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타이중(대만), 홍성욱 기자] 터지지 않을 땐 답이 없다. 기선제압이던, 쐐기포던, 아니면 어려운 상황에서 한 방이던 오늘은 반드시 터져야 한다.
야구를 수비적인 측면과 공격적은 측면으로 나눠 봤을 때 전자는 필요충분조건이지만 후자는 필요조건이다. 잘 던지고 막아내면 이길 확률이 높아지지만 꼭 이기는 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득점을 올려야 이길 수 있다. 실점은 적어도 이길 수 있고, 많아도 이길 수 있지만 득점은 일단 뽑고 봐야하는 전제조건이다.
호주 타선을 얕잡아보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한 방이 있는 타자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대만전에서 홈런포를 가동한 4번타자 스테판 웰치를 비롯, 2012시즌까지 미네소타에서 뛰고 FA자격을 얻은 루크 허지스와 밀워키 산하 트리플A와 더블A 클럽에서 12홈런을 쏘아올린 마이크 워커도 경계 대상이다.
문제는 우리 타선이다. 침묵이 긴 것도 그렇지만 잘 맞은 타구도 야수정면으로 향하고 있다. 글러브에 전자석이 달린 것처럼 빨랫줄 같은 타구가 상대 수비의 글러브에 쏙쏙 들어가버린다.
오늘은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날이다. 지면 1라운드 탈락이라는 치욕을 맛봐야 하기 때문이다. 2일 0-5로 완패를 당한 네덜란드전을 곱씹어보면 희망이 보인다. 연습경기 때보다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긴 했다.
1번 정근우는 첫 타석에서 3루 직선타를 때렸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감각은 분명 상승곡선이었다. 2번 이용규는 볼넷을 두 차례나 고르며 상대투수를 괴롭혔다. 도루는 없었지만 1루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상대 내야는 긴장했다.
3번 김태균과 5번 김현수는 안타를 기록했고, 4번 이대호는 홈런성 타구로 예고편을 보여줬다. 9번으로 내려갔던 최정은 두 타석 연속으로 똑 같은 위치에 안타를 날렸다. 완전히 살아나는 모습이다. 타순조정은 기정사실이다.
그렇다면 오늘 키는 7~9번 하위 타순의 폭발 여부다. 1~6번은 폼이 올라와 있어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7~9번 타순에서 도와준다면 경기는 아주 쉽게 풀릴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의 고민도 이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강한 2번으로 까지 생각했던 강정호가 터져준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강정호는 상하위 타선의 연결고리다.
초반 대량득점이 나오면 호주의 추격의지를 꺾음과 동시에 우리 투수들이 변화구 승부를 편하게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선수단이 폭발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내일 대만전도 훨씬 자신감 있게 임할 수 있다. 호주가 오늘 경기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내일 네덜란드 전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중요한 건 선취점이다. 아직 대회 시작 후 1점도 내지 못했다. 실점하기 전에 선취점을 뽑아놓으면 타자들이 편하게 방망이를 돌릴 수 있다. 오늘 호주의 선발은 우완 라이언 실이다. 이승엽-김현수-이용규-이진영 등 좌타라인 쪽에서 터질 확률이 높지만 김태균-이대호-정근우-최 정-강정호 등 우타선도 기대해볼만 하다. 결국 ‘누가 먼저 터지느냐’는 ‘누가 한국을 살릴 것이냐’와 같은 의미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대표팀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