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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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징크스 탈출 실패, 하지만 잘싸웠다

기사입력 2005.01.24 01:17 / 기사수정 2005.01.24 01:17

이상규 기자


(정경호 사진 출처 :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팀이 우리 시간으로 23일 낮 12시 30분에 미국 LA 홈디포센터에서 벌어진 스웨덴 국가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전반전을 0:0으로 비긴 한국은, 후반 24분에 정경호가 강한 중거리슛을 성공시켜 골을 넣었다. 스웨덴의 체력이 떨어지자 승리를 예감하는듯 했으나, 수비진의 방심으로 후반 40분에 로젠보리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미국 전지훈련의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스웨덴전에서, 결국 LA 징크스 탈출에 실패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3차례의 평가전이 벌어졌지만, 근래들어 LA에서 평가전을 치르면 한국이 이기지 못하는 징크스는 여전히 계속 되었다.

하지만 해외파가 단 1명도 참가하지 않은 한국의 전력은 시간이 갈수록 향상 되었고, 일부 국내파 선수들에 대한 기량 검증 및 국제경기 경험까지 쌓을 수 있었다. 이번 스웨덴 전에서는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경기를 원활하게 풀어가야 하는지, 앞으로의 과제 등을 동시에 확인시켰다.


정경호, 인상 깊은 활약을 심어주다.

스웨덴전에서 가장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선수를 꼽으라면 왼쪽 윙 포워드로 출전한 정경호를 들 수 있다. 후반 24분에 선취골을 넣은 정경호는 동료 선수를 통하여 공을 잡은 뒤, 드리블을 활용하여 스웨덴 선수 2명을 제치고 약 25m 지점에서 강한 중거리슛을 날렸다. 공은 정확하고 빠르게 스웨덴 골문 깊숙한 곳으로 향했고, 결국 이것이 한국의 선취골로 이어졌다.

지난 16일 콜롬비아전에서도 헤딩골을 넣었던 정경호는, 한국이 미국 전지훈련에서 넣은 3골 중에 2골을 넣으며, 팀의 득점력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작년 아시안컵과 올림픽 이후보다 경기력이 한층 향상된 정경호는 2004년에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와일드카드 자격)에서의 부진을, 미국 전지훈련을 통하여 만회할 수 있었다. 그동안 정경호가 국제 경기에 약하다는 일부 축구팬들의 비난까지 잠재울 수 있었다.

선취골 상황만이 인상 깊은 것은 아니었다. 측면에 포진하는 윙 포워드 답게 빠른 발을 앞세운 활약이 빛났다. 정경호는 선취골 상황 이외에도 종종 드리블을 활용한 돌파를 적극적으로 구사하여, 견고하게 수비진을 형성한 스웨덴 선수들을 제치며 왼쪽 측면 공격력을 높였다.

한국은 남궁도가 오른쪽 윙 포워드를 맡은 오른쪽 측면보다, 정경호가 맹활약한 왼쪽 측면에서 부지런한 움직임 등을 활용하여 스웨덴의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정경호는 시야를 한 단계 더 넓히며, 정확한 볼 연결을 이어주었다. 측면에서 위협적인 경기력을 펼친 것이다. 스웨덴전에서는 중거리슛까지 날카로워진 모습을 보이는 등, 골 결정력까지 정확해졌다.

이제는 기존에 왼쪽 윙 포워드를 맡았던 설기현(울버햄튼)의 주전 자리까지 위협하게 되었다. 만약 설기현이 부상 등으로 A매치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그 공백까지 확실히 메울 수 있게 되었다. 정경호는 오른쪽 측면까지 맡을 수 있어, '설기현-이동국-정경호'의 조합까지 가능해졌다. 그리고 스웨덴전 이전에 벌어진 콜롬비아전과 파라과이전에서 주전 왼쪽 윙 포워드로 출전한 김동현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국가대표팀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중원의 경기 운영, 갈수록 향상 되다.

