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44년 만의 유럽 정상을 꿈꿨던 '아주리 군단'의 뒷모습은 안쓰러웠다.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를 활용해 때려봐도 상대에 티클 만한 상처도 내지 못했다. 혼신의 힘을 다할수록 드리워지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이탈리아는 2일(이하 한국시간) 우크라이나에 위치한 키예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12'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0-4로 크게 패했다. 다비드 실바의 첫 골을 시작으로 호르디 알바와 페르난도 토레스, 후안 마타에 연속골을 허용한 이탈리아는 역대 유로 본선 결승전 사상 최다 점수 차 패배를 당했다.
스코어만 보면 치욕적이다. 2012년 유럽 최고의 두 팀이 싸웠다고 하기엔 너무도 일방적인 스코어다. 하지만, 이탈리아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며 최선의 경기를 펼쳤다. 완벽하게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펼치는 스페인에 맞서 이탈리아는 전술과 선수 변화를 다양하게 시도하며 반격했다.
대업을 이루기 위해선 가지고 있는 실력에 약간의 운도 필요하지만 이날 이탈리아에는 그 조그마한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방편 중 하나인 교체카드가 말썽을 부리며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의 생각대로 흐르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전반 20분 만에 조르지오 키엘리니가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했다. 단단한 수비력이 장점인 키엘리니가 빠지면서 이탈리아는 의도치않게 한 장의 교체카드를 일찍 사용했다. 바로 이것이 발목을 잡았다.
전반을 0-2로 마치자 프란델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안토니오 디 나탈레를 투입했다. 디 나탈레 투입에도 좀처럼 득점이 나오지 않자 후반 12분 티아고 모타까지 투입시켰다. 후반 10분 만에 세 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하며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러나 프란델리 감독의 선택은 오히려 이탈리아에 치명적인 약점이 됐고 역사에 남을 대패로 이어졌다. 하필 교체로 들어간 모타가 고작 4분 후 허벅지에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를 소화할 수 없게 된 것. 이미 세 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쓴 이탈리아는 모타가 경기장을 떠나자 10명이 뛰게 됐고 추격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체력까지 모두 소진한 이탈리아는 종료 10분을 남기고 2골을 더 내주며 참패로 경기를 마감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가운데 운까지 자신들을 외면한 이탈리아는 결승에서 씁쓸한 패배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 = 이탈리아 대표팀 (C) Gettyimages/멀티비츠]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