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2:59
스포츠

[한국시리즈 1차전]승부처 다시보기

기사입력 2005.10.16 03:54 / 기사수정 2005.10.16 03:54

손병하 기자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이 먼저 웃었다.

삼성은 대구구장에서 열린 '2005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하리칼라-권오준-오승환이 2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봉쇄하며 이어 던지고, 김종훈과 김재걸 등 백업 요원들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가며 우승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2005 프로야구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한국시리즈 1차전의 승부처를 짚어본다.

탄탄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한, 두 팀의 대결답게 시종 팽팽하고 긴장감이 흐르던 경기였다. 양 팀의 선발 투수인 리오스와 하리칼라는 각각 1회와 5회 두 점씩을 주며 흔들렸지만 연타를 허용하지 않으며 한번에 무너지지 않았고, 빗맞은 안타와 묘한 상황이 연출되며 기분 나쁜 실점을 했지만 선발 투수로서의 책임을 다해주었다.

승부는 의외의 변수에서 갈렸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택한 강공이 성공했는가 하면, 어쩔 수 없이 사용한 대타 작전이 기가 막히게 들어 맞았다. 그리고 베테랑의 뼈아픈 수비 실책이 결국 1차전의 승-패를 갈랐다.

#승부처 1. <5회 말, 김종훈-김재걸의 2루타 2방>

▲ 김재걸 선수
ⓒ2005 한국야구위원회
1회 2실점을 허용하고, 3회 1사 2-3루의 기회에서 한 점밖에 쫓아가지 못한 삼성의 공격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만 했다. 더군다나 7번 박진만과 8번 진갑용이 연속 사구로 출루하면서 리오스가 흔들렸던 순간이었다.

조동찬의 내야 땅볼로 1점을 선취하고 1사 1-3루의 기회를 잡은 삼성은 박종호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진갑용이 미처 홈 송구를 의식하지 못하고 서서 들어오면서 자동 태그아웃 되는 장면까지 곁들여지면서 초반 분위기를 두산이 쉽게 가져가는 듯했다.

대량 실점의 위기에서 1실점으로 선방한 두산은 4회 선두타자 홍성흔이 사구로 걸어나가면서 '위기 뒤에 찬스'를 잡아가는 듯 했지만, 베테랑 안경현이 하리칼라의 2구째에 성급한 승부를 걸며 병살타로 아웃. 좋은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5회 말, 이닝을 넘기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게 되는 리오스는 선발 진갑용에게 중전 안타를 맞으며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삼성 벤치는 9번 김종훈에게 번트를 지시했고, 김종훈은 두 번의 번트를 시도했지만 모두 파울이 되면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특히 두 번째 번트를 댔던 타구는 포수 바로 앞에 떨어지면서 두산의 포수 홍성흔이 병살까지 노릴 수 있었지만, 그라운드에 튀긴 공에 강한 역회전이 걸리면서 파울 라인을 벗어났다. 결국, 김종훈은 번트 실패로 어쩔 수 없이 강공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우월 2루타로 연결되면서 무사 2-3루의 황금 찬스를 맞게 되었다.

조동찬의 내야 땅볼로 동점에 성공한 삼성은 2번 박종호가 스퀴즈를 시도하다가 리오스의 공을 손가락에 직접 맞는 부상을 입고 김재걸로 교체되었다. 볼 카운트 2-2에서 갑작스레 타석에 들어선 김재걸은 볼 한개를 고른 뒤인 2-3 풀 카운트에서, 리오스의 5구째를 밀어쳐 우측 펜스를 직접 맞추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내며 결승점을 뽑아냈다.

김재걸이 리오스의 공을 그렇게 완벽하게 밀어쳐서 2루타를 뽑아내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중요한 순간에서 김재걸은 노장 그 이상의 몫을 해주었다. 지난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6으로 뒤지던 9회 말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마무리 이상훈과의 대결에서 커다란 중월 2루타를 치며 역전을 발판을 마련했던 기억이 되살아날 만큼 멋진 한 방이었다.

결국, 5회에는 김종훈의 번트 실패가 가져다준 2루타와 박종호의 부상으로 갑자기 타석에 들어선 김재걸의 2루타 등, 운이 따라준 두 개의 2루타로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

#승부처 2. <7회 말, 베테랑 안경현의 실책>

▲ 안경현 선수
ⓒ2005 손병하
두산에겐 7회에도 뼈아픈 장면이 연출되었다. 2-3으로 한 점을 뒤지던 두산은 선발 리오스를 내리고, 승리 계투조인 이재우를 투입하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믿었던 이재우가 삼성은 1, 2번 타자인 조동찬과 김재걸에게 2루타 포함 2안타로 무너지면서 넉 점째를 헌납하고 말았다.

문제는 그 이후의 상황. 무사 2루에서 이재우를 구원한 이혜천은 박한이에게 보내기 번트를 허용하며 1사 3루를 만들어 줬고, 이혜천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이재영은 첫 타자인 심정수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1사 1, 3루의 실점 기회를 제공하고 말았다.

두산은 8회와 9회 두 번의 공격이 남아있어 역전의 기회가 유효했지만, 두 점 그 이상으로 점수 차가 벌어지면 오승환이 버티는 삼성을 상대로 역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두산은 더 이상의 실점은 패배를 의미했고, 삼성은 한 점만 더 뽑으면 안정권이었다.

1사 1,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한수의 타구가 2루수 안경현 정면으로 갔고,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베테랑인 안경현이 타구의 바운드를 맞추지 못해 공을 놓쳤고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삼성은 5점째를 기록,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물론 안경현 바로 앞에서 바운드가 된 타구라 처리하기 쉽진 않았지만, 그 수비의 당사자가 최고 2루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노련한 안경현이었기에 그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았다. 안경현이 흘린 공을 유격수 손시헌이 재빨리 처리해 타자 주자를 잡아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두산으로서는 기록되는 실책보다 더 뼈아픈 순간이었다.

두산은 1회 빗맞은 안타 두 개로 2득점에 성공하며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했지만, 이후 2, 4, 5회 루상에 주자를 내보내고도 추가점을 뽑지 못해 삼성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게 되었다.

한편, 이 날 경기에서 양 팀의 선발 투수는 비교적 제 몫을 해주었지만, 중간 계투로 나온 선수들이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앞으로 한국시리즈의 승부는 경기 중-후반에 많이 갈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두산의 '믿을맨'이재우는 2연속 안타를 맞으며 1실점하며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고, 삼성의 권오준과 오승환도 위력적인 모습으로 타자를 압도하진 못했다. 특히 선동렬 감독이 '한국시리즈의 핵심'이라고 말했던 권오준은 제구력이 잡히지 않아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양 팀은 크게 기울어지는 전력의 차등 없이 예상대로의 팽팽한 승부를 펼쳤고, 그 틈에서 벌어진 작은 부분이 결국 한국시리즈 1차전의 승-패를 갈랐다. 


손병하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