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스포츠부 강산 기자] '이제는 내가 에이스.'
3년째 독수리 군단의 일원이 된 데니 바티스타가 한화 선발진의 중심축이 될 수 있을까.
한화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선발 요원 3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에이스 류현진(LA 다저스)은 메이저리그 진출,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은퇴, 양훈의 입대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다. 그만큼 바티스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10일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일본 오키나와에 입성한 그는 11일부터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 시즌 한화 선발진은 바티스타와 새 외국인선수 대나 이브랜드, 김혁민, 유창식, 그리고 5선발로 구성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지난 시즌 선발로 나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가 바로 바티스타다. 무엇보다 선발로서 성공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브랜드는 올해가 국내 무대 데뷔 시즌이고, 김혁민과 유창식은 올해가 실질적인 풀타임 선발 첫해다. 결국 바티스타가 1선발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바티스타는 지난해 전반기 내내 마음고생이 심했다. 팀의 뒷문을 사수하라는 특명을 받았지만 구원 등판한 34경기 성적은 1승 3패 8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은 5.70에 달했다. 150km/h대 초중반의 강속구는 변함없었지만 제구가 되지 않았다. 아예 공이 빠져 볼넷을 내주거나 가운데로 몰려 장타를 허용했다. 피안타율도 3할 1리에 달했다. 2011시즌(2승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의 '수호신' 바티스타는 없었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선발로 전향을 받아들였다. 메이저리그(ML)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뛰던 2007년 9월 12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2이닝 무실점) 이후 선발 경험이 없던 그의 보직 변경은 '모 아니면 도'의 도박과도 같았다.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바티스타는 선발 전향 이후 10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2.41의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점점 자신감을 찾자 제구도 안정됐다. 탈삼진 67개를 잡아내는 동안 볼넷 허용은 23개, 피안타율은 1할 8푼 9리에 불과했다. 풀타임 선발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낸 것이다. 150km/h를 웃도는 강속구에 낙차 큰 커브가 조화를 이루자 후반기 가장 무서운 투수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선발 전향 성공 덕분에 바티스타는 3년째 한화맨이 됐다. 지난해 11월 22일 발빠르게 재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전반기 내내 '퇴출 후보'로 거론되던 그는 한화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재계약 직후 "시즌 중반 부진 탈출에 도움을 준 분들께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철저히 준비해서 반드시 꼭 보답하겠다"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스프링캠프 합류와 동시에 팀의 에이스로 거듭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올 시즌 한화의 선발진을 바라보는 시선은 의문투성이다. 7시즌 동안 98승을 올린 '독보적 에이스' 류현진의 공백이 워낙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티스타가 에이스로 나서 류현진의 공백을 메워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한화 선발진의 성패는 바티스타의 어깨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사진=데니 바티스타 ⓒ 엑스포츠뉴스 DB,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