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4.10.13 01:40 / 기사수정 2004.10.13 01:40
‘즐겁고도 신중한 궁극의 승리 이야기’
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
영화에 있어서 ‘실화’라는 것만큼 흥미로운 소재가 또 있을까 싶다. 스포츠 영화 <루키>. 이 영화의 감동 요소는 두 가지나 존재한다. ‘스포츠’라는 극적인 구도와, 관객의 기억에 소구하는 ‘실화’라는 점. 많은 이들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많은 영화를 비판하는 편이지만 재밌는 영화를 볼 때면 그런 비판이라는 것도 사람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에 ‘틀’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단순한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짧은 감동이라고 할지라도.
한마디로 압축하면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은 한 남자가 끝내 그것을 이루고 만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인 영화이다. (영화 스토리라는게 어느 때는 축약하면 아무 것도 아닌 듯한 멋없는 문장이 되어버리지만 어쩔 수 없다.) <루키>는 짐 모리스 선수를 그린 영화이다. 전형적인 디즈니 가족영화의 형식을 충실히 따라 만든 드라마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무난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당시 평론가들의 반응이 유난히 매우 좋은편이었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의 투수인 짐 모리스는 어깨부상으로 인해 선수 직을 그만 두게 된다. 피아니스트의 손가락 부상만큼이나 야구선수의 어깨부상은 그야 말로 선수생활을 좌지우지하는 치명적인 선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은퇴 선수들의 사유를 살펴보면 가장 큰 원인은 부상이다. 더 이상 시즌을 소화할 수 없을 땐 야구 인생을 포기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기존 선수들이 은퇴하는 경우로 가장 큰 원인을 살펴보면 부상으로 더 이상 시즌을 소화할 수 없어 야구 인생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 이외에는 연륜에 맞은 지도자 변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그 외엔 체력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여러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안되겠다 싶으면 은퇴하겠다’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퇴화되는 체력의 한계를 이길 사람은 흔치 않은 일이다. 2004아테네 올림픽에서 김택수 코치가 유승민에게 자리를 양보했듯이 후배들의 길을 열어준다는 은퇴 사유로 이유도 적지 않은 편이다.
어쨌든 여러 이유 가운데 ‘부상’은 드라마 전개상 가장 불가항력으로서 비극적인 분위기를 유도하게 된다. 짐 모리슨 역시 화학교사 겸 야구팀의 코치로 근무를 하게 된다. 자신의 팀이 지역대회에서 우승하게 된다면 자신도 선수로 재기할 것이라고 다짐하는데 실제로 팀이 우승을 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행로는 뒤바뀌게 된다. 마이너리그에 복귀한 뒤 결국 메이저 리그까지 진출하게 되며 감동을 이끌어낸다.
루키 VS 감사용
여기 두 편의 감동을 주는 스포츠 영화가 있다. 할리우드에 루키가 있다면 한국에는 감사용이 있다. 이 두 영화는 참으로 공통점이 많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과 야구선수의 인생을 그려낸 것 등... 대다수의 스포츠 영화가 그러하듯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희망차게 살아간다는 '꿈은 이루어진다'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이다. 감사용은 최근 주목을 받던 영화인데 특히 영화에 나오는 시대적 배경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의미있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그는 희망을 던지고, 우리는 감동을 받는다!
이 영화는 늦은 나이에도 자기의 꿈에 도전해서 성공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부상으로 은퇴했던 야구선수가 뒤늦게 재기에 성공한다는 뻔한 줄거리를 담고 있지만 실화가 지닌 무게가 관객의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만들어 낸다. 특히 그의 옆을 떠나지 않고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힘을 주는 어린 아들과 아내의 역할이 작품 속 자연스럽게 녹아있어 따뜻함마저 갖게 한다. 주인공은 은퇴 이전에도 야구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재기에 성공한 40세의 나이에도 스타 반열은 아니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데뷔 나이는 최고령인 40세라는 기록을 남겼다.
루키라는 제목의 또 다른 영화가 있다. ‘루키’라는 스포츠잡지도 있듯이 루키라는 단어는 스포츠와 관련되어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신병, 풋내기 선수를 가리켜 루키라고 하는데 야구와 참 어울리는 어감인듯 싶다.
또 다른 루키라는 영화는 우연한 사고로 괴력을 얻게 된 12살 난 리틀 야구 선수가 메이저 리그에서 투수로 뛰게 된다는 내용의 코믹 스포츠 가족 영화로 93년 작품이다. 발상 자체가 재미있고, 군데군데 재미있는 장면도 많은 영화이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다는 모든 야구 영화들의 불문율이 이 영화에서라고 깨지지는 않지만, 이제까지의 괴력으로서가 아닌 진짜 실력으로 승부해 승리를 거둔다는 점이 다른 점. <나 홀로 집에> 등에서 멍청한 도둑 역으로 유명한 다니엘 스턴 작품. 꾸미지 않은 잔잔한 재미를 기대할 수 있다.
영화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아름답게 미화시키기도 하고, 정작 중요한 것을 미약 시키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최대한 짐 모리스를 참여시키면서 과장 없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또 하나의 실화가 만들어 낸 오랜 만에 만난 감동적이고 순수한 영화 <루키>. 루키에 초심자라는 뜻이 있는 것은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 또는 스스로에게 한계가 느껴지는 분들에게 힘을 주는 행복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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