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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필로그] 유승호→고준희 '엔젤스 인 아메리카', 난해하지만 가치 있는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4.08.21 13:50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또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한 마천루들이 즐비하고 상업·관광의 중심지 타임스퀘어, 뮤지컬 연극이 밀집한 브로드웨이, 거대한 센트럴 파크를 품은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부유한 도시다. 

늘 그렇듯 밝은 겉모습 이면에는 암울한 그림자도 존재한다. 1980~90년대 미국은 더 그러할 터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진 않았어도 당시의 혼란스러운 풍경은 오늘날 연극, 뮤지컬을 통해 엿볼 수 있다.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종교, 인종, 성향, 정치 등 각종 사회 문제와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하고 있다.

‘옛것은 모두 죽음을 마주할 것’이라는 예상 아래 새 밀레니엄을 앞둔 세기말의 혼돈과 공포를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서사로 빚은 작품이다. 1991년 초연했으며 1993년 브로드웨이 초연 시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을 받았다. 



멜팅팟(Melting Pot). 이민자들로 구성된 국가에서 여러 인종·민족·문화가 섞여 하나의 동질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특히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들이 뒤섞여 사는 뉴욕은 멜팅팟이란 단어와 정확히 상응하는 곳이다. 

그 뒤편에는 비주류 소수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몰몬교인, 동성애자, 흑인, 유대인, 에이즈 환자 등 차별과 편견의 표적이 되기 쉬웠던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야기 같이 어두운 주제들을 이어간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코믹한 요소가 있어 관객의 웃음도 유발한다. 

분위기와 장르, 풀어가는 방식은 많이 다르지만 1990년대 뉴욕의 젊고 가난하고 불안한 예술가들의 에이즈, 퀴어, 마약, 예술, 사랑 소재를 다룬 뮤지컬 ‘렌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20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부담스럽지만, 뚜렷한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들을 등장해 지루하지 않고 몰입이 된다.

다만 프라이어에게 예언을 전하기 위해 천국에서 천사가 내려오는 등 현실과 환상을 교차하며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난해하고 어렵게 받아들이는 관객이 많을 것 같다. 본질적으로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겠지만, 미국의 정치, 종교, 역사 등 배경지식을 알고 가야 더 와닿는다.

파트원은 캐릭터의 특성과 이들의 관계성을 나열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이야기가 깊이 있진 않는데, 파트투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는 충분하다. 무대는 다소 커보이긴 하지만 좌우로 나뉘어 장소를 전환하며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신유청 연출의 지휘 속 유승호, 손호준, 고준희, 정혜인, 이태빈, 정경훈, 이유진, 양지원, 이효정, 김주호, 전국향, 방주란, 태항호, 민진웅, 권은혜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모여 화제가 됐다.

유승호는 연인을 잃은 슬픔과 에이즈의 고통에 괴로워하고 천사의 목소리를 듣는 프라이어 역을 맡았다. “게이 역에 100% 다가갈 수 없어도 노력 중"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한 그는 아직 맞춤옷을 입었다고 할 순 없지만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오랜만에 복귀한 고준희는 조셉 피트의 아내이자 약물에 중독된 여인 하퍼 피트라는 흥미로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무난하게 역할을 소화하지만 관객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느끼도록 캐릭터와 더 일체감있는 연기를 보여주면 좋을 듯 싶다.



중년배우 이효정의 관록이 눈에 띈다. 자신이 에이즈가 아니라 간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등 정체성을 거부하는 변호사 로이 콘으로 분했다. 에이즈를 받아들이는 프라이어와 명확하게 대비되는 연기를 펼친다.

상대역으로 함께 무대에 서는 아들 이유진이 프레스콜에서 "첫 리딩을 하면서 모두가 놀랄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셨다. 없던 존경심이 생겼다“라고 밝힌 것처럼, 상류층에서 에이즈 환자로 극적인 변화를 맞는 로이 콘의 양면적인 심리를 오랜 연기 내공과 연륜으로 표현한다.

사진= 글림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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