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MBC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덕임(의빈 성씨) 역을 맡은 배우 이세영은 후궁 옷을 입었는데도 ‘확신의 중전상’을 자랑했다. 정작 본인은 “중전상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라며 쑥스러워했다.
“귀티가 있어야 하나 봐요.(웃음) 저는 한 게 없고요. 금테 두른 첩지와 비녀 꽂이가 실제로 100만 원 넘는 것들이 있고 당의나 노리개도 굉장히 비싸거든요. 그런 게 달려있어서 중전상이라고 해주신 게 아닌가 합니다. 이건 비밀인데 태어날 때 첩지를 달고 나왔습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웰메이드 멜로 사극으로 시청률(17.4%)과 화제성 모두 잡았다.
“7개월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데 많은 제작진, 배우, 스태프가 힘을 합쳐 열심히 촬영했어요. 바라는 것 그 이상으로 사랑받고 많은 관심과 응원을 주시고 마지막까지도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면서 잘 마무리돼 너무 행복하고요. 많이 사랑받은 만큼 오래 여운이 갈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의빈 성씨를 그렸지만 이세영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초반 당돌한 말괄량이 생각시 궁녀의 모습부터 후반에는 아이를 연이어 잃고 동료까지 보내면서 상심한 모습까지 덕임의 감정선을 폭넓게 그렸다.
“어떻게 표현하셨는지 분위기를 보기 위해 클립을 짧게 두 개 정도 보긴 했는데요. 원작의 흐름 자체가 차이가 있어요. 이 인물은 소소하게 동무들과 필사 일을 하며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걸 선택하며 살고 싶어 해요. 소소하고 소박한, 가늘고 길게 사는 삶을 꿈꿨다는 점에서 조금 달랐어요. 왕의 승은을 세 번이나 거절한 부분을 저희 작품에서 조금 더 잘 드러낸 것 같아요. 궁녀의 마음에 포커스를 둔 작품이 나온 적이 없어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어요.”
보통 사극 로맨스물이 남녀 주인공의 관계 발전을 강조했다면 '옷소매'는 개별 캐릭터의 고뇌와 개성이 끝까지 유지됐다. 달달한 로맨스를 원한 시청자의 아쉬워하는 반응도 있었다.
“후궁이 된 뒤 아이를 잃기 전에 초반 부분이 좀 더 길게 나왔다면 달달한 로맨스가 충족됐을 것 같아요. 원작에서는 가슴 아프고 정조가 나쁘게 보이는 것도 있고 그럼에도 둘이 붙었을 때 달달한 장면도 많이 나오는데 그 부분은 저도 조금은 아쉽고요. 그러나 조금 더 비극적인 서사를 위해 정치적인 분량도 있었고 그런 것 때문에 그리됐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캐릭터의 고뇌와 개성은 끝까지 유지됐으나 그 속에서 정조, 산이(이준호 분)와의 감정선은 조금씩은 발전한 것 같아요.”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27년 차의 깊은 내공을 보여준 이세영은 지난 회를 돌아보며 이산에 대한 덕임의 감정선을 되짚었다.
“5회 엔딩에서는 저하께서 보위에 오르는 그 날까지 제 목숨을 다 바쳐 지켜드리겠다는 충심이었어요. 그 이전 겸사서 나리인 줄 알았을 때는 호기심, 친밀감이 있었을 터고 이후에는 호감 정도인 것 같아요. 6회 엔딩에서 욕조에서 상의 탈의하는 장면을 보면서 남자로서의 관심을 일부러 더 표현하려 했어요. 뒷부분까지 텐션이 높아질 장면이 많이 없는 것 같았거든요.
이후 충심 외에도 연심이 조금씩 커졌어요. 클라이맥스는 11회에서 서상궁 마마님과 얘기할 때 좁아진 저하의 입지를 보며 저하를 지켜드리고 싶은데 어찌해야 하는지 방도를 모르겠다고 울면서 얘기하잖아요. 그렇게 저하를 연모하면서 왜 후궁은 되고 싶지 않아 하냐는 말에 ‘저 자신이 가장 소중해요’라고 해요. 그러면서 이미 커진 마음도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 같아 중요했어요.
14회 엔딩 때는 자기도 모르게 숨겨놓은 본심이 드러나는 장면이 옷자락을 잡는 거로 표현됐어요. 승은을 입는 장면에서는 진심으로 함께 있고 싶어서 승은을 내리는 것인지 모르고 벌을 주려고 그런 줄 알았다가 진심을 알게 되고 사과하고 선택의 기회를 주잖아요. ‘넌 날 평생 다시 보지 않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수 없어 제가 선택한 거죠. 어찌할 수 없는 게 아니라 그것은 덕임이의 선택이었어요. 그러나 찾아주기 전까지는 만날 수도 없고 어쨌거나 을의 위치, 아니 병, 정이죠. 그런 위치여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되게 연모하고 있고 그런 와중에 많은 걸 잃으면서 슬퍼하는 과정으로 감정선을 정리했습니다.” (인터뷰④에서 계속)
사진= 프레인TPC,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