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5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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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칼럼] 선진 배구 시스템을 위해 선행되야할 것들

기사입력 2012.08.06 10:44 / 기사수정 2012.09.20 04:38

조영준 기자


요즘 영국 런던에서는 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다. 36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여자배구 팀들이 분전하고 있다. 강호들이 모인 어려운 조에서 분전하고 있는 선수들이 꼭 목표를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남자 선수들이 런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이번 올림픽예선전을 준비하면서 한국배구가 변해야할 것이 많았음을 깨달았다. 또한 배구인들이 하나로 뭉쳐 해야 할 일이 많음도 온몸으로 느끼게 됐다.

나는 20년 동안 이탈리아 리그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활동했다. 처음 이탈리아에 갔을 때 그들의 배구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신장과 체격 조건은 좋았지만 기술적으로는 오히려 한국보다 뒤쳐져 있었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까지 세계 남자 배구를 호령한 국가는 구 소비에트를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이다. 힘과 높이를 갖춘 이들이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을 때 이탈리아는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클럽 시스템을 토대로 유소년을 꾸준하게 성장시킨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여기에 세계적인 선수들을 끌어 모으면서 리그의 수준을 높인 점도 이탈리아 배구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80년대 초중반까지 이탈리아 배구는 세계의 강호로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다. 지금은 자국의 경제 사정으로 많이 쇠퇴했지만 이탈리아는 세계 최고의 배구 리그를 형성하고 있었다.

축구팀이 없는 중소도시에 연고지 정착을 이루면서 이탈리아 리그는 발전하기 시작했다. 각클럽은 대부분 유소년들을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이는 배구 강국으로 갈 수 있는 영양분이 됐다.

이탈리아 배구의 힘은 '청소년 대표 육성'에서 나왔다. 기본기를 잘 가르치는 감독에게 어린 선수들을 맡긴 뒤 이들을 집중 육성해 경쟁력 있는 선수들로 키웠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밟은 어린 선수들은 시니어 감독으로 옮겨져 세계적인 선수들로 성장했다.

이들은 90년대 초반부터 이탈리아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어린 시절부터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이는 자국 리그에서 경쟁력을 다지면서 10년 동안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은 클럽 시스템이 아닌 학원 시스템 체제를 가지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결과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풍토를 지니고 있다. 언제나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선진 배구 시스템을 체험하고 온 배구인으로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어머니 배구팀은 많지만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전문 배구 클럽이 없다. 배구의 저변을 넓히려면 어린 선수들이 재미있게 배구를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도자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노하우를 어린 선수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풍토도 마련돼야 한다. 아래 기반부터 탄탄히 만들어야 배구의 저변이 넓어질 수 있고 한국배구의 경쟁력도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연고지 정착이 반드시 따라야할 과제다. 그저 경기만 연고지에 내려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팀과 구단이 연고지에 완전히 정착해 지역 시민들에게 '우리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배구의 선진화를 이루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선수가 변하기에 앞서 지도자가 먼저 변해야 하고 올바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쳐야할 때다.



[사진 = 이탈리아 배구대표팀 (C)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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