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강인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경기였다.
5부리그 팀과의 경기에서 고전하던 파리 생제르맹(PSG)의 구세주는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이 투입된 이후 중원에 활기가 돌자 PSG의 경기력도 나아졌다. 전반 3분 만에 선제 실점을 허용했던 PSG는 후반전 들어 내리 세 골을 뽑아내며 대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PSG는 16일(한국시간)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 위치한 파르크 데 스타드 마르셀 미슐랭에서 열린 2024-25시즌 쿠프 드 프랑스 32강전에서 프랑스 샹피오나 나시오날3(5부리그) 소속팀인 에스팔리를 상대로 4-2 승리를 거뒀다.
PSG가 1.5군을 선발로 내보냈기 때문에 PSG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이날 PSG는 브래들리 바르콜라를 비롯해 곤살루 하무스, 데지레 두에, 파비안 루이스, 워렌 자이르-에머리, 주앙 네베스 등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5부리그 팀을 상대로 각국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선발로 기용한 것이다.
그러나 공은 둥글었다. PSG가 전반 3분 만에 에스팔리의 최전방 공격수 케비스 그예치에게 헤더골을 실점하며 리드를 헌납하는 이변이 펼쳐졌다.
PSG는 에스팔리전에서 윌리안 파초와 베랄두 등 주전급 센터백 대신 18세 유망주 수비수인 악셀 타페-코브리사를 뤼카 에르난데스의 파트너로 세웠고, 타페-코브리사의 옆에는 동갑내기 풀백인 요람 자그를 배치했다. 두 어린 선수들은 경험이 부족한 탓에 경기 초반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본인들도 예상하지 못한 선제골을 터트린 에스팔리는 다섯 명의 수비수들을 중심으로 단단한 수비를 구축해 PSG의 공세를 막는 데 집중했다. PSG는 사실상 주전 선수들이나 다름없는 스리톱을 앞세워 에스팔리의 수비를 공략하려고 했지만 굳게 닫힌 에스팔리의 수비는 좀처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전반 37분 자이르-에머리의 동점골이 터지며 PSG가 균형을 맞췄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두에가 페널티지역으로 침투하는 자이르-에머리를 향해 패스를 보냈고, 이를 받은 자이르-에머리가 슈팅을 시도해 30분 넘게 닫혀 있던 에스팔리의 골문을 열었다.
전반전 막바지 자이르-에머리의 동점골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PSG는 이른 시간에 교체카드를 꺼내기로 결정했다. 엔리케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중앙 미드필더 루이스와 세니 마율루, 그리고 자그를 불러들이고 누노 멘데스, 비티냐, 그리고 이강인을 투입하며 세 장의 교체카드를 한꺼번에 썼다.
함께 들어간 이강인과 비티냐는 금세 중원에 활력을 더했다. 비티냐가 중앙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이강인이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날카로운 패스와 연계 및 탈압박 능력으로 상대 수비진영을 휘저었다.
이강인은 PSG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후반 14분 두에에게 정교한 패스를 찔러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으나 두에가 이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후반 18분에는 먼 거리에서 직접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해 득점에는 실패했다.
교체 자원들의 활약 덕에 힘을 얻은 PSG는 이내 두에의 역전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21분 앞서 이강인의 패스를 받고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두에가 바르콜라의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역전골을 터트려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이후 PSG는 막센스 푸르넬에게 재차 동점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막바지 바르콜라와 하무스의 연속골을 앞세워 4-2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쿠프 드 프랑스 16강 진출에 성공, 대회 2연패를 향해 힘차게 나아갔다. 에스팔리는 쿠프 드 프랑스에서 프랑스 리그1(리그앙)의 거함 PSG를 잡고 대회 16강에 오르는 꿈을 잠시 꿨지만 결국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이강인은 두 번의 예리한 키 패스를 시도하는 등 찬스 메이킹에 집중했으나 동료들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어시스트를 쌓는 데에는 실패했다. 축구통계매체 '폿몹'에 따르면 이날 이강인은 패스 성공률 88%(33/41), 기회 창출 2회, 유효슈팅 1회(100%), 드리블 성공 1회(100%), 리커버리 2회 등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이강인은 이번 경기를 통해 자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지난 2023년 PSG에 입단한 이강인은 입단 첫 시즌이었던 2023-24시즌에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참가하느라 주전 경쟁에 온전히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팀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시즌 이강인은 리그에서만 17경기(선발 10경기)에 출전해 6골 3도움을 올렸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와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 심지어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해 펄스 나인(가짜 9번) 역할을 맡는 등 다방면에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덕에 PSG의 키 플레이어로 여겨지고 있다. 장점인 탈압박 능력과 킬러 패스 능력도 한층 발전한 모습이다.
아쉬운 점은 이강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이 PSG에서 확고한 주전으로 거듭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강인을 지도하고 있는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의 다재다능함을 높게 평가하면서 이강인을 아끼고 있지만, 스스로에 대해 "불공평한 사람"이라고 칭할 정도로 선수들의 로테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해 특정 선수에게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하지는 않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