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배두나가 배우 일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출연작들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소탈하게 털어놓았다.
배두나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음 소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김시은 분)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다음 소희'에서 배두나는 소희의 자취를 되짚는 형사 오유진 역을 연기했다.
개인적인 일로 한동안 자리를 비웠다가 복직하자마자 소희 사건을 맡게 된 유진은 소희의 마지막 자취를 되짚어가던 중, 무언가를 발견하고 차마 지나치지 못한다.
지난 해 주연작 '다음 소희'와 '브로커'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폐막작과 경쟁 부문에 나란히 초청된 영광을 누린 배두나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할리우드 신작 '레벨 문' 촬영으로 인해 칸 일정에 함께 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이날 배두나는 '도희야'(2014) 이후 7년 여 만에 다시 만나 함께 작업한 정주리 감독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연락도 하나 없으셨고, 잘 살고 있는지 기별도 없으셨다. 그래서 저를 잊고 사시나 했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서 저를 기억하시고 불러주셔서 더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희가 먼저 나오고, 그 이후에 유진이 등장하는데 연기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부담과 걱정도 있었다"면서 "감독님이 제게 많이 용기를 불어넣어주셨다. 저도 감독님이 굳이 저를 부르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제가 느끼는 그대로를 관객과 호흡하며 너무 참지도, 너무 오버하지도 않게 표현해야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기적으로는 부담스러웠지만, 영화 구조적으로는 참신하고 너무 좋았다"고 말을 이은 배두나는 드라마 '비밀의 숲', '도희야', '브로커', '다음 소희' 등 출연작에서 형사 캐릭터로 유독 시청자와 관객을 많이 만났던 부분을 얘기하며 "최근작이 형사 캐릭터가 많았는데, '다음 소희'로 쐐기를 박나 싶었다"고 웃었다.
이어 "생각해보면 저는 20대 때부터 관찰자, 감독의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인물로 많이 불려졌던 것 같다. 어쩌다보니 형사 캐릭터가 많아진 것이고, 같은 직업이라고 해서 굳이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솔직히 또 차별화를 둬야겠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형사는 직업일 뿐, 그 인물이 어떤 사람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1998년 카탈로그 모델로 데뷔해 25년 여 간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는 물론, 드라마와 할리우드 진출까지 경계 없는 활발한 활동으로 끝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배두나는 '다음 소희' 이전까지 '브로커', '#아이엠히어', 드라마 '킹덤' 시리즈, '비밀의 숲2', '고요의 바다' 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드라마 출연을 '브라운관 연기'로 표현하다 '요즘 브라운관 TV는 안 나온다'는 취재진의 넉살에 "저 너무 옛날 사람인가보다"라고 쑥스러워하며 미소 지은 배두나는 "좀 고지식한 면이 있다. 제게는 늘 촬영이 우선이었고, 그런 부분을 남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의 영광보다는 촬영이 우선이랄까? 그런 저만의 그런 고지식함이 있다"고 웃어 보였다.
모델 데뷔 후 1999년 드라마 '학교'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해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 '고양이를 부탁해'(2001), '괴물'(2006)을 비롯 할리우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2011), '센스8'(2015) 등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글로벌한 활동을 이어오는 중이다.
배두나는 "고용을 당하고 있는 순간은 내 시간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다시 한 번 넉살 좋게 웃으며 "양심에 가책이 되는 일은 잘 안하려고 하는 편이기도 하다. 이것도 옛날 사람이라 그런건지, 촬영 자세도 낭만적인 것보다는 그런 고지식한 면이 더 큰 것 같다"고 밝혔다.
"배우는 참 좋은 직업이다"라며 두 눈을 크게 뜬 배두나는 "제 자신이 기특하다. 20년 넘게 이 곳에서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도 기특하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저 자신도 워낙 이 배우 일을 좋아하기도 한다. 아직도 세트에서 촬영을 기다리다 '배두나 씨 들어가실게요' 얘기를 듣고 딱 일어서서 걸어들어갈 때 제 자신이 너무 멋있다"며 폭소해 현장에 웃음을 안겼다.
"배우 이름이 새겨진 의자도 멋있고, 정말 다 멋지다. 여기서 내가 아직도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고 기특하다. 열심히 조금 더 할 수 있을 때까지 하자는 생각이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배우라는 직업이, 굳이 내 입을 통해서 얘기하지 않아도 영화를 통해, 또 캐릭터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고 일을 하다 재충전이 필요할 때는 조절해서 쉴 수도 있다. 또 다시 돌아와서 누군가의 다른 인생을 살아본다는 것이 재밌다. 정말 좋은 직업이다"라고 만족했다.
지난 해 8개월 여간 이어졌던 LA에서의 촬영을 마무리 한 배두나는 '다음 소희'에 이어 '바이러스(가제)'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당분간은 계속 한국에 있을 예정이다"라고 말을 더한 배두나는 "코로나19 이전까지 정말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너무 힘든 삶을 살았다. 시차적응도 잘 못하는 스타일인데, 적응하는 것은 포기했고 시차 적응할 일을 잘 안 만들려고 한다"며 "멘탈이 흔들리지 않도록, 늘 일상처럼 잘 지내면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땅에 발을 붙이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밝게 미소 지었다.
'다음 소희'는 8일 개봉한다.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