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왕립축구협회장의 강제 키스 사태에 월드컵 우승을 이끈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 코치진을 비롯한 여성 코치들이 물러났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는 27일(한국시간)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에 속한 코칭 스태프 11명이 루이수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임 거부에 분노해 총 사퇴한다고 성명을 냈다고 전했다.
언론은 "빌다 감독의 스태프 11명이 루비알레스의 제니퍼 에르모소에 강제 키스를 한 행동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방식으로 비판하며 동시에 대표팀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라고 보도했다.
언론에서 밝힌 성명에서 이들은 "우리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에게 한 행동에 대해 강력하고 강한 비난을 표한다"라며 "지난 25일 있었던 왕립축구협회 비상회의 때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임을 발표하지 않았고 선수들이 느꼈던 것과 반대로 자신의 이야기만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25일 회의 뿐 아니라 몇몇 여성 코칭스태프들이 루비알레스 회장의 논문을 공유하는 자리에 맨 앞자리에 참석해야 했던 상처를 받은 기억들도 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들은 "이러한 이유로, 왕립축구협회의 리더가 야기한 용납할 수 없는 태도와 시위를 보며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여자 대표팀의 선수들의 성명, 루비알레스가 야기한 행동과 시위, 또 에르모소의 성명서에 대한 지지를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우리는 항상 가장 큰 동기와 전문성을 갖고 노력해 온 여자 대푵미의 구조조정과 전문화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며 이 성명을 끝낸다"라며 사임을 발표했다.
이드르이 명단은 여자 성인 대표팀은 물론 U17 대표팀 코치직을 겸임한 유지노 곤살로 마르틴, 블랑카 로메로 모랄레다 피지컬 트레이너, 소니아 트리바노 U19 여자대표팀 코치, 안데르 밋첼레나 하위 연령 대표팀 골키퍼 코치 등 연령별 대표팀 코치진도 포함돼 있다.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여자대표팀 사상 첫 우승이기에 선수들은 엄청난 기쁨을 한껏 누렸다. 하지만 이번 우승의 기쁨은 시상식에서의 루비알레스 회장이 저지른 행동으로 논란이 커지며, 우승의 기쁨보다 그가 일으킨 파문에 더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월드컵 챔피언이 된 스페인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곧바로 시상식을 진행했는데, 이때 단상 위에 있던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곧바로 입을 맞췄다. 루비알레스의 행동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입을 맞췄다면 엄연한 성추행이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당시 상황과 관련된 질문에 미소를 지었음에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밝히며 그의 행동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당초 루비알레스 회장은 충분히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이었음에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라디오 마르카와 인터뷰를 통해 "에르모소와 키스?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라며 별다른 뜻이 없었다며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사자인 에르모소도 라이브 당시와 달리 당시 상황을 해명하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에르모소는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입장을 내비치며 "친밀함의 표현이었다. 월드컵 우승으로 엄청난 기쁨이 몰려왔고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회장과의 관계엔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에르모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많은 인사들과 언론들이 루비알레스 회장을 비난했으며, 미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도 "내겐 받아들일 수 없는 거 같다. 우린 평등, 권리, 여성 존중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라며 "우리 모두 태도와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선수를 축하하기 위해 입술에 입을 맞추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비난과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루비알레스는 결국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다. 그는 사과 영상을 통해 "확실히 내가 실수를 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어떠한 악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일어났다. 당연한 일이라고 봤지만, 밖에선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상처받은 사람이 있기에 사과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배워야 하고, 중요한 기관의 회장인 만큼 더욱 조심할 것이다"라며 반성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여자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이자 우리 스페인이 두 번째로 우승한 월드컵인데, 이 사건이 축하 행사에 영향을 미쳤기에 슬프다"라며 자신의 실수로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의 성과가 일부 얼룩진 것에 대해 사과했다.
사건이 점점 커지면서 FIFA도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로 나서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곧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보도도 잇달았다.
FIFA는 "FIFA 징계위원회는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발생한 사건을 근거로 스페인왕립축구연맹 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에게 사건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해당 사건은 FIFA 징계 규정 13조 1, 2항을 위반하는 행위일 수 있다"라며 "FIFA 징계위원회는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진 후에 징계 절차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루비알레스 조사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FIFA까지 조사에 나서면서 사건이 커지가 스페인 '카데나 세르'는 "8월 24일부터 FIFA의 조사가 시작된 후 루비알레스 회장은 25일에 사임을 발표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데나 세르의 보도와 달리 루비알레스는 자신에 대한 여러 논란과 주장들이 사회적 암살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임을 거부한 것이다.
BBC는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여자월드컵 결승전 이후 보여준 행동에도 사임을 거부했다. 그는 협회가 소집한 임시총회에서 '나는 사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으며, '사회적 암살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루비알레스는 자신의 행동이 에르모소를 위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은 자발적인 키스였다. 상호적이고 행복하며 합의된 키스였다. 그것이 핵심이다. 합의된 사실만으로 내가 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며 사과를 번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루비알레스는 이외에도 여왕과 공주 옆에서 사타구니 부위를 붙잡는 등 논란의 행동이 더 있었기에 그가 주장한 '사회적 암살'이라는 내용이 팬들에게도 납득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스페인 축구계 상황은 혼란 속이다. 라리가 페미니 회장인 베아트리츠 알바레스는 루비알레스를 고소했고 정부에 그의 해임을 요구했다. 알바레스는 루비알레스에 대해 "그의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고 역겹다"라며 날선 비판을 했다.
루비알레스의 비상식적인 사임 거부 소식에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에르모소의 대표팀 동료인 알렉시아 푸테야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 끝났다"라며 "에르모소 너와 함께 한다"라고 동료에게 응원을 보냈다.
더불어 스페인 여자 대표팀 선수단은 스페인축구선수협회(FUTPRO)와 함께 공동 성명을 통해 루비알레스가 스페인왕립축구협회에 남아있는 한 국가를 위해 뛰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58명의 다른 선수들도 이에 동참해 보이콧을 선언했다. 나아가 이케르 카시야스, 이스코 등 남자 선수들도 루비알레스의 행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세르지 로베르토는 바르셀로나 여자팀 동료인 푸테야스의 성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FIFA는 26일 성명을 통해 "징계위원회 결과 축구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의 권한을 잠정 중지한다. 오늘부로 발효돼 90일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안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 넘어갔다. 진실공방이 진흘탕 싸움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루비알레스 회장과 에르모소, 양측의 이야기는 한동안 오랜 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Reuters,EPA,AFP/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