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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이지수 음악감독 "파이 송, 희로애락 담긴 아름다움"

기사입력 2022.03.24 12:3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가 이지수 음악감독의 서면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다. 

수학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표현한 색다른 시도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특히 원주율의 숫자를 음표 삼은 '파이(π) 송' 연주는 이번 작품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채로운 매력이 담긴 사운드트랙으로 영화적 재미를 배가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이지수 음악감독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작품 속 음악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올드보이',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개론'과 같은 다채로운 장르 영화에 이어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 이번 작품에 참여한 소감은.

"모두가 힘들고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이 상황 속에 따뜻한 영화 한 편이 큰 힘이 될 수 있길 바랐는데, 마침 좋은 기회에 이번 영화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매우 의미 있었다. 또한 극 중에서 음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서 많이 신경 쓴 작품이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수학을 소재로 따뜻한 인생의 이야기를 전한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떠오른 음악 콘셉트가 있었을지 궁금하다.

"평소에 수학과 음악은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다' 와 '없다', '구체적이다'와 '추상적이다', '객관적이다'와 '주관적이다'와 같이 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다른 두 가지의 소재를 '차가우면서 따뜻함'이라는 음악적 색깔로 바꿔봤다. 결론적으로 도시적이고 각진 느낌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고전적이고 풍부한 감정의 클래시컬한 사운드의 결합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음악은 또 다른 등장인물이라 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작품의 음악 작업에서 각별히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일반적으로 따뜻한 드라마 형식에서 자주 쓰이는 현악기, 기타, 피아노 같은 어쿠스틱한 악기들에 주로 의존하는 방법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상황과 감정의 흐름에 맞게 반드시 사용하는 구간에서는 과감히 사용했으나, 날것의 사운드 그대로를 사용하기보다는 사운드 메이킹을 통해 일렉트로닉한 사운드와 통일성을 갖게 하도록 했다."

-사전 단계부터 콜드플레이, 방탄소년단의 음악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다채로운 사운드트랙을 만들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영감을 얻었는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감독님과 음악 콘셉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독님은 콜드플레이의 'Life In Technicolor'나 방탄소년단의 'Euphoria'와 같은 곡들을 들려주시며 이런 느낌의 악기 색깔들이 우리 영화에 잘 어울리겠다고 추천을 해주셨다. 물론 그런 음악들의 전체 색깔을 의미하는 게 아닌, 특정 구간의 어떤 악기들을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했다. 그 후에 편집본이 나왔고, 추천 악기들로 작업했던 가이드 음악들이 화면의 온도와 잘 맞아떨어졌다."

-숫자가 음표로 연주되는 '파이(π) 송' 장면은 이번 작품의 백미로 손꼽힌다. 이틀 만에 탄생한 '파이 송'의 탄생 배경 및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파이 송'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3.141592…라는 선율의 흐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많은 종류의 '파이 송'들이 나와있다. 다만 이 반복 없고 끝이 없는 숫자의 나열을 소위 듣기 좋은 음악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 더불어 이 장면은 피아노 전공자가 아닌 고등학생과 수학자의, 그것도 즉흥 연주라는 설정이 있기에 너무 어려워도 안된다는 제한점이 있다. '듣기 좋게 다듬기' 하지만 '너무 어렵지는 않게'라는 이 두 가지의 조건을 충족하는 곡이 우리 영화에 쓰인 '파이 송'인 것이다."

-'파이 송'은 어떤 박자로 연주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의 느낌을 낼 수 있는 곡이라고 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만의 '파이 송'에는 어떤 콘셉트와 분위기를 담아내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이 영화에서의 '파이 송'의 목적은 수학이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해 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학성이 숫자를 선율로 제시하고 그에 맞춰서 보람이 화음을 만든다. 단순한 선율이 기승전결, 희로애락이 담긴 음악으로 완성돼 나가는데, 바로 그 과정 자체가 아름다움의 연속인 것이다. 답을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닌, 과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진행한 '파이 송' 커버 이벤트에 관객들의 열띤 참여가 이어졌다. 악기뿐 아니라, 계산기를 활용한 연주 장면 등 다양한 시도 역시 돋보였는데 눈에 띄는 영상이 있었는지, 관객들의 참여를 지켜본 소감은 어땠는지?

"계산기를 활용한 연주, 피아노 유튜버 박지찬의 연주, Libre의 오케스트라 연주 등 모두 내가 평소에 봤던 유튜브 채널이었다. 대부분 본인들의 장점을 매우 잘 살린 기발하고 창의적인 커버 영상들이어서 원작자로서 매우 뿌듯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음악 작업을 하며 실제로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낀 장면이 있는지? 혹은 이번 작품에서 음악이 가장 아름답게 어우러진 장면을 꼽아본다면?

"대학생이 된 한지우와 이학성이 다시 만나는 엔딩 장면에 나온 'Q.E.D. (Pi Song Var_II)'라는 음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곡은 극 중에 나온 '파이 송'오리지널 피아노 버전을 일렉트로닉하고 클래시컬한 음악으로 재편곡한 버전으로, 힘차고 진취적인 아름다움의 끝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곡은 이번 영화의 음악 팀에 속한, 매우 뛰어나고 개성 넘치는 남예찬 작곡가의 도움을 받아 완성됐다"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되는 그런 영화이니 한번 꼭 보시길 추천드린다. 아무쪼록 이번 영화를 통해 수학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껴보시길 바란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사진 =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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