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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브금] "슝 폭탄과 총알"…악뮤의 '전쟁터'엔 굴복이 없지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2.04.24 12:10

김노을 기자


영화에도 드라마에도 다 있는 OST, 왜 나만 없어? 당신 가슴 한편에 자리한 추억을 소환해 오직 당신만을 위한 '인생브금'을 깔아드릴게요. 우연히 만난 가사가 주는 공감과 위로, 웃음과 눈물은 덤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노을 기자) 악뮤(AKMU)는 보이지 않는 총알이 오가는 이 세상을 '전쟁터'라고 칭한다. 오늘도 저마다의 전쟁터를 살아낸 이들을 위한 '인생브금'을 준비했다.

이번 '인생브금'은 악뮤의 '전쟁터(with 이선희)'로 꾸민다. '전쟁터'는 악뮤가 지난해 7월 발매한 컬래버레이션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NEXT EPISODE)'의 수록곡으로 첫 번째 트랙에 자리했다.

총 7개 곡이 수록되어 있는 '넥스트 에피소드'는 악뮤가 다른 아티스트들의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앨범이다. 이선희를 비롯해 아이유, 자이언티, 빈지노, 잔나비 최정훈, 크러쉬, 샘김이 참여해 저마다의 '초월 자유'를 노래했다.

초월 자유(Beyond Freedom)는 단순히 육체적인 안락과 편안함을 넘어 어떠한 환경이나 상태에도 영향받지 않는 내면의 자유을 의미한다. 고된 상황에서도 우리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며, 우리가 희망하는 바로 그곳에 닿을 수 있다는 악뮤만의 희망가(歌)인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넥스트 에피소드'는 단순히 피처링 앨범이 아닌 협업과 조화의 색채가 짙다. 동시에, 듣는 이들 역시 그 의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뜻깊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쟁터'에서 주목할 점은 단연 이찬혁이 쓴 노랫말이다. 이 곡은 악뮤가 생각하는 전쟁터를 마치 음악으로 이미지화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 다소 직설적인 '전쟁터'의 가사는 우리가 사는 현실을 그대로 투영해 먹먹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청자들은 예쁘게 포장된 희망보다 있는 그대로 드러난 고민의 흔적에서 더 큰 위로와 안도감을 느끼며, 그게 바로 악뮤의 노래가 가진 힘이다.

▲ "슝 폭탄과 총알 날아가는 모양" 아이들 시선에서 본 우리의 '전쟁터'

제목답게 '전쟁터'에는 전장(戰場)의 참혹함이 녹아있다. 총과 칼같은 무기 없이 내적 비명이 난무하는 이 시대가 전쟁터를 꼭 닮았듯 말이다.

'화약 연기 뒤덮인 하늘을 봐 / 몇십 년 후쯤이 되어야 우리는 전설이 될까 / 슝 폭탄과 총알 날아가는 모양' '저들이 가면 부축해 줄 테니 서둘러 가자 / 쿵 건물과 동상 쓰러지는 모양' 'Hey kid, Close your eyes / 답답해도 조금만 참아 / 여기 전쟁터에선 / 이명이 끝나면 / 비명이 들릴 테니까'라는 가사는 도저히 희망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전장을 그대로 본떴다.

그중에서도 상대를 정확히 지칭하는 'Hey kid'라는 단어를 넣어 과거 혹은 현재를 사는 아이들이 참혹한 전쟁을 견디고 있음을 표현했다. 어쩌면 이 'Kid'는 어린 아이, 더 나아가 어린 시절 우리나 어른이 된 우리를 지칭하는지도 모른다.

누구든 물리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전쟁터가 아니어도, 각자의 이유로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낸다. 특히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전 세계는 끙끙 앓았다. 코시국에 태어나 마스크 없이 외출한 적 없는 일명 '코로나 키즈'까지 생겨났다. 악뮤는 '그땐 마스크를 아무도 쓰지 않았고 / 그땐 다 그땐 당연한'이라는 가사를 '전쟁터'에 넣음으로써 개인사와 불가항력적 사유가 겹쳐 많이도 좌절하고 체념한 우리를 대변했다.

▲ "어떤 것을 그토록 사랑하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복하지 않는 너와 나

뻔한 얘기지만 돈보다 사랑, 성공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게 '전쟁터'의 메시지다. 여기에 레트로한 사운드와 몽환적으로 어우러지는 이찬혁, 이수현, 이선희의 보컬은 묘하게도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선사하는 힘을 가졌다. 자조적인 가사 속에서도 마냥 우울하지 않은 이유다.

악뮤는 상대를 깎아내리고 묻어버리기 바쁜 세상에서 이 노래를 통해 한 인간의 본질에 몰두했다.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 걸음을 빨리 재촉하는 당신은 / 어떤 것을 그토록 사랑하길래 / 몇 번을 살아났나요'라는 가사가 단적인 예다. 자아를 잃어가는 기분에 사로잡힐 때 '전쟁터'의 솔직한 노랫말과 풍요로운 리듬으로부터 건조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느낀다면, 인생의 한 축을 담당할 '인생브금'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전쟁터'를 비롯한 악뮤의 곡들은 이들의 음악적 성장사를 이해하면 몰입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10여 년 전 SBS 'K팝스타' 시즌2를 통해 악동뮤지션이라는 팀명으로 등장한 이 남매 뮤지션은 재치있는 가사와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가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랑스럽고 재기발랄한 곡들로 입지를 견고히 하는가 싶더니 악뮤로 탈바꿈 한 이후에는 큰 변곡점을 맞았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경험이 쌓임에 따라 내적으로 성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철학적 메시지가 담긴 곡들이 탄생한 것. 정규 1집에서 순수한 마음을 표현했다면 점점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이 작업물에 고스란히 담겼다. '전쟁터'를 포함해 '낙하' '맞짱' 'BENCH' 등 결코 타협하지도 굴복하지도 않는 노랫말이 잔뜩인 '넥스트 에피소드'에서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악뮤의 노래가 마냥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미 많은 예술가들이 기성세대나 천편일률을 강요하는 것들에 반기를 들고 저항하며, 국가를 향해 반전(反戰)을 외쳤다. 악뮤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결을 함께하고 자신들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노래로 옮겼을 뿐이다. 다만, 때때로 과장된 행복의 노래를 들어야 했던 우리에게 악뮤의 냉소는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와 따뜻한 위로가 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악뮤와 함께하는 '전쟁터'에는 어쩌면 머지않은 시간 내 꽃이 필지도 모른다. 서로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는 것만큼 좋은 위안은 없기에.

사진=엑스포츠뉴스DB, YG엔터테인먼트

김노을 기자 sunset@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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