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졸업'의 자문을 담당한 현직 강사들이 작품을 보 소감을 밝혔다.
tvN 토일드라마 '졸업'(극본 박경화, 연출 안판석) 서혜진(정려원 분)과 이준호(위하준)가 사제(師弟)에서 동료, 그리고 마침내 연인이 됐다. '호혜커플' 서혜진과 이준호의 짜릿한 경로 이탈은 어른의 연애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며 설렘 지수를 한껏 끌어올렸다.
설레는 로맨스와 함께 리얼하고 다이내믹한 대치동 풍경은 또 다른 재미를 더하고 있다. 대치동 어디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캐릭터들, 미처 몰랐던 학원가의 다이내믹한 풍경은 서혜진, 이준호의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앞서 안판석 감독은 "일과 사랑이 자연스레 녹아든 작품"이라고 밝혔고, 박경화 작가 역시 "서혜진과 이준호는 사랑을 이루어 가는 동시에 강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고, 가르치는 사람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학원이라는 공간은 '졸업'의 주요 배경이기도 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 자체를 담은 소재이기도 한 것. 이렇듯 현실에 발을 디딘 로맨스인 만큼, 안판석 감독은 리얼리티에 공을 들였다.
이에 자문을 담당한 현직 대치동 국어 강사 심찬우, 차민주 선생이 시청자들의 궁금증에 직접 답했다.
Q1. '졸업'의 자문 참여를 결정한 이유는?
심찬우 선생 : 박경화 작가님의 열정, '강사 심찬우'에 대해 많은 것을 조사했다는 점에 놀라웠다. 국어 교육, 사교육의 현주소 등 다양하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자정이 넘어서까지 나눴는데 너무 흥미로워 자문 결정을 했다.
차민주 선생 : 저 역시 서혜진, 이준호처럼 초보 강사 시절 저를 가르친 팀장님과 같은 학원에 만나 결혼했다. 자문 의뢰를 받았을 땐 신기하기도 했고 책임감도 들었다. 학원 강사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을 잘 전달하고 싶었다. 제작진분들이 학원 강사의 삶에 대해 무척 진지하게 접근하신다는 믿음이 생겨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Q2. 현직 대치동 강사의 시점에서 바라본 드라마 '졸업'은?
차민주 선생 : 학원 강사의 반복적인 삶이 잘 반영된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를 필요로 하는 학생'에 의해 변화하는 서혜진의 모습에도 큰 공감을 했다. 강사에게는 '나'를 필요로 하는 학생이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 또 강사들의 일상이나 업무 환경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지 않기에 주변 강사들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매주 연락을 많이 받는다.
심찬우 선생 : 현실과 차이가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에 따른 다양한 의견도 있지만, 이 또한 작가님께서 보시는 사교육의 한 모습이라는 생각에 재밌게 공감하며 시청하고 있다.
Q3. 극 중 학원가의 스펙터클한 에피소드가 현실에도 있는 일인지?
차민주 선생 : 수업 시간표로 눈치작전을 벌이는 경우는 많다. 수강생들이 많이 들을 만한 수업과 겹치게 짤 이유는 없으니 다른 학원 시간표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무료 강의는 새로운 학교의 내신 수업을 준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학생 모집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사례를 묻는 작가님 질문에 무료 강의 이야기를 드렸는데, 이렇게 재밌는 에피소드로 반영될지 몰랐고 너무 흥미로웠다. 또, 제가 근무하는 학원에서는 실제로 공개 오디션으로 강사들을 선발하고 있다. 오디션을 보지 않더라도 새로운 학원에 입사하기 위한 시범 강의는 필수다. 학생들 앞에서 하는 강의보다 몇 배는 더 긴장되는 일인데, 극 중 이준호와 남청미(소주연)는 너무 능청스럽게 잘 해내더라. 이 점을 재미있게 봤다.
심찬우 선생 : 저도 무료 강의를 종종 했다. 수업 시간표를 짤 때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물론 대치동은 어느 시간에 수업을 해도 치열한 건 마찬가지다. '사제 출격' 마케팅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또한 수험생 때 공부했던 학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직에 계신 그 당시 선생님들과 모이면 옛날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Q4. 배우들의 연기는 어떻게 보셨나? 대치동 강사들과의 싱크로율은?
차민주 선생 : 드라마의 강의 장면 준비를 비롯해 배우들의 판서 기획과 연습을 담당했다. 정려원 배우는 지난 여름 매주 2, 3일씩 학원 강의실에서 판서 연습을 했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부터 제스처와 표정까지 디테일한 고민을 보며 배우라는 직업에 존경심이 들었다. 위하준, 소주연 배우도 여러 차례에 걸쳐 판서 연습과 자세 교정을 받았다. 작품 속 판서는 모두 배우분들이 직접 쓴 판서가 맞다. 한 번은 정려원 배우가 제가 퇴근한 후에도 판서 연습을 하다가 학원 보안 장치가 작동한 적도 있었다.
심찬우 선생 : 저는 특히 길해연(김효임 역) 배우의 오랜 팬이었는데, 제가 만났던 상담실장의 모습을 흡사하게 그려내는 걸 보고 '역시 길해연'이다 싶었다.
Q5. 자문을 맡으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심찬우 선생 : 학원에도 아이들과 같이 호흡하며 공감하고 고민하는 분들이 정말 많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차민주 선생 : 서혜진이 스타 강사로 등장하는 만큼 드라마 내에서 전문성이 드러났으면 싶었다. 지식적인 요소에 신경을 쓰면서도 드라마의 방향성에 맞도록 너무 어렵지 않은 지점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했다.
Q6. 8회까지 방송에서 가장 공감한 장면이나 인상 깊었던 장면은?
차민주 선생 : 8회에서 서혜진과 차소영(황은후)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울컥했다. "최신 유행어는 다 아는데 내 또래들의 삶은 잘 모른다"라는 서혜진의 대사가 강사들의 삶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했다.
심찬우 선생 : 실제 강사들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치열하고도 고독하다. '졸업'에서는 드라마 특유의 낭만과 유머가 더해져 표현됐다.
Q7. 현직 국어 강사로서 이준호의 '행간 고백'을 어떻게 봤는지?
차민주 선생 : 평소 문학 구절을 '밈'처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준호의 "행간 다 읽었죠"도 '밈'처럼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볼 때도 설레는 장면 중 하나였는데 위하준 배우가 정말 매력적으로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Q8. 마지막으로 시청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심찬우 선생 : 이번 자문 참여가 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작가님께서 "주인공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시청자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작가님의 깊은 고민처럼 마지막 방송에서 많은 분들이 드라마의 제목인 '졸업'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명작으로 마무리되기를 기원한다.
차민주 선생 : '졸업'이 여러분들의 삶에 잠시 휴식처럼 다가갈 수 있는 드라마가 된다면 저도 무척 행복할 것 같다. 끝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한편, '졸업' 9회는 오는 8일 오후 9시 20분 방송된다.
사진=tvN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