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뜨거운 피'가 1993년의 부산을 배경으로 남자들의 진한 느와르를 선보인다.
16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천명관 감독과 배우 정우, 김갑수, 지승현, 이홍내가 참석했다.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다.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정우가 구암의 실세 희수 역을, 김갑수가 구암을 손에 쥐고 있는 손영감 역을 연기했다. 또 최무성이 희수를 욕망으로 이끄는 용강 역을, 지승현은 영도파 에이스이자 희수의 30년 지기 철진 역을 맡았다. 이홍내는 희수처럼 되는 것이 꿈인 새끼 건달 아미 역으로 등장한다.
유명 작가로 활동 후 '뜨거운 피'를 통해 감독 데뷔에 나선 천명관 감독은 "오래 준비한 작품이다. 경황이 없는 상황인데, 지나보니 제 인생의 재미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첫 연출작을 선보이게 된 소감을 전했다.
영화 속에는 정우를 중심으로 배신과 분노로 얽히고설킨 이들의 1993년의 부산 풍경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정우는 "부산은 제 고향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자란 곳이다. 영화 작품에서 부산 배경으로 사투리를 쓰는 그런 역할을 맡을 때는 항상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다. 여러가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고 인사했다. 이어 "이번 작품도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물론 연기하고 촬영하는 동안에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 '희수 캐릭터에 잘 녹아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려고 했었다. 그 모습이 잘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또 "'부산'이라고 하면 다 느끼시겠지만, 저희도 바닷가에서 많이 촬영을 했었는데 언제나 엄마의 품처럼 따뜻하고 좋은 긍정의 에너지를 받았다"며 '뜨거운 피'와 함께 한 시간을 떠올렸다.
김갑수는 "제가 연기한 손영감은, 한편으로는 좀 치사하고 따뜻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희수와의 관계는 마치 제 아들처럼 생각하는 그런 사이라고 생각했다. '건달 세계에 이런 보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제가 봤을 때는 '읍소형 보스'였다. 희수에게도 그렇고 계속 부탁을 한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지승현은 "극 속에서 철진이 안타고니스트이고, 내적 갈등을 가지고 있지 않나. 이런 감정선들이 희수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대본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감정들을 순간의 호흡이나 눈빛으로 표현해보려고 많이 노력했었다. 제가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감정선을 따라갔던 그 감정을 영화를 보면서도 그대로 느꼈었다. '우리 영화가 이렇게 감정선을 잘 따라갈 수 있게 만들어졌구나' 감히 생각이 들었다. 관객 여러분께 잘 전달됐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홍내는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정우와의 호흡을 언급하며 "배우라는 직업을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었다. 선배님들에게 모든 것을 배웠다"고 감격하며 "정우 선배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선배님처럼 정말 연기 잘 하고 싶었다. 정우 선배가 없었으면 이렇게 못 찍었을 것 같다. 그만큼 제게 에너지를 주셨다"고 덧붙였다.
'뜨거운 피'가 기존 느와르와 다른 지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천명관 감독은 "1990년대의 구암이라는 가상의 공간이긴 하지만 부산의 변두리 지역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건달들의 이야기가 공허하지 않고 실제로 와닿았었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부터 보여주는, 그리스 비극같은 원형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여기에 희수부터 손영감까지 매혹적인 캐릭터의 매력에 끌렸다"고 말했다.
이어 "또 장편소설에 전해진 하나의 세계를 어떻게 두 시간 안에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것을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영화적인 리듬을 보여주고 하는 그런 부분들에 주안점을 뒀다"고 전했다.
정우는 "저희 '뜨거운 피'만의 분위기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시나리오를 봤을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제 가슴을 두드리고 끌어당겼었다. 최선을 다해서 스크린에 옮겼다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또 "흔히 건달 영화라고 하는, 어둡고 짙은 영화를 표현할 때 어깨에 힘을 주거나 아니면 마치 어떤 모습을 흉내내는 듯한 그런 모습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건달, 조직 이런 부분보다도 한 사람, 한 인간으로서 본능을 숨기고 있는 모습을 표출하는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천명관 감독과 배우들은 일제히 입을 모아 "어려운 시국이지만, 격려해주신다면 좋겠다. 저희 영화가 불씨가 돼 많은 분들이 극장을 찾아주시고, 그 마음과 정성이 관객 분들꼐 잘 전달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뜨거운 피'는 23일 개봉한다.
사진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