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등 TV에서 비치는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만큼 뮤지컬 ‘레베카’는 배우 이장우에게 절박한 고뇌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실제로는 장난꾸러기예요. 장난을 너무 치고 무대에서도 선배님들이 장난을 치잖아요. 지금은 까불거리는 시기는 아닌 것 같아요. 너무 잘하고 싶은데 한순간에 가사가 날아가더라고요. 계속 스스로 자책해야 늘겠더라고요. ‘영웅본색’ 때는 ‘연기자니까 뮤지컬도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는데 이번에 큰코다쳤죠.”
뮤지컬 ‘레베카’는 대프니 듀 모리에 소설 ‘레베카’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를 모티브로 탄생했다. 아내 레베카의 의문의 사고사 후 그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 드 윈터와 그런 막심을 사랑해 새 아내가 된 나, 나를 쫓아내려는 집사 댄버스 부인 등이 막심의 저택 맨덜리에서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다. 2013년에 한국 초연을 올렸고 올해 육연 중이다.
“소설과 영화를 다 봤어요.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문제가 아니어서 그런 것들이 많은 도움은 안 되더라고요. 매체와 뮤지컬이 비슷할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전혀 다르더라고요. 너무 딥한 분야에요. ‘영웅본색’ 때는 역할도 그렇고 부담이 없던 것 같아요. 그때는 형들에게 이끌려갔는데 ‘레베카’는 막심이 보여줘야 하는 것들이 있어 늘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릴 때는 선배들에게 혼나면서 크면 되는데 지금은 많은 건 아니지만 나이도 있으니 잘해야죠.”
‘가루 막심’ 이장우가 맡은 막심 드 윈터는 맨덜리 저택의 소유주로 영국 최상류층 신사다. 잊히지 않는 레베카 때문에 괴로워하며 재혼한 아내 이히(I)에게 그녀에 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다.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을 ‘칼날 같은 그 미소’에서 터뜨린다.
이장우가 캐스팅될 때 의아한 반응을 보낸 이들이어도 안정된 연기, 호소력 있는 목소리, 딕션과 발성을 뽐내는 그의 무대를 보면 편견을 벗을 터다.
“쉬는 시간에 ‘칼날 같은 그 미소’를 5, 6번 하고 들어가요. 감정선은 어렵지 않아요. 드라마와 비슷하거든요. 그것보단 무대에서의 움직임, 노래에 감정을 싣는 법이 너무 어려워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어요. 머리가 잘 굴러가는 스타일인데 노래도 연기도 도저히 잘 안 되는 거예요.
제 주변에 뮤지컬 톱배우가 너무 많아요. 그들이 저희집에 오면 웃고 떠들고 해서 저처럼 편안하게 설렁설렁 사는 줄 알았는데 어마어마한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형처럼 저렇게 하면 되겠지 하는데 이게 안 되니 죽겠더라고요. 형들에게 도움을 많이 요청했는데 여러 분들이 관객이 봤을 때 느끼는 문제점을 말해주셨어요. 기본이 안 돼 있다는 말을 많이 해줬고 캐릭터 분석이 먼저가 아닌 기본적인 것을 잡아보자는 조언을 해줬죠. 지금 연출부, 음악감독님이 여기까지는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그 이상은 제 몫이고요.”
막심 역에는 이장우를 비롯해 민영기, 김준현, 에녹이 연기하고 있다. 이장우는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형들이다. 정말 많이 배웠다”라며 존경심을 보냈다.
“커튼콜 후에야 숨이 쉬어져요. 뮤지컬이 쉽지 않아요. 나만 못하는 건가 하는데 다 그렇게 어렵게 절박하게 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분들과 같은 역할을 해 차라리 부담은 덜해요. 너무 따라갈 수 없어서. 비슷하면 스트레스받을 텐데 너무 날아다니시니 마음이 편해요.”
뮤지컬 데뷔작 ‘영웅본색’(2019)에서 함께한 한지상, 민우혁과는 절친한 사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친분을 뽐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지상이 형이나 (민)우혁이 형이 집에서 편안하게 있길래 나처럼 재밌게 편하게 사나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요즘 공연을 많이 보거든요. 대체 내가 뭐가 문제인지 못 찾아서 ‘프랑켄슈타인’을 세 번 봤어요. ‘프랑켄슈타인’ 배우들처럼 하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고요. 연극도 엄청 많이 봤어요. 전성우 배우의 ‘마우스피스’를 두 번 봤는데 소름이 돋더라고요. ‘아 저렇게 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미안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고 너무 잘하더라고요. 하늘과 땅 차이로 실력 차이가 나요. 드라마는 안 그래서 그렇게 못 느꼈는데 존경하게 됐죠.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아온 저 자신을 다시 되잡는 계기가 됐어요.”
댄버스 부인 역의 신영숙, 옥주현도 뮤지컬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다. “두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라며 농담할 정도로 이들의 자세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제가 말할 수준이 아니에요. 누나들과 같이하면 소름 돋아요. 저도 배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저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저렇게 열심히 한다고?’, ‘그렇게 하니 최고가 되는 건가’ 여러 생각을 했죠. 두 사람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요. 매 공연 뼈를 깎는 고통으로 임해요. 처음에는 ‘왜 저게 일처럼 안 되고 늘 처음처럼 새롭게 열심히 살지’ 싶어 놀랐어요. 저도 편안하게 공연장에 갈 마음이 전혀 안 생기더라고요. 대단해요. 많이 배웠죠.”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 박지영 기자, EMK뮤지컬컴퍼니(장소 제공= 에뚜아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