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선수들이 지난 5일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마법은 늘 예상하지 못할 때 일어난다.
KT 위즈는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5-6으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2회초 LG 박동원에게 선제 솔로 홈런을 맞은 뒤 2회말 배정대의 안타와 상대 실책 등으로 1-1 동점을 이뤘다. 3회초 홍창기의 우중간 적시 2루타로 역전당하자 3회말 오재일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2-2를 만들었다. 김상수의 적시타를 더해 3-2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5회초 오스틴 딘에게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점수는 3-5. 6회초 홍창기의 희생플라이로 3-6까지 벌어졌다. 힘없이 지는 듯했으나 9회말 배정대가 투런포로 5-6까지 뒤쫓았다. 대타 천성호와 김민혁이 범타로 물러나 3차전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KT는 앞서 잠실에서 원정경기로 치른 1, 2차전에서 1승1패를 빚었다. 1차전 3-2 승리 후 2차전 2-7 패배로 아쉬움을 삼켰다. 3차전까지 내주며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0%'가 됐다. 역대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2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1승1패인 경우, 3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이 100%(6회 중 6회)에 달했다. 이 수치는 LG가 차지했다.
이제 KT가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딱 한 가지다. 1승2패에 몰려 있어 남은 4, 5차전서 모두 승리해야 한다. 4차전은 9일 수원서 열리며 5차전은 성사될 경우 11일 잠실에서 펼쳐진다.
주어진 확률은 0%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KT는 이미 올가을 기적을 선보였다. 정규시즌을 5위로 마친 뒤 4위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연승을 거뒀다. 당당히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2015년 와일드카드 도입 후 5위 팀이 4위 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KT가 최초의 기록을 썼다. 그래서 KT는 또 한 번 '0%의 마법'을 노리는 중이다.
KT 위즈 선수단이 지난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승리한 뒤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짓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당시 0%의 확률을 깨고 최초 와일드카드 업셋을 이뤄냈다. 엑스포츠뉴스 DB
우선 4차전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잘 버텨줘야 한다. 쿠에바스는 명실상부 '빅게임 피처'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7경기 37⅓이닝에 등판해 4승1패 평균자책점 2.41을 자랑했다. 2021년 KT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을 때도 쿠에바스가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 1-0 승리에 앞장섰고, 한국시리즈서도 호투했다.
쿠에바스는 지난 2일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1차전에도 선발투수로 나서 6이닝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올해 정규시즌 LG전 성적은 좋지 않다. 1경기에 등판해 5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다만 6월 8일 경기로 시간이 꽤 지났다는 점, 7~8월엔 더 좋은 투구를 보여줬고 올가을의 첫 단추도 잘 끼웠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KT 입장에선 호투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타선에선 황재균, 김상수, 배정대 등이 살아나는 중이다. 와일드카드 2경기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황재균은 준플레이오프서 타율 0.500(10타수 5안타)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차전서 2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뒤 2차전서 4타수 2안타 1타점, 3차전서 4타수 3안타를 생산했다.
김상수의 준플레이오프 타율 역시 0.429(7타수 3안타)로 좋다. 1타점을 얹었다. 배정대는 3차전 투런 홈런으로 화력을 높였다. 준플레이오프 성적은 타율 0.364(11타수 4안타) 1홈런 2타점이다.
LG는 4차전 선발로 디트릭 엔스를 예고했다. KT는 앞서 1차전서 엔스와 맞붙었고, 엔스는 5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사흘간 짧은 휴식 후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KT의 창과 엔스의 방패가 다시 격돌할 예정이다.
분명 쉽지 않은 길이지만, KT는 끝까지 걸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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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