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연극 '클로저'가 8년 만에 돌아왔다.
연극 ‘클로저’가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하고 있다.
영국의 연출 겸 극작가 패트릭 마버의 대표작으로, 1997년 5월 런던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위태롭게 얽힌 네 남녀의 뒤틀린 관계와 사랑으로 인한 집착과 욕망, 진실의 의미를 깊게 조명했다.
2004년에는 영화 감독이자 연극 연출가인 마이크 니콜스가 감독을 맡고 원작자인 패트릭 마버가 시나리오를 맡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당시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이 주연을 맡았고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22년에는 웨스트엔드 초연 25주년을 맞아 클레어 리지모어 연출이 이끄는 런던 프로덕션에서 변화를 꾀해 새로운 '클로저'를 공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와 관계가 가까워지며 겪는 불안과 복잡한 감정, 그로 인해 끝을 맞이하는 연애 등 관계의 생성과 소멸을 진지하게 탐구한다.
그동안 문근영, 엄기준, 진경, 이윤지, 신성록, 진세연, 박소담, 김선호, 박은석, 김소진, 서현우 등이 거쳐간 다운데 이번 시즌에는 이상윤, 진서연, 김다흰, 이진희, 최석진, 유현석, 안소희, 김주연이 출연하고 있다.
2일 진행한 '클로저'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은 1장부터 6장까지 하이라이트를 시연했다.
김지호 연출은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 대본이다. 어떻게 하면 원작자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을까 했다"라고 말했다.
김지호 연출은 "사람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관객이 받아들일 때 어떻게 하면 표면적인 내용에서 멈추지 않고 그 안의 내용을 받아들일까 고민했다. 작가는 집요하게 사랑의 사이클에서 힘들고 안 좋은 부분만 골라서 보여주고 있다. 다소 차별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서사, 폭력적이거나 음담패설 같은 대사가 많이 등장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가 이를 옹호하거나 좋다고 쓴 건 아니다. 이것을 비웃고 놀리는 느낌이다. 영국에서 초연했을 때 코미디로서 작품상을 받았다. 자학과 해학의 결합이라고 느꼈다. 이 작품을 보고 웃고 웃음이 씁쓸하게 남을 수 있어야 블랙 코미디 요소를 전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웃으면서 볼 수 있을까 했다"며 고심한 부분을 밝혔다.
그러면서 "번역부터 새롭게 진행했다.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하려고 했다. 한국 관객들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대본 전반적으로 각색을 진행했다. 영국적으로 먼저 다가가고 한국적으로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고 말했다.
미술 부분도 달라졌다면서 "연출과 창작진이 바뀌면서 변화가 자연스러웠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시각화를 위해 테이블, 벽을 활용했다. 서로 다른 것들을 억지로 이어붙인 것처럼 보이려고 했다. 안나의 시각, 안나의 공간이라는 콘셉트도 있다. 안나의 스튜디오를 표방하는데 하얀 톤과 벽에 걸린 액자가 그렇다. 액자 안이 비어있는 것도 안나를 표현한다. 다소 편향적일 수 있는 서사를 균형적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상윤과 김다흰은 원칙과 안정을 추구하지만 일탈을 꿈꾸기도 하는 공공의료기관의 의사 래리를 맡았다.
이상윤은 "이 작품이 쓰인 영국에서는 아직은 신분적인 게 남아있는데 래리는 위에 있는 사람을 만나서 자기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라는 직업이 많이 인정받는 직업이지만 영국에서는 공공의료 일을 하는 의사라고 하면 우리나라만큼 대우를 받지는 못하다고 하더라. 그런 것에 있어 답답함도 있어 더 위를 향해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분석했다.
그는 "안나라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서 이성적으로 호감이 있으면서도 이 사람이 가진 높은 배경도 갖고 싶어하고 여기에 맞추기 위해 개인 진료로 넘어가기도 한다. 마지막 장에 '제 자리를 찾은 것 같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나에게 맞지 않는 곳이라는 걸 알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려냈다"고 덧붙였다.
