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볼프스부르크전에서 김민재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상대 공격수 입장에서 악몽과도 같았다.
김민재의 활약을 높게 평가한 독일 현지 매체가 김민재를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승리하기는 했으나 2실점을 허용하고도 수비수가 경기 최고으 선수로 지목된 것은 꽤나 놀라운 일이다. 이는 그만큼 김민재의 경길겨이 뛰어났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뱅상 콤파니 감독이 이끄는 독일의 거함 바이에른 뮌헨은 18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볼프스부르크와의 2024-2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8라운드 홈 경기에서 레온 고레츠카의 멀티골과 마이클 올리세의 득점을 앞세워 3-2 승리를 거뒀다.
승점 3점을 확보한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선두를 유지한 채 2위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승점 차를 잠시 7점으로 벌렸으나, 이후 레버쿠젠이 묀헨 글라트바흐전에서 승리하면서 두 팀의 승점 차는 다시 4점으로 좁혀졌다.
경기 초반부터 몰아친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20분 고레츠카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김민재의 탄탄한 수비에서 시작된 역습이 득점까지 이어졌다.
전반 20분 상대 진영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공격수와의 경합에서 승리하고 따낸 김민재는 곧바로 앞에 있는 요주아 키미히에게 패스했다. 키미히는 전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고레츠카에게 이를 넘겼고, 고레츠카는 공을 몰고 성큼성큼 올라가더니 과감한 중거리포로 볼프스부르크 골문을 뚫어냈다. 고레츠카의 슈팅은 볼프스부르크 골문 왼쪽 하단 구석에 꽂혔다.
볼프스부르크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볼프스부르크는 전반 24분 프리킥 상황에서 약속된 플레이로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을 흔든 뒤 알제리 국가대표 공격수 모하메드 아무라의 동점골로 바이에른 뮌헨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하지만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서 차이가 컸다. 전반 39분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 최고의 이적생으로 꼽히는 마이클 올리세가 페널티지역 앞 공간이 벌어진 틈을 타 허를 찌르는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터트려 팀에 리드를 안겼다. 카밀 그라바라 골키퍼가 팔을 뻗어 올리세의 슈팅을 건드렸지만 공은 그라바라의 손끝을 스치고 들어갔다.
2-1로 리드한 채 후반전에 돌입한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전 초반부터 볼프스부르크를 거세게 압박하더니 그 과정에서 얻어낸 세트피스로 한 골을 추가해 달아났다.
다시 한번 올리세의 발끝이 빛났다. 후반 16분 프리킥 키커로 나선 올리세는 정교한 킥으로 공을 볼프스부르크 문전으로 보냈고, 이를 고레츠카가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볼프스부르크는 후반 43분 알폰소 데이비스의 실수를 낚아채 추격골을 만들어냈으나 그게 전부였다. 경기는 바이에른 뮌헨의 3-2 승리로 끝났다.
경기 후 독일 매체 '바바리안 풋볼'은 바이에른 뮌헨과 볼프스부르크의 경기를 돌아보면서 이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선수 중 하나로 김민재를 꼽으면서 김민재에게 카이저(황제)의 칭호를 수여했다.
언론은 "볼프스부르크의 두 번째 골이 나오기 전까지 다요 우파메카노가 이 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전에 우세했던 우파메카노는 상대 공격수가 그를 쉽게 지나쳐 득점 차이를 한 골로 줄인 이후 약간 어리석어 보였다"며 만약 바이에른 뮌헨이 두 번째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면 우파메카노가 카이저로 선정됐을 거라고 했다.
'바바리안 풋볼'은 그러면서 "우파메카노와 함께 뛰었던 김민재도 마찬가지로 뛰어났다"며 "이 한국 선수는 경합에서 꾸준히 승리했고, 볼프스부르크 공격수들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압박을 가하면서 그들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매체가 김민재가 상대 공격수들에게 지옥을 선사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볼프스부르크전에서 김민재가 보여준 수비 능력은 뛰어났다.
그야말로 '질식 수비'였다.
김민재는 전반 20분경 고레츠카의 선제골로 이어지기 전 강력한 수비로 기점 역할을 한 것 외에도 후반 10분 볼프스부르크의 최전방 공격수 루카스 은메차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수비에 성공하는 등 은메차를 꽁꽁 묶었다. 준수한 스피드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은메차를 상대로도 속도전에서 밀리지 않았고, 몸싸움을 이겨낸 뒤 공을 깔끔하게 걷어냈다. 김민재는 수비에 성공한 이후 관중석을 향해 포효했다.
경기 내내 김민재를 뚫지 못해 부진했던 은메차는 볼프스부르크가 세 번째 실점을 내준 이후 곧바로 교체되어 나갔다.
축구통계매체 '폿몹'에 따르면 이날 김민재는 패스 성공률 93%(88/95), 터치 105회, 태클 성공 1회(100%), 클리어링 2회, 리커버리 4회, 지상 경합 성공 2회(4회 시도), 공중 경합 성공 3회(7회 시도), 드리블 돌파 허용 0회 등을 기록했다.
직전 경기였던 TSG호펜하임전에서 휴식을 취하니 확실히 체력이나 경기력이 좋아진 모습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민재는 아킬레스건염 통증으로 인해 호펜하임전에 결장했다. 당시 김민재는 명단에 포함됐지만 에릭 다이어와 우파메카노 덕에 교체 출전하지는 않았다.
김민재의 아킬레스건염 통증 소식을 전하기도 했던 독일 남부지역 소식을 다루는 'TZ'는 김민재에게 평점 2점을 주면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선발로 출전해 볼프스부르크에서 뛰는 신체적으로 강한 공격수인 루카스 은메차와 몇 차례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김민재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안정적인 게임 구조에도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김민재에게 유독 박한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 유력지 '빌트'도 평점 3점과 함께 "실점 전에는 최적의 위치를 찾지 못했다"면서도 "몸싸움과 패스 플레이에서는 큰 실수 없이 경기를 치렀다"며 김민재의 경합 능력이 뛰어났다는 점을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