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손흥민이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주장 완장을 차게 된 뒷얘기를 공개하며 "살면서 가장 긴장했던 순간"이라고 고백했다.
토트넘은 지난 20일(한국시간)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다니엘 레비 회장,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리고 주장 손흥민 등 남여 구단 관계자 5명과 팬 포럼을 개최, 팬들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 팬 포럼은 지난 2017년 이후 6년 만에 토트넘이 팬들을 초대한한 오프라인 행사였다.
질문 중엔 올 시즌 개막 앞두고 이뤄진 손흥민의 주장 임명도 포함됐다. 손흥민은 지난달 12일 프리미어리그 개막 직전 새 주장으로 뽑혔다.
포럼 사회자가 손흥민에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미리 언질을 줬느냐는 질문에 손흥민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더듬었다. 손흥민은 "임명 당일에 알았다"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 살면서 가장 긴장했다. 선수들에게 연설도 해야했고 언론에도 나서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나가서) 박수만 스무번 친 것 같다"고 해서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손흥민은 이어 "(토트넘과 같은) 빅 클럽에서 주장 완장을 차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포럼에 모인 팬들은 따뜻한 박수로 화답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기성용이 완장을 내려놓자 손흥민이 이를 물려받았다. 사회자는 해당 사실을 짚으면서 대표팀에서의 주장생활에서 배운 점 중 무엇을 토트넘에게 가져다주고 싶은지 물었다.
손흥민은 "(대표팀) 주장 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팬과 선수들에게 항상 모범이 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주장직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린 셈이다.
또한 "대표팀에서 (처음) 주장을 맡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종종 실수를 하고, 못하는 점도 보였다. 그러나 (토트넘 같은) 큰 구단에서 주장이 된다면 옛 경험으로부터 배운 점도 능숙히 활용할 줄 알아야한다"며 토트넘에선 보다 성숙한 주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손흥민은 토트넘 주장이 된 뒤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동료를 끌어들이는 리더십으로 호평 받고 있다.
골 가뭄과 대내외적 문제로 부진에 빠져있던 팀 동료 히샤를리송이 지난 16일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1득점 1도움을 올리며 활약하자 손흥민은 경기 뒤 선수들 뒤에 숨어 있던 그가 팬들로부터 온전히 응원받을 수 있게 관중석 쪽으로 밀어줬다. 복수의 영국 매체가 이를 가르키며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 주장 임명을 처음부터 고려하고 있었음을 알렸다.
그는 포럼에서 "쏘니(손흥민의 애칭)가 좋은 주장이 될 것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며 "생각보다 매우 쉬운 발탁이었다"고 했다. 또한 "(손흥민이) 실력도 좋지만 팀에서 선수들과 화기애애하고 또 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 선임 이유를 밝혔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입단, 어느 덧 토트넘 9년차가 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어 "선수들과 있을 때 손흥민을 주장으로 공개 임명한 이유는 팀원들과 잘 지내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함께 기쁜 소식을 즐기라는 배려"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도 손흥민을 크게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주장 임명을 알리기 위해) 둘이서만 어색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싫었던 것도 있다"며 웃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주장이 된 첫 시즌 프리미어리그 초반 5경기에서 4승 1무를 기록, 맨시티(5전 전승)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당 20~30골을 넣는 주포 해리 케인이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해 득점 공백이 우려됐으나 손흥민과 새로 입단한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을 중심으로 팀을 똘똘 뭉쳐 포스테코글루 새 감독의 주문을 잘 소화하고 있다.
다만 토트넘이 초반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해볼만한 팀들과 싸웠다는 평가도 있어 아스널과의 더비 매치 결곽가 기대된다. 토트넘은 24일 오후 10시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경기장에서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사진=토트넘 SNS, 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