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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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AL 사이영상, 베켓이 아닌 사바시아를 선택.

기사입력 2007.11.14 17:06 / 기사수정 2007.11.14 17:0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현재 메이저리그는 스토브리그의 예측할 수 없는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난 2007 시즌을 정리할 여러 가지 행사로 분주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사이영상 수상자와 리그 MVP 선정일 것입니다.

시상식의 첫 번째 줄을 끊은 것은 바로 AL 사이영상 수상자였습니다. 여러 후보가 쉽게 예상되지 않았고 각축을 벌일 줄 알았던 AL 사이영상의 최종 위너는 결국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에이스인 C.C 사바시아에게 돌아갔습니다.

포스트시즌을 관심 있게 본 팬들이라면 다소 의아하게 생각할 결과일 겁니다. 제아무리 정규시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였다고는 해도 진정으로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에이스다운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은 문제 거리로 지적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정규리그가 끝날 때까지 AL 사이영상 후보로 가장 각광을 받았던 후보는 사바시아와 더불어 LA 에인절스의 존 래키였고 그 다음 후보로 거론 됐던 선수가 바로 조시 베켓이었습니다.

만약 포스트시즌까지 포함한 사이영상 수상자를 결정하라면 당연히 베켓일 것입니다. 실제로 디비전시리즈에서 월드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베켓은 출전했던 모든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포스트시즌 통합 4승을 거두었고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MVP에 올랐습니다.

이에 반해 사바시아는 베켓과 맞붙은 ALCS 1차전과 5차전에서 모두 패전투수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디비전시리즈에서도 미덥지 못한 피칭을 보였던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정규리그에서 보여줬던 제구력이 실종돼 그만이 지닌 위력적인 구위를 발휘하지 못했었습니다. 거기에 심리적인 면까지 위축당해 계속 피해가는 피칭을 보인 것도 패배의 빌미를 자초하게 되었죠.

그러나 사이영상을 비롯한 개인 시상 부분은 포스트시즌이 열리기 전에 투표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되니 당연히 정규리그의 성적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사바시아와 베켓의 성적을 놓고 보면 다승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사바시아가 근소하게 앞서있습니다. 이 두 명과 함께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떠올랐던 에인절스의 존 래키의 성적을 함께 표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시 베켓(보스턴 레드삭스) : 20승 7패 평균자책 3.27 200⅔이닝 194탈삼진 WHIP 1.14
  
C.C 사바시아(클리블랜드 인디언스) : 19승 7패 평균자책 3.21 241이닝 209탈삼진 WHIP 1.14
  
존 래키(LA 에인절스) : 19승 9패 평균자책 3.01 224이닝 179탈삼진 WHIP 1.21

세 선수 모두가 고른 성적으로 보이며 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음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베켓이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20승 투수라는 것과 팀이 월드시리즈 챔피언이라는 점은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이 아닌 정규시즌의 성적에 기반을 둔 면밀한 데이터 점검으로 투표를 하는 점을 생각한다면 유의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총 투구이닝입니다. 사바시아는 이번 시즌에서 최강의 고무 팔을 자랑한 투수답게 베켓보다 많은 241이닝동안 피칭을 했습니다. 무려 40이닝이나 많은 피칭을 던지고도 평균자책에서 베켓보다 근소하게 앞서있으며 WHIP(walks plus hits per inning pitched : 4구와 안타수를 합한 값을 투수가 던진 이닝으로 나눈 값, 즉 투수가 이닝 당 얼마나 많은 주자를 내보냈는가의 책임을 보여주는 기록)에서도 동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밀한 기록의 차이에서 두 투수의 명함이 엇갈렸던 것입니다. 실제로 사바시아는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더 기복이 없고 한층 빼어난 투구를 보인 것이 이러한 기록으로 입증이 된 셈입니다.

또한 사바시아의 수상을 보도하면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사바시아가 베켓과 같은 득점지원을 받았을 경우 20승 돌파도 무난했을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실제로 양 선수의 득점 지원을 따져보면 베켓이 9이닝 기준으로 6.59의 지원사격을 받은 반면에 사바시아는 5.64에 머물렀습니다.

투수들의 세부적인 기록의 근거를 바탕으로 해, 면밀하게 사이영상 수상자 선정을 하는 작업은 이러한 측면에서 드러납니다. 어떤 팬들은 사바시아에 비해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볼 끝이 살아서 들어가는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정착한데다가 어느 순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함을 지닌 베켓이 사바시아보다 한수 위라고 평할지도 모릅니다.

분명히 포스트시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사바시아가 아닌 베켓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이영상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정규리그 기록을 근거로 두고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세밀한 부분을 따져가며 보다 위력적이고 효율적인 투구를 한 투수에게 최종적으로 상을 안겨줍니다.

한국시간으로 4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열린 투표에서 사바시아는 1위 표를 19개나 획득해 총 119점을 기록했습니다. 2위인 베켓은 총 투표수 28표 중에서 1위 표를 8개밖에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27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한 사바시아는 현재보다 장래가 더욱 촉망받는 투수입니다. 비록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어도 그것이 본인에게 있어서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진=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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