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엄태화 감독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함께 한 배우 이병헌의 연기에 혀를 내둘렀던 사연을 이야기했다.
엄태화 감독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배우 이병헌은 입주민 대표 영탁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2016년 '가려진 시간' 이후 7년 만의 신작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돌아온 엄태화 감독은 "배경이 아파트였다는 것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른 재난물이나 디스토피아물은 많이 있지만, 그 장소가 아파트라는 것이 끌리는 점이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제가 살아온 곳과 태어나서 자란 곳도 아파트다. 한국 사람들의 거의 절반 정도가 아파트에 산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한국사람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난물 장르로 가져온다면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14년 연재 이후 호평을 모았던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엄태화 감독은 이병헌과 함께 하게 된 배경과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 캐릭터에 변주를 둔 부분도 함께 설명했다.
엄태화 감독은 "원작에도 김씨 아저씨라는 주민 대표가 등장한다. (영화 속의) 영탁은 원작에서부터 비중이 높은 인물이다. 원작에서는 사실 영탁이 변화하는 인물은 아니었고 저도 한동안은 변화가 없는 버전으로 캐릭터를 가져왔다"고 얘기했다.
이어 "사실 영탁에 대해 새로운 신을 넣거나 이야기를 더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병헌 씨가 캐스팅 되고 나서 고민을 하다가 한 신을 추가할 수 있었다. 영탁이 폐허가 된 아파트를 돌아보는 장면인데, 그 신에서 이 사람의 마음이 변화하는 순간을 표현해보면 좋겠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촬영 당시를 돌아본 엄태화 감독은 "그 장면 하나로 이 인물이 다 설명이 안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안면의 떨림이나 눈빛으로 짧은 시간에 인물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대사 한 마디 없이 촬영하는 것이 굉장히 영화적인 순간들이라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또 "이병헌 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이지 않나. 이 역할을 제안 드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고, 잘 하실 것이라는 것에도 전혀 의심이 없었다. 빨리 답을 주셔서 너무 기뻤고, 이 영화를 정말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병헌 캐스팅 성사 당시 기뻤던 마음을 되새겼다.
이어 "박찬욱 감독님의 '쓰리, 몬스터'(2004) 연출부 막내였을 때 주연 배우이셨는데, 그래서 굉장히 어려운 선배님이셨음에도 저를 감독으로 항상 존중해주시려는 노력이 보여서 감사했다. 늘 한 컷을 끝내고 나면 '어땠어요' 물어봐주시고, 어떤 제안을 주실 때도 '이런건 어떠냐'며 편하게 제안해주셔서 정말 좋았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9일 개봉한다.(인터뷰②에 계속)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