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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의 숨터뷰②] 주성민 대표 "브이홀 추억, 어제 일처럼 생생해"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2.05.27 15:50 / 기사수정 2022.05.30 11:24


'김예나의 숨터뷰'는 공연장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아 전하는 엑스포츠뉴스만의 기획 인터뷰입니다. 관객들의 '숨'으로 가득찬 공연장, 그 속에서 뜨거운 열정을 안고 희망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홍대 앞을 든든하게 지키던 브이홀의 부재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지하 3층 공연장에 다다르기까지 사람들의 함성 소리와 열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엑스포츠뉴스는 '숨터뷰'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브이홀 주성민 대표를 만났다. 밴드 스키조·비트버거 기타리스트인 주 대표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깊은 이해, 획기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홍대 라이브 공연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신예 뮤지션들에게 '꿈의 무대'이자 베테랑 뮤지션들에게 '놀이터'와도 같은 브이홀의 역사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지만, 지난 14년의 추억은 영원할 것이다. 



◆ 브이홀, 홍대 대표 라이브 공연장으로 자리잡기까지  

브이홀은 지난 2007년 故신해철이 직접 문을 연 라이브 클럽 고스트시어터에서 시작했다. 이듬해 투자자와의 갈등으로 인해 故신해철이 손을 뗐고, 브이홀로 다시 문을 열었다. 주 대표는 브이홀의 큰 규모를 앞세워 대규모 기획 공연을 추진했다. 여기에 특유의 친화력과 긍정적인 성격을 무기로 브이홀 홍보에 힘을 쏟았다. 

"브이홀을 키우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하고 다양한 기획 공연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알리기가 힘들었죠. 초창기에는 다른 공연장들에 비해 규모는 크지만 사운드가 좋지 않아서 '브이홀은 크기만 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이후에는 그 어느 공연장보다 웅장한 사운드를 자랑했지만요. (웃음) 그때는 일단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으면 사람들이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웃고 친절한 공연장이라는 이미지로 굳히기에 들어갔죠." 



주 대표의 진심 어린 노력 끝에 브이홀은 홍대 앞 손꼽히는 대표 라이브 공연장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국내 신예 인디 뮤지션부터 서태지, 이승환 등 굵직한 베테랑 뮤지션들은 물론 해외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까지 브이홀을 찾았다. 

"서태지 형님의 최초 클럽 공연을 브이홀에서 열게 됐어요. 생일을 맞아 이틀 동안 콘서트를 열었는데 정말 난리가 났죠. 건물이 쓰러지는 줄 알았어요. 온갖 특수 장비를 다 사용했는데 팬들도 너무 좋아하고 형님도 만족하셨죠." 

"이승환 형님의 '웻(WET)쇼'도 빼놓을 수 없어요. 지하 3층 공연장이 물에 차서 고생도 많이 했죠. 제가 애정하는 형님이기 때문에 물쇼를 해도 전혀 상관 없었어요. 또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현장의 장비들을 다 비닐로 싸서 안전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에요." 



◆ 간판 내린 브이홀, 폐업의 아픔보다 더 큰 상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안한 상황에서 주 대표는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브이홀을 지켰다. 매달 들어가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하기 벅찼지만 버티기를 1년 여. 희망은 사라졌고, 아픔만 남았다. 

"2020년 11월, 브이홀의 간판을 내렸어요. 폐업 직전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운영하며 버텼어요. 하지만 공연이 끊기니까 더 이상 운영할 수가 없었어요. 힘들게 버티다가 마지막에는 깔끔하게 접었어요." 

당시 브이홀뿐 아니라 대중음악 공연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졌다. 코로나19로 공연장 업계가 휘청이고 있는데, 당시 정부는 수백억을 쏟아 부으며 언택트 공연장 건립을 위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코로나19 터지고 민간 공연장들이 폐업하고 난리가 났는데 새로운 언택트 공연장을 만든다고 하니까 화가 났어요. 잘 이어오고 있는 공연장 업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써도 부족한데, 엉뚱한 곳에 지원금을 쏟아 부으니 답답하더라고요. 민간 공연장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또 새로운 언택트 공연장을 많이 만들어낼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어요." 

"전국에 국가·지자체 운영 공연장이 정말 많은데 활용은 잘 안 되고 있어요. 사실 민간 공연장이 충분히 많은 상황에서 굳이 계속 만들어야 하는 필요가 있나 싶어요. 여기에 들어가는 운영 비용을 민간 공연장에도 분배를 해서 정기적으로 지원을 해준다면 훨씬 더 다채로운 공공 행사나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죠." 



◆ '진짜' 공연장의 의미 

주 대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연장이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고,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진짜' 공연장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대 앞 공연장 문화 역시 하나, 둘 뭉친 민간 공연장과 수많은 뮤지션들 그리고 음악으로 하나 되는 관객들이 모여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홍대 앞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위기를 겪어왔어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문화 공간이 상권으로만 변질됐지만 지금도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고 문화 공간을 지키려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의 움직임이 이어진다면 홍대 앞 문화는 계속될 것입니다."

주 대표는 브이홀이 그랬듯 진짜 공연장에서 상상을 펼치고 꿈을 키워 나갈 때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할 것이라 기대한다. 14년의 세월을 함께하며 수많은 추억으로 가득한 브이홀. 주 대표에게 브이홀은 어떤 의미로,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브이홀은 제게 독특한 이벤트로 기쁨을 준 곳이에요. 지금도 핵폭탄이 터져도 낮인지, 밤인지 모를 정도로 어둡던 지하 3층 공연장의 매캐한 냄새까지도 생생하게 떠올라요. 별의별 일이 다 있었던 브이홀에서의 일들이 어제 일처럼 느껴지고요. 브이홀처럼 추억을 안겨주는 진짜 공연장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사진=주성민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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