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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2011 결산 ②] 김해진-박소연, 韓피겨의 쌍두마차로 성장

기사입력 2011.12.28 07:42 / 기사수정 2011.12.28 15:1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피겨는 김연아(21, 고려대)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뉠 수 있다. 김연아의 올림픽 정복 이후, 한국 피겨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들도 새롭게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김연아와 함께 동시대를 보냈던 스케이터들은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했다. 여자 싱글 국가대표들 중, 맏언니인 김연아를 제외하면 94년생 1명(곽민정) 97년생이 3명(김해진, 박소연, 조경아), 98년 1명(최휘), 99년생 1명(변지현)으로 구성돼있다.

현 한국챔피언인 김해진(14,과천중)은 올 1월에 열린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에 등극한 그는 김연아 이후, 가장 오랫동안 국내 무대를 평정한 주인공이다.

김해진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펼친 이는 박소연(14, 강일중)이다. 노비스 시절, 각종 대회를 휩쓸며 최고의 유망주로 주목을 받은 그는 김해진의 독주에 밀려 '2인자'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2011 전국랭킹전'에서 김해진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동갑내기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인 김해진과 박소연은 한국 피겨의 '쌍두마차'로 성장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점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을 라이벌 구도로만 한정짓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동시에 출전하면 서로에게 힘이 된다.

김해진과 박소연의 진정한 가치는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의 경험과 성과에 있었다. 김해진은 9월 루마니아 브라쇼브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발에 맞지 않는 부츠 때문에 정상적인 기술을 구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습 때 갈고 닦은 콤비네이션 점프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또한, 앉아서 회전해야 하는 싯 스핀도 굽히지 않는 부츠 때문에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김해진에게 올 시즌은 매우 중요했다. 지난 시즌, 종아리 봉합 수술로 인해 두 번 출전할 수 있었던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 중, 한번 밖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는 큰 부상 없이 출전해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박소연은 8월에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에서 김해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주니어 그랑프리 데뷔 시즌에서 두 번의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박소연은 지난 10월 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6차대회에 출전해 4위에 올랐다. 아깝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144.71점을 받았다.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한 국내 여자 스케이터들 중, 최고 점수였다.

그리고 전국랭킹전에서 152.7점의 점수로 여자 싱글 1그룹 우승을 차지했다. 146.39점을 받은 김해진을 제치고 국내 시니어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한국 피겨의 가장 값진 수확은 이준형(15, 도장중)이 한국 남자 싱글 최초로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점이다. 또한, 김해진과 박소연은 한 단계 성장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재능도 있지만 누구보다 노력하는 공통점을 지녔다.


김해진과 박소연의 장점은 기술은 물론, 컴포넌트 점수와 기본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는 '노력파라는 점이다. 두 선수 모두 "점프도 중요하지만 스케이팅 스킬과 예술성도 발전시키고 싶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밝혔었다.

김해진은 타고난 점프 컨시 능력을 갖췄다. 실전 경기에서 좀처럼 넘어지지 않고 실수 확률이 낮다. 정상급 스케이터로 성장하기 위해 갖추어야할 조건 중 하나다. 김해진은 올 시즌 상당히 어려운 조합의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했다.

트리플 플립 + 트리플 룹 점프를 구사하고 있는 김해진은 "후속 점프로 룹대신 토룹을 시도할 생각도 있었지만 룹 점프가 성공률도 높고 어느 정도 자신도 있기 때문에 이 조합을 시도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조합의 성공률이 높아질 때, 김해진의 기본 점수는 대폭 상승한다. 김해진은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룹은 물론, 트리플 룹과 살코, 단독 러츠도 구사한다. 김해진의 프로그램 기초 점수는 김연아를 제외한 국내 여자 싱글 선수들 중 가장 높다. 김해진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깨끗하게 연기할 경우, 국내 챔피언 자리를 수성할 가능성은 크다.

박소연은 김해진보다 뒤늦게 다양한 점프를 익혔다. 하지만, 점프의 비거리와 정확성은 세계적인 유망주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빙판을 질주하는 스피드도 훌륭하다. 점프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지난 랭킹전에서 이 부분을 극복해냈다. 힘들어하던 트리플 플립도 이번 랭킹전에서 깨끗하게 소화했다.

박소연은 안무 소화력과 컴포넌트 점수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선발전에서 당한 발등 부상이 오랫동안 박소연을 괴롭혔다. 지난 랭킹전에서도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신채점제의 최종 승자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단순한 점퍼가 되기는 쉽다. 점프와 동시에 안무를 어느 정도 소화하는 스케이터들은 더러 존재한다. 하지만, 스케이팅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고르게 잘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매우 드물다.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단순한 점퍼보다 훨씬 위력이 있다는 것을 김연아는 증명해냈다. 물론, 김해진과 박소연 등 유망주들이 걸어가야 할 길은 제 각기 다르다. 자신의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피겨 유망주들에게 김연아가 걸어간 속도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스케이터에 따라 재능이 폭발하는 시기와 성장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앞날에 대해 크게 서두르지 않고 있다. 급하게 걸어가는 것보다 한 단계씩 과정을 탄탄히 다져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스케이터의 성장은 올해 한국 피겨의 큰 수확이다.

이들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 방지와 좀 더 나아진 훈련 환경이다. 현재 김해진과 박소연은 내년 초에 열리는 전국종합대회를 준비 중이다. 또한, 두 선수는 올 시즌 큰 국제대회도 눈앞에 두고 있다. 박소연은 1월 중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리는 '제1회 유스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김해진은 2월 말, 벨라루스 밍스크에서 열리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사진 = 김해진, 박소연 (C) 엑스포츠뉴스DB]

2011 결산 ③ - '올해의 스케이터' 패트릭 챈, 피겨의 새로운 이정표 제시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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