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해, 김현세 기자) 포수에서 외야수로,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나원탁(27·롯데 자이언츠)이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롯데는 2일부터 김해 롯데상동야구장에서 스프링캠프에 돌입했다. 투수조에 속한 나원탁은 새로 부임한 리키 마인홀드 투수코치의 방침에 따라 첫 훈련 주기에 불펜 피칭에 들어간 뒤 PFP(Pitcher Fielding Practice), 라이브 피칭 등 투수 훈련을 소화해 왔다. 그가 투수로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든 건 이번이 처음인데, 초반에는 어색해한 훈련도 적지 않았지만 3주 차를 지나 온 지금은 많이 적응했다고 한다.
지난해 나원탁은 성공적인 투타 겸업 사례로 평가받을 가능성을 보여 준 바 있다. 8월 11일 퓨처스리그 상무전에서는 한 경기에 홈런과 세이브를 동시에 달성했고, 다음 달 24일에는 NC전에서 홈런 포함 3안타에 홀드까지 올리는 등 투타 겸업 선수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올해는 투수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는 "한 가지에만 집중하겠다고 구단과 이야기했다. 나중에 방망이를 다시 잡을지 상의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일단 투수에만 집중할 생각이다"라며 "지금 야수 쪽 훈련은 생각하지 않는다. 투수로 전념해도 쉽지 않다. 겸업한다면 투수 사인 연습을 할 시간에 타격 훈련을 한다. 한 곳에만 집중해야 기회를 받을 확률도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수로 전향하는 데 아쉬움은 없다.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할 당시에는 아쉽기도 했다. 포수로 더 뛰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결정됐다. 그래도 하루이틀 만에 마음을 정리했다. 원래 포지션을 내려놓은 뒤에는 무엇이든 열린 마음으로 임해 왔다. 그래서 1루수로도 나설 수 있었고, 투수로서도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나원탁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12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59(11⅓이닝 2자책)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15를 기록했다. 삼진을 6개 잡는 동안 볼넷은 그 절반밖에 내 주지 않았다. 9, 10월에는 1군 마운드에도 올랐다. 1군 첫 등판이었던 9월 5일 NC전에서는 삼진 1개를 섞어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보완점을 찾기에는 표본이 많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는 평가다.
나원탁의 훈련 일정은 주로 김대우와 함께다. 투타 모두 재능을 가진 두 선수는 닮은 점이 많다. KBO리그에도 포수에서 전향해 마무리 투수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김재윤(KT) 등이 있지만, 김대우는 나원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돕는 본보기다. 그는 지난 2020년 투수로 재전향해 46경기(49⅓이닝)에서 평균자책점 3.10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50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필승조로도 활약했다.
나원탁은 "내가 따로 조언을 구하지 않더라도 (김)대우 선배가 내 곁에서 늘 '잘한다. 잘한다'며 정신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다. 실수를 해도 '실수는 실수일 뿐이다. 그러고 난 뒤에는 또 잘하지 않았느냐'고 해 주신다. 이제 실수하더라도 피하지 않고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며 "나와 비슷한 경험을 먼저 해 봤으니 좋은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게 아닐까.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에는 마운드 경험을 늘리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나원탁은 "어떤 상황이든 관계없다. 2, 30이닝 정도 소화해 보고 싶다. 그러려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 지난해 투수로 뛰며 그동안 쓰지 않던 근육을 쓰면서 느낀 점도 있다"며 "올해 아프지 않고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드리려면 지금 이 시기에 잘 준비해 둬야 한다. 지난 시즌에는 지고 있는 상황에만 등판했지만 앞으로는 이기고 있을 때 던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