던 제시카 차스테인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제로 다크 서티'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추격하는 집념의 CIA 요원으로 출연했던 그녀는 '테이크 쉘터'에서는 정신분열에 시달리는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아내 역할을 맡았다. 차스테인은 이 영화로 LA비평가협회와 뉴욕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18일 개봉 예정.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테이크 쉘터 영화 포스터 스틸컷 (C) 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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