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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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우리가 변했다고? 오해하지 마세요"(인터뷰)

기사입력 2012.11.09 01:21 / 기사수정 2012.11.09 01:45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롤러코스터 같았어요" (타블로)
"우리처럼 희노애락이 분명했던 그룹이 있었을까요" (미쓰라진)
"다사다난?" (투컷)

어느덧 데뷔 9주년을 맞은 에픽하이에게 그동안의 시간들을 돌아본 소감을 얘기해 달라 하자 차례차례 대답을 내놓는다. 다르면서도 비슷해 보이는 답변에 타블로는 "너희들 지금 내가 했던 말을 다른 단어들로 표현하는 거지?"라면서 웃는다.

그들의 말처럼 이번 정규 7집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멤버들에게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희노애락' 가득했던 '다사다난'한 날들이었다.

오랜 공백을 깨고 '나를 미워하지 마세요(Don't hate me)'라고 외치며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그들. 결국 '가수'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노래'를 통해 힘들고 아팠을 시간들을 다시 웃음으로 메우고 있는 에픽하이를 만났다.



컴백 첫 무대, 내가 즐기니 사람들도 즐겁다더라

에픽하이는 3년만의 컴백무대에서 그야말로 '방방' 뛰어 놀았다.

타이틀곡 'Don't hate me'를 부르며 카트를 탄 익살스런 모습으로 등장한 타블로와 노래 말미에 무대 중앙으로 나와 신나게 춤을 추던 투컷의 모습은 특히 눈에 띄었다.

"무대 위에 있는 그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요. 진짜 즐겼으니 그런 표정이 나왔겠죠"(투컷)

"노래 시작할 때 카트 타고 나오는 것 외에는 짠 게 거의 없었어요. 양현석 사장님의 아이디어였죠. 사장님이 'Don't hate me'를 듣고 나서 다른 특별한 무대 구성을 하지 말고 그냥 재밌게 놀라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TV방송인데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정말 뜨겁게 오더라구요. '내가 진심으로 즐거워하니까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껴주는구나' 생각했죠"(타블로)

'Don't hate me'는 밝은 멜로디와는 정반대인 가사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나만 달달달 볶아/ 실수도 잘못처럼/ 사람 싫어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냐고/ 내가 싫을 땐 왜 수천수만 가지냐고/ 다 나만 싫어해/ 다 나만 미워해/ 다 손가락질 해'라는 내용은 에픽하이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우리 노래에는 우리 얘기가 담겨 있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Don't hate me'는 사람들 전체의 얘기에요.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이런 생각 할 수 있잖아요. 그렇지만 괴로워도 괜찮다. 누군가는 당신을 응원하고 좋아해 줄 테니 이겨내라. 그런 내용을 담고 싶었어요"(타블로)

'YG'스럽다고? 뮤지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

에픽하이의 컴백에 더욱 관심이 모아졌던 이유는 'YG엔터테인먼트'라는 새 둥지에서 발매하는 첫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타블로는 당시 군에 있던 미쓰라와 투컷보다 1년 먼저 YG에 들어와 솔로앨범 '열꽃'을 발표했다.

"제 개인적인 일(타진요 사건)로 멤버들에게도 피해를 준 것 같아 정말 미안했어요. 그래서 다시 멤버들과 뭉쳤을 때는 다른 생각 없이 바로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아내(배우 강혜정)를 통해 운 좋게 YG라는 곳을 만났고, '너도 빨리 음악 열심히 해서 에픽하이 활동 다시 해야지'라는 양현석 사장님의 격려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타블로)

"많은 사람들이 대형기획사라는 곳에 대해 선입견이 있을 거예요. 너무 거대해 보인다거나 단단해 보인다거나 하는. 저 역시 그랬지만 타블로가 먼저 들어와 있었으니 좀 더 편했죠. 철저히 아티스트 위주로 돌아가는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요"(투컷)

그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에픽하이의 컴백 소식이 전해진 이후 대중은 이들의 앨범 재킷사진, YG 소속 가수인 2NE1 박봄과 이하이가 피처링한 앨범 수록곡들, 무대 모습 하나하나들을 놓고 'YG화' 된 것이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멤버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로 작업해보자고 했어요. 저는 그린데이의 3집 '두키(Dookie)'처럼 밝고 아기자기하지만 가사는 허를 찌르는 그런 스타일, 투컷은 올드스쿨 힙합, 미쓰라는 1980년대 롤러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같은 느낌을 꼽았죠. 그렇게 아무 규칙 없이 하고 싶은 대로 만들었더니 여태까지 앨범 중에서 만드는 과정이 제일 즐겁더라구요"(타블로)

팬들의 우려는 이미 충분히 '개성 있는' 그룹인 에픽하이가 역시나 '한 개성'하는 YG와 만나 본래의 색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분이었다.

이에 타블로는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번 앨범이 'YG'라는 레이블에서 나오니까 그걸 'YG 색깔'로 오해를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각자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자는 콘셉트에서 나온 노래들인 것이고, 절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거든요. 뮤지션이 앨범을 낼 때마다 본질이 변하는 게 아니라, 콘셉트에 따라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거예요. 뮤지션은 앨범을 낼 때마다 당연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앨범에 대한 호불호는 정도의 차이였을 뿐이지 늘 있어왔어요. 심지어 사람들은 저를 '호블로(호불호+타블로)'라고 부르던데요.(웃음)"

그러면서 자신들의 어떤 면을 보든 그것 또한 관심의 표현이라며 좋고, 싫다는 의견 모두가 중요한 것 같다고 얘기한다.



우리의 진짜 컴백은 데뷔 10주년 되는 날

데뷔 10주년을 1년 앞둔 에픽하이에게 9년 전에도 지금의 모습을 상상했었냐고 물었다.

"그 때는 당장 내일의 일도 예상하지 못했었죠. 9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2005년에 3집 'Fly'로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해냈다는 느낌이었달까. 힘든 일이 있었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돼 주는 추억이라 지금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요"(미쓰라진)

타블로 역시 "9년 전 갓 데뷔했을 때 우리 노래가 라디오에 나온다는 설렘, 들뜬 기분이 있었죠.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지금 역시 워낙 공백기도 길었고, 우리가 다시 음악을 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기에 다시 데뷔 초창기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길거리에서 우리 노래가 나오면 신기하고. 다시 신인이 된 기분이죠"라고 새 앨범을 낸 들뜬 마음을 전했다.

이어 "10주년이라는 게 굉장히 무거운 숫자인 것 같아요. 우리에게 그 기회가 온다는 것에 감사하고, 신인가수의 마음으로 다시 팬들 한 명 한 명을 모아야 하기에 우리의 진짜 컴백은 사실 지금부터 10주년이 되는 그 시간까지가 아닐까 생각해요"라고 10주년을 바라보는 마음을 털어놓는다.

누구보다 무대가 그리웠기에 대학교 축제를 찾아 '합법적으로' 이성을 놓고 놀아보고 싶고, 큰 공연장보다는 '클럽'같은 작은 곳에서 투어를 하고 싶다고 말하던 에픽하이.

"멤버 모두 그리워했던 게 무대였어요.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웃을 수밖에' 없는 노래를 부를 때 가장 행복하죠. 진짜 웃는 거니까"(타블로)

'Don't hate me'의 가사에서  'Love and hate 둘 다 고맙지 뭐'라고 의연하게 말하는 것처럼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언제나 진심으로 웃으며 노래하는 에픽하이의 모습을 기다려본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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