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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가슴 울린 드라마 '추적자'가 정말로 '추적'하고 싶었던 것은

기사입력 2012.07.18 17:53 / 기사수정 2012.07.20 20:55

방송연예팀 기자


 '추적자'가 16회를 끝으로 외롭지만 정의로운 복수극의 막을 내렸다.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 멜로물도 아니고 풋풋한 청춘스타가 등장하는 것도 아닌데, '추적자'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추적자'는 권력에 의해 힘없이 희생된 딸을 위해 외로운 복수를 감행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드라마는 초반부터 살인도 서슴지 않는 검은 권력의 행태를 보여 주면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드라마에서 대선을 앞두고 있는 강동윤(김상중 분)은 무사히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뒤로는 자기 이익을 위해 살인과 매수도 불사하면서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그의 모습은 보기 메스꺼울 정도다. 이런 강동윤과 함께 또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굴지의 재벌 오너인 서회장(박근형 분)이었다. 서회장은 가공할 인맥과 돈의 힘을 이용해 강동윤은 물론 유력 인사들을 뒤에서 꼭두각시처럼 다룬다.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되긴 했으나, 이런 썩은 정치인과 오만한 기업가가 우리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백홍석(손현주 분)에게는 그토록 사랑하는 딸이 억울하게 죽은 것도 모자라, 재판은 조작되었고 딸은 누명을 쓰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점점 더 수위를 높여 가는 비인간적인 권력자의 음모 앞에서 평범한 소시민인 그는 속수무책이었다. 그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접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 나섰을 때, 법은 그에게 되려 범죄자의 낙인을 찍었다.

'추적자'가 시청자의 큰 공감을 얻고 공분을 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드라마는 '법 없이도 살 만한 사람'이 막상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이를 구제하지 못하는 법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이를 비웃듯이 법을 위반하고 죄를 짓고도 너무나 손쉬운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가는 권력자와 부자의 모습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시청자가 드라마 속 억울하고 불쌍한 백홍석을 자신에게 투영하고 그와 동질감을 느끼면서, 일부 네티즌의 표현처럼 정말 이제 이것이 '남의 일 같지 않아'진 것이다. 시청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백홍석의 외로운 복수를 함께했다.

'추적자'는 보기 좋은 현실만 보여주는 그저 그런 드라마가 아니었다. 방송에서는 '추적자 어록'으로 화제가 될 만큼, 회마다 우리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담긴 대사가 줄을 이었다. 대다수가 인정하기 싫어하고 외면하고 싶어하는 추악한 사회의 이면을 비유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또한, 범죄 혐의가 있는 강동윤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기 위해 유권자는 투표소로 향했고, 투표율 91.4%라는 비현실적인 수치로 결국 국민은 승리했다. 정의로운 검사 최정우(류승수 분)는 보기 드문 신념과 의지로 백홍석을 도와 끝까지 싸웠다.

이 드라마의 '곧은 심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어쨌든 죄를 저지른 죄인인 백홍석에게 법의 이름으로 유죄를 심판했다. 자신의 범행을 후회하지는 않으나 죄를 부정하지도 않으며 "제 죄가 무엇인지 알려 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백홍석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백홍석이 무죄를 선고받았다면 거기서부터 '판타지'는 시작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작가가 처음부터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분명했을지도 모른다.

공정한 법의 기치 아래 누구나 그 앞에서는 공평하게 죄의 심판을 받는 진정한 의미의 '공정 사회', 국민이 국민의 손으로 정당하지 않은 자에게서 권력을 박탈하는 '민주적인 사회'. 연말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추적자'가 결국 '추적'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것이 아니었을까.

[글] 박수진 기자 (방송연예팀) 





방송연예팀 박수진 기자 enter@xportn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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