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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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감독 선임으로 위기 탈출?

기사입력 2005.09.01 07:07 / 기사수정 2005.09.01 07:07

손병하 기자

본프레레 (前)축구대표팀 감독이 사임한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월드컵 본선(2006년 6월 9일~7월 9일)을 이제 9개월 남짓 남겨놓은 시점에서 ‘선장’이 없는 축구대표팀도 흔들리고 있지만, 한국축구 전체도 커다란 암초에 부딪혀 있다. 9월 중으로 새로운 대표팀을 선임해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축구협회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국축구는 더욱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만 있는 것 같다.

본프레레 감독의 퇴진 이후에 더욱 거세지고 있는 축구협회에 대한 팬들의 비난 여론은 물론이고, 여러 축구 단체들도 협회를 비판하면서 한번 커진 불씨는 좀처럼 꺼질 줄 모르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한 감독 교체시기에 따라오는 가벼운 혼란이 아닌, 한국축구 전체의 커다란 위기로 인식해도 좋을 듯싶다.

공석이 되어버린 대표팀 감독의 후임 물색에 모든 역량과 노력을 쏟아 부어도 모자를 판국에, 현재 한국 축구는 힘은 안타깝게도 한 곳으로 모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 되었기에 근본적인 한국축구행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후임 감독으로는 누가 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명감독의 영입이 현재 한국축구가 직면해 있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축구의 대동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는,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과 새로운 감독의 선임에만 열중하고 있다. 많은 축구인과 팬들이 지적하고 답변을 바라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함구하거나 아예 대화의 채널조차 열어 놓고 있지 않다. 지난 25일 열렸던 ‘MBC 100분 토론’에서도 축구협회는 MBC 측의 출연제의를 마다했고, 결국 대화의 창구는 열리지 않았다. 간간이 보도되고 있는 축구협회의 움직임도 차기 감독 선임과 관련한 내용들일 뿐 지금까지의 문제점들에 대한 논의는커녕, 최소한의 변명과 해명조차 거부하고 있다.

사실 지난 23일 열렸던 제10차 기술위원회 회의에서도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에 관련한 부분은 많은 안건 중 하나에 불과했다. ‘A 대표팀 현황 보고 및 진단’이라는 회의 주제가 무색하게 현황에 대한 진단과 고민은 없었고, 갑작스런 본프레레 감독의 사퇴 의사를 발표한 뒤 해산했다. 결국, 협회의 초점은 한국축구를 구하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닌, 감독의 ‘해임’ 그 자체에 모아져 있었다.

기술위원회는 이러한 근시안적인 결과만을 통보한 채 ‘차기 감독 인선’이라는 큰 작업에 들어갔고 이후에도‘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고민과 사고는 없었다. 최소한 자신들이 선택한 감독이 성적 부진이란 이유로 사퇴하게 되었다면, 동반 사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분명 있어야 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아직까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이 위기의 해법을 오직 ‘차기 감독 선임’에서만 찾고 있는 듯하다.

당장 내년의 월드컵에서의 문제가 아닌, 한국 축구의 더 먼 미래에 관한 문제기에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축구협회가 이렇게 대화의 창을 닫고 있으니, 여러 축구 단체들은 물론이고 팬들까지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이들 모두의 의견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축구협회의 부실하고 완만한 행정에 대한 비판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모르는 폐쇄적인 권위주의에 있다.

축구협회 게시판을 비롯한 각종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축구’와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협회의 무능력과 잘못을 비판하고 있으며, 적잖은 축구 전문가들도 협회를 향해 날카로운 지적과 비판을 가하고 있다.

특히 31일, 프레스센터에서는‘2006년 독일월드컵 준비와 축구 문화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려, 참석한 축구전문가들이 축구협회의 문제점과 잘못을 지적하며 협회의 안일한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축구지도자협의회와 축구연구소 등의 전, 현직 감독과 축구인들도 협회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거의 모든 축구인과 팬들이 협회를 향해 해명과 반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아직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감독 선임에만 열중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협회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으니 많은 팬들은 더욱 혼란스럽게 되었고, 선수들에게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치까 걱정된다.

한국축구를 가장 선두에서 이끌며 팬과 많은 축구인에게 지지와 사랑을 받아야 할 축구협회가 이렇게 거칠고 거친 비판의 대상이 되어버려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플 따름이다. 더군다나 ‘거사’를 목전에 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촉발된 문제점이 끝을 맺지 못하고 계속 불거지고만 있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가 끝끝내 본프레레 감독을 신임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선수에게 팬들에게 그리고 언론에 잘못을 떠넘기는 무책임함에 있었다. 굳이 한국인의 정서를 들먹이지 않아도 한 무리의 대표로서 해선 안 될 가장 큰 잘못을 범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의 수장격인 축구협회가 계속해서 본프레레 감독과 다르지 않게 책임을 회피하고 순간을 넘기려는 안일한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협회 스스로 한국축구의 미래를 짓밟아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축구협회는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축구의 희망이자 미래이다. 더 이상 많은 축구팬이 암울한 한국축구의 미래를 보지 않도록, 역할에 대한 책임과 사명을 다하는 축구협회로 빨리 돌아와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축구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의 중심에 서있는 축구협회에겐 선택의 기회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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