'김상식-김남일'로 짜인 더블 보란치는, 이번 스웨덴전을 통하여 한국이 좋은 내용의 경기를 풀어가기 위하여 어떻게 경기 운영을 펼쳐야 하는지, 몸으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수비력이 뛰어난 두 선수는 중원을 튼튼히 지키며, 스웨덴 중앙 공격을 원활하게 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력은 전반 30분 이전과 그 이후의 상황이 대조적 이었다. 앞으로 전반 30분 이후의 상황을 경기 처음부터 적용 시키면, 이들의 조합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전반 30분전까지 김상식과 김남일의 경기 운영은 원만하지 않았다. 계속된 패스미스를 범하여, 한국의 공격 길목을 다양한 형태로 이어주지 못했다. 공격 지향적이고 패스시의 연결이 빠른 스웨덴의 미드필드진을 장악하는데 실패했다. 중원에서의 공격력이 비효율적이었던 한국은, 패스 성공률과 경기 주도권에서 스웨덴에 밀리는 경기 운영을 펼쳤다. 한국이 이때까지 어려운 경기 운영을 펼친 이유는, 중원에서의 부진한 경기력이 결정적 이었다.

그러나 전반 30분 이후부터 김상식과 김남일이 공을 더 많이 잡아가면서, 그 이전과 대조되는 경기 운영을 펼쳤다. 김상식과 김남일이 동료 선수들에게 활기차고 정확한 볼 연결을 이어주자, 한국의 중앙 공격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중원에서 공을 잡는 시간이 많아지자, 결국에는 스웨덴의 미드필드진까지 장악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중원을 통하여 좋은 내용의 경기를 펼쳤다.

특히 김남일은 갈수록 움직임이 더 많아졌고, 활동폭까지 넓어졌다. 공격 지향적인 모습이 돋보이자, 스웨덴 진영에서 활발한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그동안의 긴 부상에서 회복된 김남일은, 이제는 미국 전지훈련을 통하여 한국의 중원을 이끄는 대들보로 굳혀가게 되었다.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 3백 라인

후반 24분 정경호의 골과 함께 스웨덴의 체력이 갈수록 고갈되어, 한국의 승리가 예상되는 듯 했다. 공수에서 전체적으로 더욱 여유로운 내용의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수비진에서 긴장이 풀린 탓인지, 한국 진영쪽으로 공격하는 스웨덴 선수에 대한 압박이 느슨해졌다. 한국 수비진의 방심은 후반 40분에 로젠보리에게 아쉽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만약 스웨덴에게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한국이 1:0으로 승리하여 LA 징크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아무리 이기고 있더라도, 경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싸웠어야 했다. 동점골 허용전까지 한골 차이로 앞서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승리를 장담하는데 무리가 있었다. 체력이 더 고갈된 쪽은 스웨덴이었지만, 수비진의 방심이 결국 화를 불렀다. 그리고 앞으로의 경기에서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박재홍-유경렬-김진규'로 짜인 3백 라인은, 3차례의 친선 경기를 가진 이번 미국 전지훈련에서 모두 주전으로 출전했다. 김진규와 유경렬은 아직 A매치 출전 경험이 부족하고, 박재홍의 불안한 경기 운영 능력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후반 중반까지 한국 진영에서 공격 펼치는 스웨덴 선수들을 잘 따라 다니면서, 악착같은 압박으로 공격을 저지할 수 있었다. 서로간의 호흡은 콜롬비아전과 파라과이전보다 한층 원활했다. 조금만 더 호흡을 맞추면, 탄탄한 수비 조직력까지 형성할 수 있다는 희망까지 얻었다.

3백 라인의 중앙을 맡은 유경렬은 동료 수비수들을 이끄는 모습이 돋보였고, 잔 실수가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김진규는 20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오른쪽 수비를 튼튼히 지켰다. 하지만 박재홍은 스웨덴에 의해 종종 결정적인 패스미스를 허용했다. 공격 전개시의 판단력이 약한 허점으로 스웨덴전에서 드러나고 말았다. 또 하프 라인에서 나올때 동료 선수에게 패스 받는 위치까지 불안했다. 

 
이제는 박재홍 자리에, 다른 대체 수비수를 활용하는 방안까지 모색하게 되었다. 수비진의 호흡을 극대화하여 수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박재홍-유경렬-김진규'의 3백 라인을 계속 유지해야 하나, 박재홍을 주전 수비수로 기용하기에는 아직까지 위험한 면이 있다. 결국 앞으로의 경기에서 박재홍의 주전 기용은, 본프레레 감독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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