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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P]日 야구 드라마의 성공, 그 안의 히로시마

기사입력 2012.11.16 13:54 / 기사수정 2012.12.16 16:00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야구시즌이 끝난 지금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히로시마 도요카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히로시마 구단에 대한 관심은 '프라이스리스'라는 일본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 시작이다.

'프라이스리스'는 당초 키무라 타쿠야, 후지키 나오히토, 카리나 등 인기 배우들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극 중 등장하는 히로시마 역시 만만찮은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프라이스리스'는 키무라 타쿠야의 방만한 야구팬 생활과 그가 속한 회사의 이권 다툼 속에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복잡한 전개과정 속에서 프로야구단 히로시마가 주목받고 있어 관심을 끈다. 

깨알같은 히로시마의 등장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히로시마 구단가가 울려퍼진다. 임종을 앞둔 어느 회장은 히로시마의 광팬이다. 그는 히로시마의 전설 키타벳부 마나부를 기다리다 숨을 거둔다. 키타벳부는 1980년대 히로시마의 전성기를 이끈 투수로 현재 WBC 일본대표팀의 야마모토 고지 감독과 함께 투타를 이끌었다.

히로시마 팬을 제외하고는 야구하면 나가시마 시게오, 장훈, 왕정치로 통하던 일본인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드라마 시청자들은 ‘도대체 키타벳부가 누구야?’라는 의견이 봇물을 이뤘고 ‘약체 구단을 강팀으로 이끈 에이스’라는 결과를 얻었다.

히로시마와 키타벳부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계층 상승이 힘든 일본인들의 감성을 자극한 매개로 등극했다. 주인공 키무라 타쿠야는 이복형제 후지키 나오토의 모함으로 거리로 나앉게 됐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선물한 키타벳부의 사인볼을 애지중지했다. 그는 성공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길에서 만난 어린이를 위해 캐치볼 게임에서 사인볼을 던진다.

제작사인 후지TV는 “앞으로 이 사인볼에 얽힌 한 인간의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히로시마 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히로시마의 전성기를 조명한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히로시마라는 이름이 한 가지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언제나 환영”이라고 밝혔다. 

드라마에서 히로시마의 의미 

히로시마 구단은 일본에서도 자금력이 열악하기로 소문난 구단이다.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된 히로시마는 구단 역사상 FA를 단 한 차례도 잡지 못할 정도로 '팜(Farm)'에 의존한 야구를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극 중 등장인물들은 모두 히로시마를 좋아한다. 키무라 타쿠야는 순수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권력욕이 많은 후지키 나오토는 “히로시마의 플레이를 보면 열정이 넘친다”라는 발언을 하며 거짓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들의 아버지 회장은 자수성가 스타일로 히로시마와 키타벳부의 정신을 좋아했다.

드라마가 알리고 싶은 것은 히로시마라는 야구팀을 통해 '열정을 잊지 말라'는 일종의 교훈이다. 연출자인 히라노 신은 “현대인들은 헝그리 정신과 자수성가, 돈의 사용에 대해 무지하다”라고 운을 뗀 뒤 “가난한 구단, 그것을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로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철학적인 설명을 보탰다. 

드라마 속의 야구, 무엇이 다를까

한국과 일본에서 야구와 관련된 드라마가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표현의 차이가 있지만 과도한 야구 들이밀기가 역효과를 불렀다는 평이다. 한국에서 리메이크 후 방영된 ‘프로포즈 대작전’은 과도한 야구 설정으로 야구 팬들도 등을 돌려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영화로 제작된 '루키즈(Rookies)'를 제외하고는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프라이스리스'의 연출자는 “과도한 야구 설정보다는 혼이 담긴 상징적인 부분에만 야구를 등장시켜 스토리의 중추를 그릴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사소한 부분까지 야구의 잣대를 적용하기 보다는 굵직한 부분만 뽑아내겠다는 의미다.

권력싸움과 야구, 그 속의 교훈을 담고 있는 '프라이스리스'는 일본에서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히로시마 지역은 4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며 폭발적인 반응이다.

국내에서도 프로야구 인기에 편승해 각종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실시된 바 있다. 하지만 큰 성공사례가 없다. 야구와 일반 스토리의 비율이 적절하게 섞이지 못했다는 평가에 귀기울일 만 하다.

'프라이스리스'는 제작을 위해 히로시마 구단에 자문을 구한 것을 제외하고는 야구계에 손을 내밀지 않았다. 일본 야구계 역시 “우리가 개입하면 중구난방 야구 드라마가 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 자세를 보였다. 마케팅 실적주의를 철저히 배재한 결과다.

히로시마라는 가난한 야구단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프라이스리스'는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향후 야구 엔터테인먼트의 좋은 사례로 남을 작품으로 관련 전문가들의 새로운 연구가 필요할 때다.

[사진 = 프라이스리스 ⓒ 후지TV 프라이스리스 공식홈페이지]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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