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김성훈 감독이 영화 '비공식작전'을 통해 다시 스크린에 돌아왔다. 2016년 여름 '터널'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2일 개봉한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의 이야기를 담은 버디 액션 영화로, 1987년 레바논에서 발생했던 한국인 외교관 납치 사건 및 구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준비하고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비공식작전'이 뜻하지 않았던 코로나19 여파를 지나게 되면서 어느 때보다 더욱 집중하고, 매 순간 간절한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비공식작전'은 김성훈 감독과 '터널'의 흥행을 일군 하정우, 넷플릭스 '킹덤'(2019)을 함께 한 주지훈과의 재회로도 화제를 모아왔다.
김성훈 감독은 "이 영화를 찍을 때 '제 영화 인생의 마지막 영화를'이라는 마음이었어요. 너무 비장하게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요"라고 조심스레 입을 뗀 뒤 이내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영화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하정우, 주지훈 두 배우의 조합이 재밌겠다는 시선도 있었고 '또 보는 느낌'이라는 일각의 시선도 있었죠. 앞으로 영화를 몇 편 더 찍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마지막이라면 누구와 할래?'라고 했을 때 마지막까지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 두 사람이었죠."
'끝까지 간다'와 '터널', '킹덤' 시리즈까지 뜻하지 않은 위기에 처한 주인공들이 사력을 다해 위기를 헤쳐가는 스토리들을 작품 안에 균형 있게 녹여왔던 김성훈 감독은 "한두 명이 지난한 장애물과 고난에 빠져서 헤쳐나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일부러 투톱을 쓴 것은 아니죠"라고 차분히 설명했다.
'킹덤' 1편의 음악 작업을 위해 체코로 가던 비행기에서 '비공식작전' 원안을 처음 보게 됐고, '실화, 납치된 외교관이 살아있다'는 내용이 담겼던 다섯 페이지 쯤을 넘겼을 때 자신이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전한 김성훈 감독은 "어떠한 믿음으로 이어진 사람들이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 더 짧게 말하면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에 매료됐다"고 작품을 향한 애정을 함께 드러냈다.
'비공식작전'에 등장하는 1987년의 레바논 베이루트 속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모로코 로케이션을 택했고, 극 중 스위스 배경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잠시 국경이 열렸던 이탈리아 꼬모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김성훈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이었던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예를 들며 그 어느 때보다 디테일한 구성에 힘을 쏟았던 이유를 함께 밝혔다.
봉태규와 백윤식을 앞세웠던 이 영화는 한 여자를 둔 부자의 처절한 애정 경쟁을 그렸고, 스토리의 참신함은 인정 받았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 '끝까지 간다'로 복귀하기까지, 김성훈 감독은 8년이라는 긴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예전에 늘 썼던 말이 '대세에 지장없어, 괜찮아'라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작품이 폭망하고 나니까 정말 비참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죠. '내가 대세를 아나?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내가 그 대세를 알아야 하지 않나'라고요. (흥행 참패를 겪으면 느낀 것은) 저는 99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보기에는 70점이었던 것이에요. 일부러 안 고치고 틀리는 것까지 있으면 50점 짜리가 되고요."
그 이후로 '대세에 지장 없어'란 쓰지 않게 됐다는 김성훈 감독은 "그런 말을 또 쓴다면, '그 영화는 100% 망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최소한 제 눈에 보이는 것들, 아는 것은 다 하자는 마음이었죠"라고 털어놓았다.
"이번에도 시사회를 마치고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생각이 계속 나서) 새벽에 깨서 믹싱을 다시 하기도 했어요. CG 작업을 다시 한 것도 있는데, 아마 관객 분들은 모르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대세에 지장 없다'고 말하면 100% 망한다고 했잖아요. 그 때의 제 마음은 정말 자만이었던 것 같아요."
혹독했던 데뷔 이후의 시간을 지나면서 작품은 물론 한 명 한 명의 관객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진심까지, 매 순간 초심을 다잡고 있는 지금의 솔직한 마음가짐과 함께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따뜻한 시선을 기대하는 바람도 넌지시 드러냈다.
"데뷔 때만 해도 '관객들은 이럴거야, 관객들은 이런 걸 좋아해'라는 말을 많이 했죠. 첫 영화(의 실패)로 강제 칩거에 들어가면서 8년 동안 느꼈던 것은 같이 살고 있는 제 아내의 마음도 모르는데 일면식도 없는 4900만 명의 마음을 자신하고 판단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건방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제 작품을 봐주신 관객 분들을 보며) '제가 느꼈던 것을 같이 느낀 분이 있구나'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한 명 한 명이 모여서 5천만 명이 되길 바라지만, 그건 제 욕심이고요. 그래도 가능하다면 좋게 봐 주실 수 있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사진 =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