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25년 만에 드라마 '카지노'로 복귀한 최민식이 자신이 연기한 차무식, 그리고 함께한 배우들과의 이야기를 전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감독 강윤성) 최민식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카지노'는 '카지노'는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왕이 된 한 남자가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강렬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최민식은 필리핀의 카지노 제왕으로 군림하는 차무식 역을 맡았다.
이날 최민식은 작품 출연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일 했다"고 웃은 뒤 "제작발표회 때도 말씀드린 거 같은데, 삼중고에 시달렸다. 많은 분들처럼 코로나에 걸렸었는데, 하필 필리핀 가기 직전에 걸렸다. 그래서 제가 들어갈 날짜에 못 들어갔다"며 "후유증이 정말 심했다. 호흡기가 약해진 상태였어서 죽다 살아났다. 이래서 가는 구나 싶을 정도로 세게 와서 한동안 냄새도 못 밭고 목도 쉬어있었다. 몸도 나른해지고 무기력증에 빠졌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한국은 겨울이었는데, 필리핀의 한여름 뙤약볕으로 가다보니 날씨에 대한 문제도 있었고, 엄청난 분량으로 마닐라 공항에 딱 내리니까 정신을 못차리겠더라"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엊그제 관객분들과 마지막회를 함께 보고 배우들, 스태프들과 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그 시절이 아련하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카지노'를 했던 그 과정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결과물이야 당연히 호불호가 나뉘게 된다. 100% 호응을 얻는 건 언감생심이고, 저도 콘텐츠를 소비할 땐 호불호가 명확하다"며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어떤 냄새, 어떤 질감의 작업이었는지가 남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100% 만족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민식은 "정말 좋은 후배들과 동료, 감독, 스태프들과 악조건 속에서도 으쌰으쌰하며 실타래 풀어나가듯 치열하게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런 점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강윤성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는 "총사령관으로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나. 개연성도 부여해야하고 해서 저를 비롯해서 (손)석구나 (이)동휘가 보좌관 역할을 했다. 다음에 찍을 씬은 이렇게 연결하면 어떨까 연일 회의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지노'를 보면서 너무 과욕을 부린 것도 있구나 느꼈던 게, 등장하는 인물이 170명이라더라. 쓰다보니 늘어난 거 같은데, 필리핀으로 가기 전에 강 감독과 줄여야 하는 거 아닌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며 "저도 그렇고, 강 감독도 아마 많이 배웠을 거다. 저도 그렇고. 완급조절이라는 게 필요하다는 걸 느꼈을 거다. 열린 마음으로 서로 권위의식 하나 없이 강 감독이 우리 얘기도 받아주고 했던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을 전했다.
최민식은 차무식의 30대 시절부터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30대부터 연기한 건 무리였다. (웃음)기술의 힘(디에이징)을 빌린다니까 내 30대 시절은 어땠는지 생각하면서 신경을 쓰긴 했다. 그래도 너무 신경써서 차이를 두려고 하면 부자연스러울 것 같더라"며 "가발이나 신체적 조건이 못 따라가서 이제 젊은 건 안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어떻게 차무식을 표현하고 싶었느냐는 질문에는 "평범하고 싶었다. 선과 악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짓지 않았다. 악하다고 해서 그것이 다 까만색이냐고 했을 때 그렇진 않지 않나. 가장 평범한 사람도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그렇다고 차무식의 어린 시절 환경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환경이 불우해도 바른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 않나.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을 쫓다 보니 자기 자신도 그런 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 거다. 차무식이 추구하는 건 돈과 권력인데, 그러다보니 늪에 빠지듯 흘러갔던 것 같다. 100% 나쁜 사람, 착한 사람은 없다. 인간의 다면, 다중성 같은 것들이 표현됐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남다른 의리를 보여준 차무식의 모습에 대해서는 "딱히 의리가 있다기보다,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가 속된 말로 자기 사람들에 대한 관리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때론 말 안 듣는 자식같은 존재가 있는데, 차무식에게는 양정팔(이동휘)이 그런 존재였다"고 말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놓고 봤을 때 차무식이 정팔을 그렇게 케어할 이유가 없지 않나. 강 감독과도 그런 얘기를 많이 주고받았는데, 정팔이가 옛날에 내게 어떤 식으로 큰 도움을 줘서 내치지 못한다는 것도 구질구질하다"며 "그냥 끌리는 후배, 말썽쟁이라서 혼내면서도 버릴 수 없는 그런 존재로 설정했다. 그래서 '내가 사람 한 번 만들어보련다'는 대사를 추가했다. 괜히 주는 것 없이 버리면 안 될 거 같았고, 그냥 두면 낙동강 오리알처럼 될 녀석이라 정서적으로 밀고 갈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즌2 마지막회에서 보여준 눈물에 대해서 최민식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하다가 나온 눈물이다. 그 동안의 회한이 밀려온 것 같았다.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기고만장하게 살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약한 인간이었던 거다. 자기가 자기 무덤을 판 거고,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데드라인을 넘은 건데, 눈물을 흘림으로써 평범함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영어 연기를 선보인 것에 대해서는 "늘상 어릴 때부터 들었던 게 영어 아닌가. 지금도 알게 모르게 일상 속에서도 영어를 쓰는데, 이걸 내 소리로 내 생각을 전달한다고 하니까 스스로 닭살이 돋더라"며 "내가 쓰는 말이 아니라 발음이나 액센트를 신경쓰다보니 힘들더라. 진짜로 닭살이 돋아서 다음엔 영어 안 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다행히 차무식은 한국사람 특유의 영어가 허용되는 캐릭터여서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인상적인 출연진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최민식은 "정석우 역의 최홍일 씨는 정말 좋은 배우다.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저와 동갑이시더라. 옛날에 서로 연극할 때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제 연기를 너무나 잘 받아줬다"며 "사실 그냥 묻힐 수도 있는 역할인데, 이래서 맡는 배우가 중요하구나 싶었다. 대사나 상황을 잘 받아주셔서 저도 연기하기 수월했다. 종방연 끝나고 '정 대표님 미안합니다' 하고 인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존 역의 김민에 대해서는 "저도 처음에는 외국사람인 줄 알았다. 한국말로 이야기하길래 '국적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는데 한국 사람이라고 하더라. (웃음) 간간히 영어 코치도 해주고 그랬다. 열의도 대단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터프가이인데, 굉장히 섬세하고 음악도 좋아하더라. 함께해서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이어지는 호평에 대해서는 "앙상블이 요인인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 나름대로 자부하는 건, 강 감독과 배우들하고도 얘기했지만 '흉내내지 말자'는 거였다. 서양의 느와르물을 머릿속에서 지우자고 했다. 액션을 하더라도 우리 식으로 하고, 총을 쏴도 순식간에 쏘고, 총격전도 시가지전처럼 하지 말자고 했다"며 "그런 면에서 외국분들이 봤을 때 리얼리티가 있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인터뷰 종합②] 에서 계속)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