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하지원 기자) 배우 박은빈은 아역을 시작으로 다양한 드라에 출연하며 안정적이고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 올렸다. 작품마다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으며 '인생캐'를 탄생시킨 박은빈은 2022년 '우영우'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어려서부터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며 큰 위기 없이 2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기에만 집중한 박은빈. 그의 뒤에는 바로 '어머니'가 있었다. 모두가 '우영우'의 신드롬급 인기를 외칠 때 그의 어머니는 박은빈이 홀로 감내하는 것을 지켜보며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박은빈은 최근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ENA 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마치는 각별한 소회를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에 앞서 박은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취재진 한명 한명에게 인사를 하며 명함을 받았다. 대략 20장이 넘는 명함을 받아든 박은빈은 자리에 앉아 책상 위에 명함을 가지런히 정리해 올려두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서치 않는 드라마 속 우영우가 생각났다.
박은빈은 "인터뷰가 끝나면 명함이 남더라. '이 기자님들과 함께했었구나' 추억이 되기도 해서 정리해놨다. 나중에 늦게 오신 기자님들 명함 주시면 좋겠다"라고 전해 훈훈한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약 7개월간 '우영우'를 위해 달려온 박은빈은 "아직 여운은 있지만, 영우로 살면서 힘들었던 것을 박은빈 삶에서 느끼고 있진 않아서 그런 캐릭터의 온·오프는 확실한 편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자신보다 우영우가 훨씬 언니라고 생각한다는 박은빈은 "영우는 용감하고 씩씩한 사람인 것 같고, 두렵고 불편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항상 해보겠다고 용기를 내는 측면이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영우한테 배운 게 많다"라고 털어놨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를 연구하는 데 있어 참고한 것이 있냐는 질문에 박은빈은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컸다"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KBS 2TV '연모' 촬영을 끝내고 '우영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단 2주밖에 되지 않았다고.
박은빈은 "가장 효율적으로 빠르게 캐릭터를 잡을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며 "우영우 세계관 내에서 우영우 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다른 캐릭터들을 보면서 모방할 필요가 전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나아가 "구체적으로는 실존 인물들을 모방하면 그분들의 실생활을 수단 삼아 연기하는 것이 될까 봐 그런 부분에서 영상 레퍼런스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라며 사려 깊은 모습을 보였다.
박은빈은 "'연모'를 기다려주시면서 작가님과 감독님, 자문 교수님께서 대본을 탄탄하게 구축해주셔서 그 세분의 도움으로 빠르게 구축했다. 개인적인 작업이라면 저는 아무래도 학부생 시절에 교과서로 공부했던 게 익숙했던 사람으로서 자폐스펙트럼장애에 관한 진단기준을 참고했다"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인물에 대한 현실성, 비현실성을 두고 여러 시선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박은빈은 "증상의 구현에만 초점을 맞춰 연기하면 드라마의 메시지가 잘 전달이 되지 않을까 봐 극적 허용을 포함한 부분이 있다. 여러모로 우리나라에서 가시화가 안 돼 있더라도 자폐인 분들과 가족분들이 많으시기 때문에 상처가 되지 않는 쪽이 무엇일까 고심했다"라고 전했다.
'우영우'의 신드롬급 인기에 각종 커뮤니티에는 박은빈의 과거 영상들, 그리고 그의 신상 정보 등이 재조명됐다.
이와 관련해 박은빈은 "유튜브를 많이 보지는 않아서 저에 대한 알고리즘이 뜨진 않는데,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의 영상이라든지, 여러 방송국에서 야속하게도 하드털이를 해주는 것 같다. 차마 감사하다고는 못하겠다(웃음)"고 전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은빈은 "물론 어린 시절 소중한 필모그래피를 찾아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새롭게 느낀 것은 필요 이상의 왜곡된 정보도 섞여 있는 것 같다는 거다"라며 거짓 정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특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지난달 28일 박은빈이 출연했던 2008년 9월 20일 방송된 ‘아역스타 편'의 일부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박은빈은 "사실 '그알'은 어머니가 매체에 노출된 유일한 영상이기도 하고, 고등학교 친구들이 노출됐기에 특히 고등학교 친구들이 그 영상만큼은 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엄마는 14년~15년 이상을 제 전담 매니저를 해주셨다. 엄마 이상의 매니저로서의 의미도 크고, 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분이다. 사실 이번에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지만 엄마 같은 경우에는 제가 홀로 감내해야 했던 것들이 보이셨을 거다"라고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내 박은빈은 눈물을 삼키고선 "마냥 좋아하시지는 않았다. 어떤 부분이 힘들었는지 아시니까 짠해하시기도 하고,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셨던 것 같다. 최선을 다했다"라고 전했다.
'우영우' 촬영이 끝난 후 아직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박은빈은 "일련의 일들이 지나가고 소강상태가 되면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휴식하면서 여행도 하고, 차기작을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까 고민하게 되는 하반기가 될 것 같다. 기대해 달라"라고 인사했다.
사진=나무엑터스, 스틸컷
하지원 기자 zon122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