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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의 인사이드MLB] 오랫동안 기억될 류현진 데뷔전

기사입력 2013.04.05 14:28 / 기사수정 2013.04.05 20:07

문상열 기자


[엑스포츠뉴스=로스엔젤레스(미국) 문상열 칼럼니스트] LA 다저스 새내기 류현진이 지난 3일(한국시간) 1억달러를 들여 새롭게 개장한 다저스타디움에서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국내 한 온라인 매체는 데뷔전 시청률이 예상보다 낮았다고 했지만 다저스타디움에서 이 경기를 중계한 MBC 관계자들은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오히려 “시청률 사각시간에 엄청나게 높은 시청률이 나왔다”며 류현진 효과에 상당히 고무돼 있었다.

사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미국 서부시간의 야간경기가 가장 이상적인 타이밍이다. 국내에서는 오전 11시 5분부터 오후 2시 전후 시간대다. 시청률 1,2% 유지가 어려운 시간대다. 국민적 관심을 끄는 메이저리거의 등판은 방송사로서는 큰 호재다. 컨텐츠 자체가 새로운 것이고, 제작비가 크게 투입되지 않는 경기의 실황중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류현진은 투수인 터라 임팩트가 크다. 타자는 적다. 4타석에 돌아오는 그 장면만을 보려는 시청자가 많다. 골수 팬이 아닌 이상 TV 앞에서 줄곧 시청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MBC에게는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이 효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성적이 좌우하는 것은 불문의 사실이다.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뒤 부상에 시달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류현진의 3일 메이저리그 데뷔전은 취재하는 기자로서는 오랫동안 기억될 경기였다. 6.1이닝 동안 10안타를 얻어맞고 3실점(1자책점)하며 버틴데다가 어슬렁거리고 뛰는 모습에 관중둘로부터 야유를 받았고, 강판 때는 거의 기립박수급의 환호가 교차했기 때문이다. 역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홈팬들에게 ‘우~”하는 야유를 받은 선수는 아마 류현진이 처음이고 유일할 것이다. LA 타임스는 현지 시간 4일자 기사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플레이로 관중에게 야유를 받은 류현진이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미국 스포츠의 스타플레이어들은 홈팬들의 야유를 거의 치욕적으로 받아 들인다. 국내는 홈이라고 해도 원정 팀과 나눠져 있다. 미국은 일방적이다. 강타자 조시 해밀턴이 텍사스 레인저스와 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홈팬들의 야유로 인한 섭섭함도 포함돼 있다. LA 에인절스와 오프시즌 5년 1억2500만달러 계약을 맺은 후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텍사스 팬들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냈다. 해밀턴은 지난해 오클랜드 에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챔피언을 결정하는 시즌 피날레 원정경기에서 평범한 플라이를 떨어뜨리는 뼈아픈 실수를 지저질렀다. 한 때 오클랜드에 13게임 차 앞섰던 텍사스는 해밀턴의 실수까지 나오면서 서부지구 타이틀을 헌납하고 말았다.

텍사스는 결국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와일드카드 한 경기를 패해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당시 1-5로 볼티모어와의 홈경기에서 패할 때 홈팬들은 해밀턴이 타석에 서자 야유를 보냈다. 해밀턴은 이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삼진 2개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 테드 윌리엄스도 막판에 홈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타자(0.406)이기도 하지만 은퇴를 선언한 1960년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린 위대한 타자였다. 그러나 42살의 윌리엄스는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날리고도 홈팬들의 열렬한 환호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보통 의미있는 홈런을 때리면 커튼콜에 팬들에게 답례를 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홈런을 치고 쏟살같이 펜웨이파크 1루 덕아웃으로 향했다.

팬들은 “우리는 테드를 보고 싶다(We want Ted!)”를 부르며 커튼콜을 원했으나 그는 외면했다. 당시 이 장면을 본 작가 존 업다이크는 “신은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는 법이다(God’s don’t answer letters)”는 명언을 남겼다. 윌리엄스를 신과 비교한 업다이크 작가의 촌철살인이 기자에게는 더 피부로 와닿았다. 윌리엄스의 기록을 지금도 살펴보면 위대한 타자임을 당장 알 수 있다.

윌리엄스가 은퇴경기 때도 홈팬들의 성원을 외면한 이유는 그의 전성기 후반부에 실책을 했을 때 야유를 보냈기 때문이다. 1956년 8월7일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 때는 평범한 플라이를 놓치자 펜웨이파크에서는 심한 야유가 쏟아졌다. 덕아웃에 들어오다가 야유하는 관중에게 침을 뱉어 메이저리그로부터 당시로는 큰 금액인 5천달러의 벌금까지 제재받았다. 그리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통산 400호 홈런을 작성했을 때는 허공에 침을 뱉었던 윌리엄스였다. 하지만 은퇴식에서 윌리엄스는 “나의 보스턴에서의 야구인생은 최고의 황금기였다”며 팬들과 화해했다.

1999년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메이저리그 올스타게임에서 휠체어를 타고 외야에서 홈플레이트로 나올 때 홈팬들은 뜨거운 기립박수로 위대한 타자의 홈 귀환을 반겼다. 이날 펜웨이파크에 모인 수많은 별 가운데 최고의 스타는 우리로 치면 원로야구인이 된 윌리엄스였다.
류현진의 데뷔전을 보면서 위대한 타자 윌리엄스에게 쏟아졌던 야유가 문뜩 생각났다.



문상열 스포츠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류현진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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