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하지원 기자) 음지에서 소비되던 BL(Boy's Love) 장르가 양지로 나왔다.
BL은 남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 간의 연애나 성관계를 소재로 다루는 창작 장르이다. 최근 1년간 다양한 OTT 서비스와 웹소설에서 한국형 BL 콘텐츠가 눈에 띄게 성장했다.
2월 OTT 플랫폼 왓챠를 통해 공개된 '시맨틱 에러'가 BL 드라마 최초로 주말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하위 문화를 장르 문화로 이끄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후 BL 장르를 취급하는 곳이 늘어남과 동시에 질적으로도 우수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며 한국에서의 BL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BL 강국인 태국, 대만, 일본 등 주변 나라보다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라 볼 수 있다.
BL은 실제 LGBT(성소수자)의 문화를 다룬 게 아닌 남성들 간의 로맨스에 집중했다. 남성이 주인공이지만 기본적으로 여성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현실의 동성애와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BL은 취향이자 한 장르에 불과하다. 이에 학창 시절 접한 BL 콘텐츠로 인해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거나, 주인공으로 소비되는 남성들이 매우 큰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등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BL 자체가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지만 현재 BL이 돈이 되는 장르이며 더 이상 음지에서만 머무르지 않게 된 것은 사실이다.
BL이 주목받으면서 GL(Girl's Love)에 대한 주목도 역시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BL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더딘 편이지만, 대표적으로 영화 '아가씨', 드라마 '마인' 등에서 GL 코드를 다룬바. 향후 GL 콘텐츠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외에도 웨이브의 국내 최초 커밍아웃 로맨스 ‘메리 퀴어’, 국내 최초 남자들의 리얼리티 '남의 연애' 등 다양성(性) 커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예능도 등장했다.
소수의 취향을 다수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 BL 등의 장르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맞지만, '대중화됐다' 여기기에는 아직 성급하다.
하지만 이제는 제작자도 시청자도 취향에 따라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지 않나.
"좋다면 보고 싫으면 안 보면 된다"
긍정적 변화로 인식해도 좋을 듯하다. 이에 아직 BL 드라마를 경험하지 못해 감상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형 BL 중에서 쉽게 도전해 볼 만한 콘텐츠를 정리해 봤다.
#시맨틱 에러 (박서함/재찬/송지오/김노진/김원기 등)
컴공과 '아싸' 추상우의 완벽하게 짜인 일상에 에러처럼 나타난 안하무인 디자인과 '인싸' 장재영, 극과 극 청춘들의 캠퍼스 로맨스를 그린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공개되자마자 줄곧 왓챠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하며 BL 드라마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작품. 드라마의 흥행으로 원작 웹소설과 웹툰의 판매액도 급증했다고.
크나큰의 전 멤버 박서함이 장재영 역을, 동키즈(DONGKIZ)의 박재찬이 추상우 역을 맡았고 원작의 포인트 대사를 적재적소에 집어넣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각색해서 잘 녹였다는 평이 있다.
#나의 별에게 (손우현/김강민/전재영/진권 등)
궤도를 이탈해버린 배우 강서준(손우현 분)과 궤도를 벗어나고 싶지 않은 셰프 한지우(김강민)의 단짠단짠, 우여곡절 동거 로맨스를 그린 작품.
손우현과 김강민의 자연스러운 연기 호평이 주를 이룬다. '나의 별에게'는 국내외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두 번째 시즌을 선보였다. 시즌 1이 주인공의 연애를 그렸다면, 시즌 2에는 보다 심화된 두 사람의 위기가 묘사된다.
특히 시즌 2는 매회 티빙 실시간 프로그램 순위 4위까지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겨울 지나 벚꽃 (옥진욱/강희/이현경/차건/조현/김현욱/권민찬/은채 등)
'겨울 지나 벚꽃'은 4년간 연재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청춘 로맨스 드라마다.
'겨울 지나 벚꽃'은 전 세계 200여 개국에 동시 배급을 진행하기로 해 공개 전부터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7살 때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를 잃은 해봄은 태성과 같은 집에서 살게 된다. 형제 하기 싫다는 태성의 말에 해봄은 태성을 멀리하게 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고3이 된 두 사람은 우연히 같은 반이 되었다.
겨우 어릴 때 서로의 오해를 풀고 가까워진 해봄과 태성. 서로의 감정이 우정이 아닌 사랑임에 용기를 내어 솔직해질 수 있을까. 겨울 지나 벚꽃이 만개하는 봄날이 그들에게도 찾아올까'
제목처럼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벚꽃이 피듯, 이들의 사랑도 봄을 맞을 수 있을지를 눈여겨보는 게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오글거리는 장면이 있고 드라마 감상보다는 얼굴 감상에 집중하게 된다는 아쉬운 평이 있다.
#첫사랑만 세번째 (진건/전창하/송한희 등)
'첫사랑만 세번째'는 과거를 다 기억하고 세 번째 생을 살고 있는 인기 웹소설가 연석이 25년 전 남자로 환생한 전생의 첫사랑 하연을 신비북스의 담당 편집자로 만나 벌어지는 좌충우돌 심쿵유발 웹드라마다.
‘첫사랑만 세번째’는 일본 라쿠텐 TV 1위, 대만 라인 TV 4위 등 전 세계 OTT 플랫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K-웹드라마의 저력을 입증한 작품이다.
‘첫사랑만 세번째’는 한국 BL 웹드라마 최초의 판타지물로, 애절한 로맨스와 감각적인 영상미가 더해져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또한 진건, 전창하, 송한희, 김정석, 정현지 등 신인 배우들의 풋풋한 케미스트리 역시 인기 비결로 꼽힌다.
#춘정지란 (유영재/김송/우태하 등)
‘춘정지란’은 노비 신분을 벗으려는 주인공이 여장남자로 위장해 혼인하게 되며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그룹 B.A.P 출신이자 ‘철인왕후’, ‘경찰수업’ 등으로 연기력을 입증한 유영재, 또 ‘학교 2017’ 등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김송, 여기에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데뷔 후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우태하가 달아난 노비 살별을 찾는 이조판서 민 대감의 외동아들 민서윤으로 등장해 긴장감 넘치는 삼각관계를 끌어나간다.
얽히고설킨 세 인물의 과거로 추적극의 묘미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 아름답고 세련된 한복을 보는 재미까지 더하고 있다. 다만 여장남자라는 진입장벽, '병맛' 코믹, 브로맨스에 가깝다는 평도 존재한다.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한기찬/장의수/최연청/전재영 등)
웹드라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위태롭기만 한 열여덟 청춘의 한가운데 선 소년 태주와 국의 케미장전 심쿵 브로맨스를 그린 웹드라마다.
국내 최초의 BL 드라마다로 주인공들의 관계 설정부터 주변 인물 구조, 사건의 전개 등 BL 장르의 법칙을 충실히 시행했다.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에 초청되는가 하면 2020년 5월 공개 당시 일본 라쿠텐 TV의 종합드라마 부문 1위에 올랐고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태주와 국을 연기한 한기찬, 장의수 두 배우의 풋풋하면서도 진심 어린 연기와 개성적인 친구들의 존재가 인기 요인이다.
사진=각 포스터
하지원 기자 zon122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