김다흰은 "연습하면서 팀원들 특히 래리 형님, 연출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대본 안에 있는 것들, 코미디적인 요소를 잘 살릴 수 있을까 신경 썼다. 소소한 코미디적인 요소가 찾으면 찾을수록 많이 있다고 느껴졌다. 많이 찾아나가 보려고 했고 인물이 가진 전형성을 탈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폭력적으로 보이거나 되게 의사 타입으로 보이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진짜처럼 보일 수 있을까 했다"고 이야기했다.
진서연과 이진희는 이성적이고 스마트한 상류층 사진 작가 안나를 연기한다.
과거 앨리스를 연기해봤던 진서연은 "데뷔작이 '클로저'의 앨리스였고 16년 만에 안나를 하게 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다"라며 감회를 드러냈다.
이어 "어릴 때는 앨리스의 정서만 알았다. 사랑이 힘들고 고통스럽고 외로웠는데 벗어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이제 나이도 먹고 안나 역할을 하면서 느낀 점은 모든 사람들은 매순간 선택한다. 그때도 선택하고 지금도 하는데 안나는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고 언제나 자기 감정에 충실했다. 모든 사람이 다 똑똑한 선택을 하지 못할 거라는 게 관객과 배우의 공통된 마음이 아닐까 한다"라고 짚었다.
이진희는 "안나는 굉장히 상류층의 환경에서 자란 사진작가로 설정돼있다. 대본에서 힌트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힌트가 래리의 말이다. 래리의 욕망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울하고 공허하고 외로운 지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희는 "사람을 만나는 방식을 어디에서 찾을까 했는데 사진을 찍는 것에서 힌트를 가져왔다. 버려진 건물을 찍고 슬픈 사람들을 아름답게 찍고 추함 속에서 미를 찾는다고 앨리스가 이야기하듯이 마지막에 결국 이들과 헤어지고 길가에 주인 없는 강아지를 데려오는 사람이 안나다. 굉장히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이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갈등을 겪는지 보시면 더 재밌게 보실 것 같다"며 관전 포인트를 언급했다.
최석진과 유현석은 부고문 담당 기자 댄으로 분했다.
최석진은 "댄이 '사랑해'라는 사전적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을까 생각했다. 상대방의 상황, 지금의 감정에 따라 사랑한다는 표현이 어떨 때는 고마워서, 어떨 때는 미안해서 할 때도 있다. 용도가 다르게 그 의미를 전달하려고 한다. 사전적으로 '사랑해'보다는 그 상황에 맞게 변해가는 것 같다"라며 댄의 심리를 언급했다.
유현석은 "'사랑해'를 뱉을 때마다 객석에서 한숨 소리가 나온다. 다른 공연과 차이점은 다른 공연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표현할 때 내가 가슴이 벅차서 감정이 이길 수 없어 말하는데 그럴 때는 상대방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클로저'에서는 다르게 느껴진 것 같다"라고 구분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댄이 진심이 아니라는 건 아니다. 항상 진실되고 사랑을 믿고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안소희와 김주연은 런던에 살면서 뉴욕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하는 앨리스 역을 맡았다.
연극에 처음 도전한 안소희는 "연극에 대해 이전에도 관심이 있었고 주변 선배분들, 동료분들에 이야기를 들었다. 종종 무대를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 기회가 있을까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안소희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에 '클로저'와 기회가 닿았다. 이전에 영화를 봤는데 그 당시 인상이 깊었다. 시간이 지나고도 생각했고 다시 본 적도 있을 정도로 기억에 남은 작품을 제안해 주셔서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에 참여하게 됐고 연극에 도전했다"며 무대에 오른 계기를 설명했다.
안소희는 하이라이트 시연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앨리스의 직업(스트리퍼)도 그렇고 담배와 가까운 모습 등이 있는데 부담된다기보다는 다양한 매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너무 흥미로운 캐릭터다. 부담스럽고 불편하고 어렵다기보다는 새로운 모습을 연기할 수 있어 좋았다"며 앨리스 역에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처음 도전하는 연극이다보니 어떤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다기보다는 어떤 이미지를 보실까 궁금하다. 어떻게 보셨는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고 기다리고 있겠다"라며 관객의 반응을 기대했다.
사진= 고아라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