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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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2라운드 1조 첫 날의 영웅들

기사입력 2006.03.14 04:21 / 기사수정 2006.03.14 04:21

김성훈 기자

▶한국-이승엽, 서재응, 박찬호

이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2라운드에 진출한 8개국 중 가장 빈약한 공격력을 보유한 한국의 타선에서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이 가지는 비중은 절대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시켰다. 

지난 5일 펼쳐진 일본과의 경기에서 이진영의 호수비가 결정적이었다지만, 이승엽의 홈런포가 가동되지 않았다면 사실상 한 점차로 한국이 지는 경기였을 것이다. 이승엽의 통쾌한 한방은 30년의 격차를 가지고 있다는 한국과 일본 야구의 위상을 3시간 만에 역전시키는 홈런인 동시에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의 흥행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고민을 날려 버리는 한방이었다. 

이런 이승엽의 ‘승부사 기질’은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도 빛났다. 한국의 테이블 세터진인 이병규와 이종범이 멕시코 선발 로드리고 로페즈(29*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서 도합 19개의 공을 던지게 하며 선제 득점 찬스를 만들자 이승엽은 우중월 125M 투런 홈런으로 화답하였다. 이승엽의 한방은 ‘지키는 야구’를 표방하는 한국의 야구가 쟁쟁한 야구강국들이 모인 2라운드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한방이었다.

이승엽이 뽑아낸 귀중한 선취점은 서재응이 지켰다. 서재응(29*LA 다저스)은 최고시속 89마일(143km/h)까지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과 80마일 초반대의 컷 패스트볼 그의 전매특허인 70~80마일 대를 넘나들며 춤추는 체인지업과 타자의 의표를 찌르는 슬라이더 등 다양한 서재응의 공은 5.1이닝동안 상대한 18명의 멕시코 타자들을 2안타로(1실점) 제압해버렸다. 서재응은 3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것을 비롯해 조별리그 방식의 경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첫 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한국 마운드의 ‘에이스’임을 입증했다. 

언제나 피 말리는 경기를 치루는 한국 팀의 수호신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레스)였다. 10년간의 메이저리그 경력에서 단 한 번도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경험이 없었던 박찬호는 조국을 위해 ‘수호신’의 임무를 자청했다. 3일 대만 전 3이닝 무안타 무실점을 시작으로 5일 일본전 1안타 무실점 그리고 멕시코 전에선 2사 1,3루의 위기상황을 삼진으로 정면으로 정면 돌파하며 ‘마무리 투수 박찬호’에 대한 의문부호를 깨끗하게 지워버리며 방어율 0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당초 선발투수로 물망에 올랐던 박찬호는 정대현-오승환-봉중근-구대성 등으로 이뤄진 막강 불펜에 ‘화룡점정’인 존재가 되었다.

▶미국-데릭 리, 브레드 릿지 

게임에서나 가능할법한 라인업으로 관심을 끌었던 미국의 타선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나 미국 타선의 약점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한방을 칠 수 있는 ‘해결사’의 부재이다. 

하지만 미국이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해결사’의 역할을 해준 선수가 바로 데릭 리이다. 데릭 리(31*시카고 컵스)는 타율 .357을 마크하며 알렉스 로드리게스(.500), 켄 그리피 Jr.(.538), 데릭 지터(.500)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성적이지만 그의 방망이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불을 뿜었다. 

7일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미국은 멕시코 선발 로드리고 로페즈의 체인지업에 농락당하며 3회까지 2안타의 빈공을 펼치며 게임을 어렵게 풀어나갔다. 4회 말 미국의 공격 2아웃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데릭 리는 바깥쪽으로 완벽하게 제구가 된 로드리고 로페즈의 체인지업을 밀어서 우측담장을 넘기며 수렁에 빠질 수도 있던 미국을 구해냈다. 

일본과의 2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데릭 리는 해결사였다. 3:1로 경기를 뒤지고 있던 미국은 호투한 일본 선발 우에하라(31*요미우리 자이언츠)이후에 등판한 투수들을 상대로 1점이라도 만회를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6회 말 공격에서 한 점이라도 따라가지 못한다면 대단히 어려운 종반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다. 1사 1루 볼카운트 1-3에서 데릭 리는 바뀐 투수 시미즈의 5구째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데릭 리가 기록한 2방의 홈런은 한방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기에 가치가 높기도 하지만 2개의 홈런 모두 투수의 실투라기 보단 안정된 하체 힘을 바탕으로 한 데릭 리의 타격능력이 빛을 발한 홈런이기에 그 가치가 더 높다. 

한국 투수들은 미국과의 경기에서 제구가 제대로 된 공이라도 노리는 코스에 들어오면 바로 장타로 연결시키는 데릭 리를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채드 코데로-브라이언 푸엔테스-휴스턴 스트리트-마이크 팀린-조 네이선 등 메이저 리그를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마무리 투수들로 채워진 미국의 불펜진에서 9회 경기를 마무리하는 ‘수호신’은 브레드 릿지(30*휴스턴 에스트로스)였다. 

브레드 릿지는 100마일(161km/h)에 이르는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포심 패스트볼과 최고 92마일(148km/h)까지 나오는 낙차 큰 슬라이더를 갖췄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마무리를 맡긴 벅 마르티네tm 미국 대표 팀 감독의 선택은 놀라움과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그 이유는  릿지가 큰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5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 앨버트 푸홀스(26*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맞은 통한의 역전 3점 홈런 때문에 릿지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미국의 언론들은 마무리 실패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권총 자살한 도니 무어(前 켈리포니아 에인절스 투수)나 2001 월드 시리즈에서 통한의 홈런 3방을 허용한 김병현의 예를 들며 그의 재기 여부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였다. 

하지만 릿지는 2:0으로 숨 막히는 승부를 펼쳤던 멕시코의 경기에서 9회 마무리로 등판하여 1이닝동안 삼진 1개를 곁들이며 무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 세이브를 기록하였고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9회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등판하여 볼넷을 3개나 허용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무안타 무실점으로 2사 만루의 위기를 탈출했고 이날 경기의 승리투수가 되었다.

마무리로 등판한 2경기에서 릿지에게 지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의 악몽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위력적인 구위와 넘치는 자신감을 그대로였다.(2경기 등판 2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방어율 0) 브레드 릿지가 이런 압도적인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미국의 첫 번째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우승과 소속팀 휴스턴 에스트로스의 2006년은 희망으로 가득 차 보인다.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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