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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피디아] "순심이도 타!"…이효리, 무지개다리 너머의 'Holly Jolly Bus' (인생브금)

기사입력 2022.02.20 12:10

김노을 기자


영화에도 드라마에도 다 있는 OST, 왜 나만 없어? 당신 가슴 한편에 자리한 추억을 소환해 오직 당신만을 위한 '인생브금'을 깔아드릴게요. 우연히 만난 가사가 주는 공감과 위로, 웃음과 눈물은 덤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노을 기자) 동물들이 사망하면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고 말한다. 지금쯤 무지개 다리를 건너 무사히 강아지 별에 도착했을 아이들, 그 반려동물들의 꼬순내가 그리워 슬픔에 사무치는 새벽을 보낼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인생브금'을 준비했다.

이번 '인생브금'은 이효리의 '홀리 졸리 버스(Holly Jolly Bus (Feat. 순심이))'로 꾸민다. '홀리 졸리 버스'는 이효리가 2013년 5월 21일 발표한 정규 5집 '모노크롬(MONOCHROME)'의 수록곡으로, 트랙리스트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위치인 첫 번째에 자리했다.

이 곡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은 피처링이다. 이효리 못지않게 유명한 그의 반려견 순심이가 목소리를 더했기 때문. 지금이야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의 반려동물 목소리를 노래에 싣는 게 그다지 특이할 만한 일도 아니나 약 10년 전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강아지가 피처링에 참여했다는 이색 사실 자체로 큰 관심을 모았고, 앨범이 베일을 벗은 순간 '홀리 졸리 버스' 속 순심이의 경쾌한 짖음은 청자들에게 유쾌한 미소를 선사했다.

▲ "아저씨, 아줌마, 공주님, 순심이도 타"…왈왈 소리로 완성한 행복의 버스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행복 그 자체다.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온전하고 충실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 이효리에게 순심이도 그런 존재였다.

'아침은 언제나 수수께끼고 / 옷은 맞지 않아 불편해' '아무리 노력해봐도 잘 안 풀리고 / 더 꼬여간다 느낄 때 자, 다같이' '힘있는 사람들은 귀를 막았고 / 힘없는 사람들은 기가 막혀 / 믿었던 그놈은 떠나버렸고 / 더 이상 소주병엔 효리가 없네' 등 가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되는 게 없는 현실을 직설적으로 재치있게 표현했다. 곡의 중반까지 이러한 기조가 유지되다 기분 좋은 반전을 맞이하는 것은 후반부에 행복의 버스, 바로 홀리 졸리 버스가 등장하면서다.

'아저씨도 타 (Holly Jolly Bus) / 아줌마도 타 (Holly Jolly Bus) / 공주님도 타 (Holly Jolly Bus) / 순심이도 타' '희망은 뭐 개뿔 그런 생각 말아요 / 지금이 아닐 뿐 시작 될 거야 자 다같이'로 이어지는 귀여운 노랫말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든 밝고 행복한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순심이의 목소리는 '순심이도 타'라는 가사 바로 뒤에 붙었다. 이효리가 '타!'라고 가사를 맺음하는 순간 순심이는 두 번의 짖음으로 목소리를 더하는 것. 마치 버스를 타고 함께 여행을 떠나자는 이효리의 청에 순심이가 화답하는 듯한 형식이 곡을 들을 때마다 늘 사랑스럽다. 물론 순심이의 짖음을 따로 녹음해 적절한 위치에 삽입한 것이지만 이들이 꼭 대화하는 것처럼 들려 절로 미소 지어지기도 한다.

이효리는 왜 '홀리 졸리 버스'에 순심이의 목소리를 실었을까. 우선 영단어 'Holly Jolly'가 지닌 뜻 중 하나는 '밝고 행복하고 명랑한'이다. 가사 내용처럼 현실은 엉망진창에 뭐 하나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여도 일단 홀리 졸리 버스를 타고 함께 떠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효리는 순심이가 앨범에 참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둔 만큼 자신이 생각한 바로 그 '행복의 버스' 탑승객으로 순심이를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음악 방송에서도 순심이의 자리를 빼놓지 않았다. '모노크롬' 활동 당시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홀리 졸리 버스' 무대를 꾸밀 때 순심이를 연상케 하는 인형탈을 등장시킬 정도였다.

▲ 작은 생명과 함께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가(歌)

순심이는 이효리가 12년 전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한 반려견이다. 과거 유기견으로 동해 바닷가를 떠돌던 순심이는 동해시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했다. 안락사 직전 한 봉사자의 구조로 목숨을 건진 후 이효리와 가족이 된 일화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순심이를 품은 이효리는 둘이 함께 방송도 하고, 책도 펴냈다. '홀리 졸리 버스'라는 멋진 노래도 만들었다. 순심이와의 커플 화보 수익은 기부까지 했던 이효리는 "다른 생명과 그 정도로 깊은 사랑과 교감을 해본 게 아마 순심이가 처음"이라며 "깊은 사랑과 교감이 내가 인생을 살면서 나한테 제일 행복감을 준다는 걸 깨닫고 그 외에 부수적인 건 차근차근 쳐내면서, 진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순심이가) 깨닫게 해줬다"고 남다른 애틋함을 드러냈다.

이별의 순간은 이들에게도 찾아왔다. 순심이는 2020년 12월 23일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은 지상에서 가깝게 지내던 동물이 죽으면 그들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 동물 친구들이 뛰놀 수 있는 초원과도 같은 곳에 도달한다고 믿는다. 그곳은 지상의 아픔따윈 전혀 없이 즐거운 일만 가득하다.

이효리와 순심이의 이별은 SBS '동물농장'을 통해서도 공개됐다. 순심이가 떠난 후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순심이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헤어짐을 받아들인 때까지를 털어놨다. 특히 이효리는 잠자듯 떠난 순심이에 대해 "얼굴이 항상 제 방향으로 되어 있고 항상 저만 바라봤다"고 회상했다.

이효리는 또 "그 촉감이 안 잊혀지고 그냥 쓰다듬고 안아주고 싶다"며 "우리가 나눴던 많은 사랑의 순간을 떠올리면서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애도하고 충분히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보내줄 때도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으며 끝내 눈물을 쏟았다.

'홀리 졸리 버스'를 함께 불렀던 순심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행복한 기억만 간직한 채 뛰어놀고 있다. 그리고 이효리의 노래와 이야기를 들은 이들은 마음에 품은 각자의 반려동물을 생각한다. 걱정 근심은 잊고 유쾌한 웃음만 넘칠 '홀리 졸리 버스' 속 둘의 티키타카에 누군가는 웃기도, 누군가는 울기도 할 테지만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은 저마다의 순심이를 떠올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효리는 순심이를 떠나보낸 날 보호소 소장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자기밖에 모르던 철부지도 사랑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기꺼이 한 생명을 책임지고 평생의 반려자가 된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인생브금'으로 다가갈 '홀리 졸리 버스'다.

사진=안성평강공주보호소 공식 인스타그램, 이상순 인스타그램, SBS 방송화면, B2M엔터테인먼트

김노을 기자 sunset@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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