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전, 강산 기자] 7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노린 '괴물' 류현진과 넥센 히어로즈의 주축 선발인 앤디 밴 헤켄의 맞대결은 류현진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올 시즌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에서 펼쳐진 둘의 명품 투수전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류현진과 밴 헤켄은 4일 대전구장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류현진은 연장 10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4피안타(1홈런) 12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 밴 헤켄은 올 시즌 자신의 최다 이닝 타이인 8이닝을 소화하며 4피안타(1홈런) 5탈삼진 1볼넷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류현진과 밴 헤켄 모두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채 마운드서 내려가야 했다.
먼저 실점한 쪽은 밴 헤켄이었다. 밴 헤켄은 1회초 선두타자 오선진을 스트레이트 볼넷 출루시키며 위기를 맞았으나 이상훈을 4-6-3 병살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최진행이 131km/h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잡아당겨 좌월 홈런이 되면서 1회부터 실점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안타 3개만 허용하며 8회까지 실점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6회까지 단 한명의 주자도 득점권에 내보내지 않았다. 2회 박헌도의 좌전 안타, 6회 서건창의 번트 안타로 출루시킨 것이 전부였다. 매회 최소 1개씩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넥센 타선을 압도했다. 괴물의 '호투쇼'에 넥센 타자들은 연신 헛방망이를 돌렸다.
하지만 실점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7회초 1사 후 강정호에게 던진 145km/h 직구가 우측 담장을 넘는 동점 솔로 홈런이 됐다. 불의의 일격이었다. 류현진은 개의치 않았다. 이후 5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평정심을 되찾았다. 연장 10회초에는 1사 2, 3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지만 152km의 빠른 공을 연이어 뿌리며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그의 진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화 타선이 10회말 무득점에 그치면서 경기는 불펜 싸움으로 전개됐다. 넥센은 9회부터 일찌감치 한현희를 투입했고, 한화는 11회부터 박정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양 팀은 별다른 소득 없이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화로서는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이기에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타선이 침묵했기에 호투가 아닌 '완벽투'를 펼쳐야 했던 두 좌완투수의 맞대결. 승자는 없었다. 실점한 내용도 똑같았다. 굳이 따지자면 2이닝을 더 던진 류현진에게 조금 더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두 선수 모두 승패 없이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는 점은 같다.
올 시즌 대전구장 마지막 경기. 류현진과 밴 헤켄 모두 투혼을 선보이며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경기 내내 긴장감 넘치는 맞대결, 경기장에 모인 8971명의 관중을 웃기고 울렸다. 비록 포스트시즌서 탈락한 두 팀이었지만 "꼭 이기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사진=류현진, 앤디 밴 헤켄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