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배구에서 세터는 '코트의 사령관'으로 불린다. 세터의 볼 배급에 따라 팀의 경기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시즌 중반 세터 교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김연경(24, 터키 페네르바체)의 소속팀 페네르바체가 반등할 수 있을까.
페네르바체는 8일(이하 한국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국가대표 출신 세터 린제이 버그의 영입을 발표했다. 버그는 지난 8월 끝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주전 세터 겸 주장을 맡아 미국의 준우승을 이끈 바 있다. 준결승서는 대한민국에 뼈아픈 0-3 패배를 안기기도 했다. 버그는 올림픽을 마친 뒤 은퇴를 선언했지만 페네르바체의 끈질긴 구애로 코트에 복귀하게 됐다.
버그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이탈리아 리그에서만 9년을 뛰었다. 2007년까지 스카볼리니 페사로 2008년까지 아시스텔 노바라에서 활약한 뒤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빌라 코르테세에서 뛰었다.
특히 버그가 마지막으로 활약했던 빌라 코르테세는 지난 2011~2012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까지 오른 팀이다. 한국에서 뛰었던 사라 파반(전 도로공사), 아우리 크루즈(전 현대건설)도 버그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또한 그는 지난 런던올림픽까지 10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그의 풍부한 경험은 세터난에 빠진 페네르바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페네르바체의 세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김연경과 함께 페네르바체의 CEV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세터 나즈 아이데미르는 바크프방크텔레콤으로 이적했다. 닐라이 오즈데미르와 엘리프가 번갈아가며 선발로 나서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닐라이가 5경기, 엘리프가 3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확실한 주전 세터감이 없다는 반증이다.
리그 첫 경기에 닐라이가 나섰고 이후 2경기에는 엘리프가 뛰었다. 다음 2경기는 닐라이가 책임졌다. 이후에는 두 선수가 번갈아가며 주전으로 나섰다. 가장 최근 경기인 9일 사리예르전에는 닐라이가 나섰다. 한 세터에 적응할 만하면 다른 세터가 주전으로 나선 셈이다. 공격수와의 호흡이 완벽할 리 없다.
페네르바체는 11일 현재 5승 3패, 승점 14점으로 4위를 기록 중이다. 9일 사리예르전 승리 이전까지는 6위에 처져 있었다. 지난해 리그 22전 전승을 기록한 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김연경이 5경기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분전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견줘 전력이 약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코트의 사령관'이라 불리는 세터진의 약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결국 버그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시즌 중 세터 교체는 모험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버그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이 반등한다면 그 이상의 시나리오는 없다. 더욱이 페네르바체는 올 시즌 CEV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한다. 내년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기 위해 리그 경기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버그가 페네르바체의 운명을 짊어졌다.
[사진=린제이 버그 ⓒ FIVB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