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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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정신이 버무려진 색다른 영화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

기사입력 2013.02.20 18:15 / 기사수정 2013.02.21 16:34

임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영화 촬영 현장에 감독이 없다면?' 20일 왕십리 CGV에서 이재용 감독의 신작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가 베일을 벗었다.

이 영화에는 하정우, 윤여정, 강혜정, 박희순 등 10여 명이 넘는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또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 '남극일기' 임필성 감독, '베를린' 류승완 감독, '라스트 스탠드'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김지운 감독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배우들은 하나 둘 한 자리에 모였건만, 정작 메가폰을 잡은 이재용 감독은 나타날 생각을 않는다. "감독님 들어오세요"라는 최현성 PD의 말에 이 감독이 등장하나 싶어 배우들은 일제히 인기척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지만, 그는 모니터 속에서 배우들을 지켜보며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촬영 현장이 아닌 LA에서 영화를 찍겠다는 것이다. 이재용 감독은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지휘했다.

영화 촬영 현장에 '영화감독'이 없다면?

이재용 감독은 "우연한 기회에 스마트 폰으로 영화를 찍는 제안을 받았다. 그 영화를 준비하던 중에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영화를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감독이 현장에 없으면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하던 차에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아 기획이 시작됐다"며 '뒷담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감독이 현장 내내 없다는 콘셉트는 세계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시도는 기발했으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자신의 정확한 롤을 알지 못하는 배우들은 어리벙벙해 했고, 촬영 이틀 차엔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를 해댔다. 스태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을 의존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에 문제점도 있었다. 조금만 연결이 불안하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기 어려워, 모니터와 휴대폰을 오가며 이 감독의 지시를 받아야만 했다. 또 캠을 통해 촬영 현장의 모습을 이 감독이 볼 수 있다고 해도 현장에 흐르는 분위기와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결국 이 감독은 뿔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원성에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아쉽게도 영화는 ‘현장 훔쳐보기’에서 큰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감독 역시 “배우들이 모여 있을 때 어떻게든 영화가 될 거라는 믿음에서 시작했는데, 생각처럼은 안 된 것 같다”며 “‘여배우들’을 보고 배우들이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준비된 시나리오가 없었기에 이것저것 해보려고 했으나 배우들 사이의 합도 없었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가 탄생하는 현장을 훔쳐보는 재미와 배우들과 스태들 사이에 오가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특히 촬영 현장에 없는 감독의 뒷담화를 하면서 ‘어디까지가 영화고 어디서부터가 다큐야?’라는 구분이 명확하지 않는 점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다.

3일 간의 시끌벅적했던 촬영이 끝난 뒤에 과정은 어마어마했다. 이재용 감독은 200시간의 촬영분을 검토하고 분류하는 데만 3개월을 보냈다. 또 8개월 동안 촬영 분을 바탕으로 영화를 재구성했다. 이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나서 이 정도로 '영화 현장을 생생하게 그린 영화는 없겠다'라는 생각이 위안이 됐다. 또 '이런 영화도 하나쯤은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며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감독으로서 영화를 만들어 가는 현장을 담아 보고 싶었다. 관객들 역시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무엇을 하고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제작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는 관객과 소통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흥미를 느끼고, 재밌게 작업할 수 있고 보고 싶은 영화에 꽂히는 경우도 있다. 내가 해보고 싶은 영화에서 출발해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이 왔는데 재밌게 보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믿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해도 훗날 미래에 평가를 받지 않을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만큼 감독을 흥분시키는 것은 없다"는 문구처럼 이재용 감독의 실험 정신에서 비롯된 영화 '뒷담화'는 "과연 영화가 될 수 있을까?"라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우려와 호기심 끝에 유쾌한 영화로 탄생했다. 오는 28일 개봉.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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