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게이브는 중심부에서 활약하면서 반전을 주는 인물이다. 배우 양희준은 듬직하고 사랑스럽지만, 엄마 다이애나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들 게이브를 생동감 있게 소화하고 있다.
“(게이브 역을 거쳐간 배우들이 많지만) 각자 가진 목소리와 감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게이브라는 인물 자체가 정형화됐다기 보다는 여러가지 것들이 섞여 나온 인물이거든요. 어떤 색감을 더 많이 넣고 어떤 색감을 적게 넣냐에 따라 다른 인물이 나와요. 굳이 다른 게이브를 만들려고 안 해도 다르게 할 수밖에 없죠. 내가 연구한 게이브의 감정에 충실했을 때 제 것이 나오는 것 같아요.”
게이브는 다이애나의 상처와 죄책감 등으로 만들어진 환영일까. 기억 그 이상, 어둠, 안개, 미스터리로 표현되기도 한다. 관객마다 해석의 여지가 다른 점이 ‘넥스트 투 노멀’의 매력이다.
양희준 역시 “한마디로 딱 말하기가 어려운 문제다. 볼 때마다 저건 이런 의미일 수 있겠구나 해 재밌다”라고 짚었다.
“저는 엄마가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해 본인이 만들어낸 트라우마로 생겨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난 살아있어’ 넘버에서 말하듯 기억 그 이상이기도 하고 미스터리, 어둠이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표현할 존재는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엄마로 인해 생겨난 존재라고 보고 임해요. 엄마의 기억, 상상 속 아들이니 엄마가 만들어낸 게이브를 표현하는 게 맞는 듯해요. 엄마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게 가장 중요해요.”
게이브는 넘버 ’난 살아있어‘를 통해 ’난 당신 눈 뒤의 공포를 파먹지. 나는 불길 난 불꽃 나는 파괴 난 소멸 또 욕망. 나는 꿈, 당신 소원. 가장 끔찍한 너의 악몽. 넌 못 가 내 거야. 난 네 그림자 못 벗어나‘라고 말한다. 다이애나와 굿맨 가족이 게이브의 존재를 부정할수록 그의 존재감은 더 짙어진다.
“게이브를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엄마의 죄책감, 그리움도 있고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감정도 있고요. 여러 감정과 덩어리들이 뭉쳐서 생겨난 게 게이브에요. 연기하기 어렵긴 한대요. 어렵게 다가가면 오히려 발목을 잡힐 때가 많더라고요. 생각보다 1차원적으로 단순하게 바라보는 게 오히려 편해요. 물론 게이브들과 고민하고 연구하는 단계들을 겪어봐서 오히려 단순하게 표현하려고 한 거죠. 처음부터 단순하게 갔으면 찾아낼 게 없었을 거예요.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도달하게 됐어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굿맨 패밀리' 다이애나, 댄, 게이브, 나탈리의 아픔과 화해,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양희준, 노윤, 이석준이 게이브를 연기한다.
“딱 봤을 때 비주얼이 셋 다 달라요. 저는 스스로를 볼 수 없어 모르겠는데 석준이는 더 사랑스러운 아들 느낌이 들고 윤이는 좀 더 든든한 아들 같아요. 저요? 평범 어딘가에요.”
게이브는 반전의 반전을 주는 캐릭터다. 알고 보면 곳곳에 복선이 자리해있다.
“반전을 준다는 생각보다는요. 어쨌든 저로 하여금 길을 잃는 장면이 많거든요. 이를테면 노래도 그렇고 되게 가슴 아프고 심각한 상황인데 록 음악이 갑자기 나오면서 빠른 템포로 나올 때도 있어요. ’지금 무슨 상황이야. 좋게 된 거야, 나쁘게 된 거야‘ 하면서 길을 잃을 때가 많아요. 객석에서 정보가 없는 상태로 볼 때 최대한 길을 잃지 않게 ’이쪽으로 가면 됩니다‘라는 표지판을 들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혼선이 오지 않도록 정보를 전달해야 할 부분에서는 확실히 힘을 쓰고 있어요.”
가족의 단절을 표현하듯 3층 집은 철제구조로 만들어졌다. 게이브는 특히 1, 2, 3층을 자유자재로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무대가 예쁘고 너무 마음에 들어요. 3층은 무섭지만 막상 공연을 시작하고 서면 무서운 건 없어져요. 체력적인 고통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노래하면서 왔다갔다 하는 게 쉽지 않아요. 계속 뛰어다니고요. 가만히 있을 때도 가만히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정신적, 체력적으로 쉽지 않죠. 일주일에 서너번 밤에 한강을 뛰면서 노래를 부르며 체력을 유지하려고 해요.
게이브는 캐릭터상 움직임 자체가 날렵해야 하잖아요. 안무 감독님도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한 인물이니 움직임도 일반적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얘기하셨어요. 봉을 잡고 왔다갔다 할 때 좀 더 가볍고 바람을 가르는 듯한 움직임을 표현하고 싶어 신경 쓰고 있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