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치악산'(감독 김선웅)의 제목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답 없는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9월 13일 개봉을 앞둔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공포 영화다.
영화는 1980년 치악산을 배경으로 18토막이 난 시신 10구가 잇따라 발견되고 비밀 수사가 진행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치악산이라는 장소와 1980년대라는 시간 설정, 토막 살인 사건 수사 등의 내용은 모두 허구다.
영화 개봉 소식이 알려진 후 김선웅 감독의 SNS 계정을 통해 '치악산'의 비공식 포스터가 온라인 상에 퍼지며 공식 포스터로 와전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포스터에는 토막난 시체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충격적인 비주얼을 본 누리꾼들은 "혐오스럽다"는 비판을 전했다.
이에 김선웅 감독은 "개인 SNS에 게시한 개인적 용도의 콘셉트 아트가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 온라인에 배포된 경로와 방식에 관계 없이, 해당 이미지를 보고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정중히 사과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비판 여론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온라인 상에서 뜻하지 않은 화제를 낳으며 '치악산'이라는 영화의 존재를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원주시 측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원주시는 '치악산' 제작사에 '사실이 아닌 괴담 수준의 내용으로 인해 대표적 관광자원인 국립공원 치악산과 지역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며 영화 제목을 변경해줄 것과 영화 도입부에 '실제가 아닌 허구', '지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등의 문구를 삽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후 원주시 측은 제작사가 원주시의 요청을 거부했다며 '치악산'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치악산' 측도 "제목은 변경할 수 없다", "재촬영은 어렵다"고 알리며 "원주시와 원만한 합의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양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이어가던 중 31일 '치악산'의 언론시사회는 일정 변경 없이 그대로 진행됐다. 이어진 간담회 자리에서도 무거운 분위기 속 감독과 배우들에게 이번 논란과 관련된 질문이 집중됐다.
김선웅 감독과 배우 윤균상은 영화의 제목으로 인한 논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런 구설에 오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만들지는 않았다", "영화를 찍은 배우의 입장에서는 제작사와 원주시가 서로 원만한 합의를 하고,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치악산' 제작사 PD가 나선 질의응답에서도 논란이 된 상황들의 합의점을 찾은 부분보다는 "해결하려 노력하겠다"는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됐다.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의 오성일PD는 이 자리에서 "(제목 변경은) 무조건 안 된다고 한 적이 없다. 양해를 구한 것이었는데, (기사로 입장이 나가는 과정에서) 와전이 된 것 같다. 영화의 제목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은 공문으로 보내놓았다. 하지만 대사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힘들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었다. 개봉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있어서, 원만한 합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논란 후 계속해서 시간이 흐르는 중 "원만한 합의를 해나가겠다"는 이야기만 반복해서 전해지며 피로감을 낳고 있고, "'치악산' 측의 노이즈 마케팅이다"라는 의혹까지 번지는 중이다.
한편 이날 원주 치악산 구룡사를 비롯한 원주축산업 협동조합, 원주원예농협 협동조합,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금돈 등 4개 단체가 '치악산' 제작사를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원주시도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중앙지법에 제출할 예정이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고아라 기자, 와이드릴리즈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