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지우학' 이재규 감독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힐링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
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 분)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을 비롯해 영화 '완벽한 타인',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다모'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힙하게', '눈이 부시게' 등의 극작을 맡은 이남규 작가와 의기투합해 힐링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완성해 냈다.
이재규 감독은 "필름몬스터라는 제작사를 만들면서 힙한 드라마, 자극이 되는 이야기, 힐링이 되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모토였다. 원작은 동물이 나오는 우화더라. 이게 영상화 가능한 이야기일까 고민하기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서울 시민 중 절반은 마음의 병이 있다고 할 만큼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는데, 이 이야기가 고민하던 세 축 중에 한 축은 만족 시킬 수 있을 것 같고 어쩌면 세 축 모두 만족시키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적, 심리적 문제가 있다고 하면 정신력이 약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정신질환과 정신력은 무관하다고 하다"라며 "저희가 가진 문제가 사회적 공감이나 스스로나 타인의 인식에 있는 것 같다. 자기 사진을 들여다보고 치료를 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연춣하며 스스로도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이 감독은 "전작이 좀비물이었다. 원인도 해결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했지만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마음이 편하더라"라며 "울컥하는 순간이 몇 번 있었는데, 와이프와 아이, 부모님과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다"고 털어놨다.
작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의료진의 자문을 받았다는 이 감독은 "의료진들이 의학적으로 잘못됐다거나 위험 요소는 있지만 극 중 용인될 수 있는 정도를 판단해 줬다. 또한 세트, 소품, 말과 행동도 확인했다. 촬영 동안에도 의학 장면인 경우에는 간호사들이 상주해 있었다. 자문을 받느라 두, 세 시간 정도 촬영을 멈춘 경우도 있었다"고 의료 자문 부분에 대해 강조했다.
실제로 간호사 출신인 배우도 출연하며, 제작사가 자문을 구하지 않은 다른 병원을 찾아가 도움을 얻은 배우도 있었다고. 또한 드라마 제작진은 단역 한 명 한 명에게도 신경을 많이 썼다.
이 감독은 "세트가 지어지면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에피소드별 주연 환자가 아니어도 단역 환자들의 프로필을 담은 책 한 권을 만들기도 했다. 어떤 과거 히스토리, 병명이 있고 오늘 차팅 내용은 무엇인지를 담아 모든 의료진에게 돌렸다. 연기를 하는 어떤 순간에도, 어떤 단역 환자를 만나도 '오늘 어떠세요?' 이런 말을 편하게 전할 수 있게 했다"며 작품을 위해 디테일한 부분에도 노력을 다했음을 밝혔다.
작품을 보고 나서 '나도 아픈 것 아닐까?'라는 후기도 있었다는 말에 이 감독은 "시청자들이 불안하시라고 만든 건 절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드라마를 만들면서 나도 기대가 많이 됐다. 작품 속 의료진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어딘가엔 이런 의료진이 있길, 나도 힘들 때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보시는 분들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갈등이 세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시청자가 많이 보이는 건 피할 수 없다. 우리 드라마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이 좋아해 주실까 고민도 많았다. 그래서 작품을 설명할 때 잔잔하다고 이야기 많이 했는데 전혀 안 잔잔하다고 하더라(웃음)"라고 말했다.
그는 "선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 이런 시선도 필요한 것 같다. 물론 이런 이야기만 있어서는 안 되고 '오징어게임'처럼 시니컬하게 인간을 바라보는 순간도 필요한 것 같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으면 좋다"라며 다양한 작품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어릴 때 버스 타고 가족들과 중국집에 갔다. 갈 때 부모님과 다른 걸 시키자고 간다. 그래도 꼭 가면 똑같은 걸 먹는다. 사람들이 익숙한 걸 찾을 수밖에 없다. 요리사가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려면 다른 음식을 많이 찾아야 하듯이, 시청자들도 새로운 작품을 많이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사진=넷플릭스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