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 5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더블헤더를 치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던질 사람 없는데 내가 나갈까?"
KT 위즈는 지난 11일 두산 베어스와 팀 간 5차전이 비로 취소되면서 뜻하지 않은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늦봄비가 반갑지는 않았다. KBO는 올해 정규시즌 토요일 경기 우천취소 시 일요일 더블헤더 경기를 곧바로 편성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 편히 쉴 수도 없었다.
KBO는 지난해 10월 2024 KBO리그 경기일정 작성 원칙을 발표하면서 2024 시즌 더블헤더 시행을 명문화했다. 2023 시즌 우천취소 경기 수가 2022 시즌 대비 69%(42경기→72경기) 증가했고, 이로 인해 전체 잔여경기 일정이 늘어나면서 포스트시즌 일정이 늦어졌다.
KBO는 혹서기 7, 8월은 제외한 4~6월, 9~10월은 금요일, 토요일 게임 취소 시 이튿날 더블헤더를 진행하고 팀 당 특별 엔트리 2명을 추가로 운용할 수 있게 했다. KT는 지난 4월 21일 부산 사직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더블헤더를 치른 뒤 시즌 2호 더블헤더를 치르게 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12일 더블헤더 1차전 선발투수로 웨스 벤자민, 2차전은 육청명을 선택했다. 루키 육청명의 경우 두산 토종 에이스 곽빈과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이강철 감독은 "롯데와 올 시즌 첫 더블헤더 때는 부산 원정 중이었기 때문에 울고 싶었다"고 웃은 뒤 "그래도 오늘은 (홈 구장 수원과 가까운) 잠실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 5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더블헤더를 치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또 "더블헤더 2차전은 육청명이 선발투수로 나간다. (현재 1군 엔트리에서) 던질 투수가 없다"며 "내가 나가서 던져볼까? 내가 던지면 두산 쪽에서도 이승엽 감독이 타석에 나올 수도 있겠다"라고 말해 더그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강철 감독은 현역 시절 이승엽 감독의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내줬던 순간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해태 유니폼을 입고 1995년 5월 2일 광주 무등야구장 홈 경기 때 선발투수로 나와 삼성 루키 이승엽을 상대했고 홈런을 허용했다.
이강철 감독은 "나한테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낸 선수들은 나중에 다 크게 됐다. 이승엽 감독도 그렇고 김기태 감독도 나에게 통산 1호 홈런을 쳤다"고 웃은 뒤 "이승엽 감독한테 맞은 홈런은 지금도 기억난다. 내가 던진 커브를 제대로 받아쳤다"고 회상했다.
이강철 감독이 직접 등판해 보겠다는 농담을 꺼낸 건 현재 KT 마운드 사정 때문이다. KT는 에이스 고영표가 오른쪽 팔꿈치 굴곡근 부상으로 지난 4월 5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며 선발 로테이션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최근 팀이 6연승을 내달리고 있는 가운데 5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KT 위즈와 더블헤더를 치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이강철 감독은 일단 루키 원상현, 육청명 두 명에게 기회를 주는 방향을 택했다. 하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 2명으로 동시에 선발투수로 기용하는 건 여러 가지로 데미지와 리스크가 크다.
희망적인 건 고영표가 피칭 훈련을 시작, 1군 복귀 준비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2020 시즌 신인왕 소형준도 오는 6월 복귀가 유력하다.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가 복귀하면 육청명, 원상현 중 한 명을 불펜으로 돌릴 수 있다. 6월에는 소형준이 돌아오고 그때는 정규시즌 80경기 이상 남아 있다"며 "지금도 상위권 팀들과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해볼 만한 상황이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고영표, 소형준은 모두 피칭에 들어갔다. 부상 중인 이상동까지 같이 복귀하면 더 괜찮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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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