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전도연은 어떻게 먹이사슬 밑바닥에서 살아남았나.
'리볼버'(감독 오승욱)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 분)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오승욱 감독은 전도연의 '의뢰'로 '리볼버'의 집필을 시작했고, 4년간 집필 끝에 완성된 대본은 전도연을 주인공으로 작성됐다. 그렇기에 '리볼버'의 수영은 전도연에게 맞춤옷처럼 딱 알맞다.
과거의 수영은 '무뢰한'의 김혜경을 닮았기에 낯설지 않은 모습이고 "품위가 있었으면 했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출소 후의 수영은 180도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전도연만 완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영의 복수는 요란하지 않다. 오로지 약속받은 대가와 무엇보다도 사수하고자 했던 자신의 보금자리를 위해서만 움직인다. 왜냐면 그는 '투명인간'이기 때문이다.
'리볼버'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오로지 돈으로만 움직인다. 철저한 약육강식이다.
먹이사슬 바닥쯤으로 보이는 윤선(임지연)과 조사장(정만식)은 '가게를 차려줄지도 모르는' 본부장(김종수)에게 '머리를 박아'야 하는 수준이지만, 본부장은 투자 회사 이스턴 프로미스의 실세이자 대표인 그레이스(전혜진)에게 모든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돈줄을 쥐고 세상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은 그레이스에게 아킬레스건은 움직이기만 하면 사고를 치는 앤디(지창욱)다. 그런데 우스운 점은 바닥보다 저 아래,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최하위층 수영이 앤디의 정강이를 부숴버린다는 점이다.
이렇게 틀에 박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생태계를 역전시켜 버리는 수영의 직진행보는 통쾌함을 전한다. 복수야 늘 이루고 나면 '소주 한 잔'처럼 씁쓸하지만, 수영은 비로소 투명인간에서 벗어나 자신의 얼굴을 찾는다.
전도연은 딱 맞는 옷을 입었고, 그를 지나쳐 가는 많은 배우들은 자신의 몫을 200% 이상 해내며 열연한다.
배우들의 연기력 외에도 볼거리는 많다. 영화는 포스터나 스틸컷 등에서 주는 강렬한 미장센이 돋보이면서도 장르는 정통 누아르의 무거운 중압감을 벗어나 블랙코미디의 결을 띈다. 거기에 '헤어질 결심', '공작' 등의 음악을 맡았던 조영욱 감독의 음악이 한층 더 몰입을 돕는다.
또한 복수하면 쏟아지는 액션이나 귓가를 때리는 총격 소리 등을 연상시키지만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작품의 제목이 '리볼버'이며, 전도연이 든 권총은 어디를 향했는지 지켜보면 좋다.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등이 출연하는 '리볼버'는 현재 극장 상영 중이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