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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에 성공한 수원의 킬러, 안효연

기사입력 2005.03.17 02:38 / 기사수정 2005.03.17 02:38

이상규 기자
5년전 올림픽 대표로 활약한 선수들 중에는, 시드니 올림픽 본선 이후 깊은 시련에 빠진 선수들이 여럿 있다. 최종 엔트리에 합류한 선수들 중에서는 이동국, 최철우, 심재원, 김용대, 김도훈(와일드 카드), 김상식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고종수와 이천수는 여전히 시련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천수의 K리그 복귀는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는 예비 엔트리에 포함 되었던 송종국도 마찬가지.

그런가 하면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 합류에 실패한 두명의 동갑내기가 있다. 부평동중 시절에 대회 5관왕을 이끌었고, 1995년 춘계연맹전에서 부평고를 우승으로 이끈 김남일과 안효연은 올해 27세의 동갑내기다. 지금은 K리그의 최강팀으로 꼽히는 수원의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에는 각각 무릎과 허리 부상의 영향으로 끝내 최종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런데 시드니 올림픽 본선 이후, 두 선수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김남일은 히딩크 국가대표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면서 주축 선수로 자리잡은 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유럽 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K리그로 돌아왔지만, 오히려 한일 월드컵때 보다 기량이 향상 되었다. 김진우, 김상식과 함께 몇년째 K리그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로 꼽히고 있는 중이다.

▲ 수원 공격수 안효연
ⓒ2005 수원삼성 블루윙즈
반면, 안효연의 길은 순탄치 못했다. 국가대표팀 경기에 출전하면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쳤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한일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다. 상황은 2000년대 초에 소속된 교토 퍼플상가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2003년에 부산으로 이적했지만 별다른 활약이 없었고, 서서히 축구팬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비운의 공격수로 꼽히게 되었다.

안효연은 A매치에서 14경기에 출전하여 6골을 넣은 골잡이다. 2001년 4월에 이집트에서 벌어진 LG배 4개국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2001년에는 박지성과 함께 2부리그에 있던 팀(교토)을 1부리그로 승격 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J2리그에서 거의 매 경기에 출전했다.

그런데 2002년 초에 허리부상이 재발하면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허리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한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고, 소속팀에서도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끈 팀 동료 박지성이 교토를 리그 상위권과 일왕배 우승을 공헌하여 축구팬들의 엄청난 주목을 받은 것과 달리, 안효연에 대한 주목도는 크게 떨어졌다.

2003년 4월에 부산으로 이적했지만, 그해 14경기에 출전하여 2도움을 기록했을 뿐이다. 오른쪽 윙 등으로 활약했지만 예전같이 위력적인 활약을 뽐내지 못했고, 여전히 슬럼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3년에는 아버지와 첫째형이 세상을 떠나는 슬픈 아픔까지 겪어야 했다.

그러나 안효연은 지난해 후기리그와 FA컵에서 부활하는데 성공했다. 최전방 공격수, 처진 공격수, 윙을 두루 소화하면서 쿠키 등과 함께 부산의 공격력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화려한 드리블을 통한 매서운 돌파는 위력을 발휘했고, 빠른발과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상대팀 수비진을 마음껏 농락했다. 여기에 뛰어난 골 결정력까지 가세하면서, 부산의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았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슬럼프 탈출에 성공했다. 2004년에는 30경기에 출전하여 6골 3도움을 기록했다.

많은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크게 부각시킨 지난해 FA컵에서도 맹활약 펼쳤다. 특히 지난해 12월 23일 울산과의 준결승전에서 4골을 몰아쳐, 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준결승전이 끝난 뒤에 인터뷰를 하자, 부천과의 결승전에서 부상을 입었다. 팀은 FA컵 우승을 차지했지만, 인터뷰를 하면 다음 경기에서 부상 당하는 '인터뷰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터뷰 징크스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생겼던 안효연만의 특이한 징크스로서, 고질적인 허리부상과 함께 시달렸던 것이다.

인터뷰 징크스는 새로운 팀인 수원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2월 13일 A3 챔피언스컵 선전전에서 맹활약하여 인터뷰를 하자, 다음 경기인 16일 포항전에서 왼쪽 골반부에 타박상을 입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아픈것을 참고 19일 요코하마전에서 승리를 이끌어 팀 우승을 공헌했다.

수원이 우승을 차지한 3월 1일 수퍼컵 부산전에서는 나드손의 결승골 상황에서 도움을 기록하자,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징크스가 다시 악명을 떨칠 것으로 보였지만, 다음 경기인 3월 9일 AFC 챔피언스리그 호앙 안 지아라이전에서 부상없이 2골을 터뜨렸다. 인터뷰 징크스에 걸리지 않고 팀의 5:1 승리를 이끈 것이다. 수원 이적 이후 처음으로 인터뷰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안효연은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 수원의 당당한 주전 선수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K리그 MVP를 차지한 '원샷원킬' 나드손과 투톱을 형성하여 수원 공격력을 책임지고 있다. 조커 김동현이 주전으로 출전할 때 김대의가 부상으로 결장하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가 수원 공격을 조율했다.

최근에는 그동안 고생했던 부상을 털고 부활에 성공한 모습을 그대로 발휘하고 있다. 부산과의 수퍼컵에서 도움, 호앙 안 지아라이 전에서 2골, 부천과의 컵대회 첫 경기에서 도움을 기록하여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이 정도의 최근 활약상이면, 더 이상 비운의 공격수라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이제는 나드손과 함께 수원의 킬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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