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첫 인터뷰여서 헤맬 수도 있겠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살짝 긴장한 듯 보이지만 차분히 답을 해나간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홍덕로(홍국영) 역을 맡아 존재감을 각인한 강훈 이야기다.
그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게 돼 영광이었다. 오디션에 합격한 이후 많이 준비했고 감독님과 계속 만나면서 대화도 나누다 보니 (촬영이) 끝날 때 굉장히 기분이 울컥하더라. 좋았던 작품이었고 호응과 관심을 얻게 돼 영광이고 감사드린다”라며 호평 속에 퇴장한 소감을 밝혔다.
강훈은 여심을 사로잡는 훈훈한 비주얼 속 서늘한 내면을 감추고 사는 겸사서에서 야망과 탐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도승지까지 홍덕로의 모습을 이질감 없이 연기했다. 웃는 모습이 참 순해보이면서도 표정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그의 양면적인 외모가 빛을 발했다.
“선한 느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옷소매 붉은 끝동’ 오디션에서 감독님이 착한데 서늘한 눈빛을 갖고 있다고 말해주셨어요. 제가 가만히 있으면 웃는 상이어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눈이나 표정으로 많이 드러날 것 같더라고요. 대사를 읽으면서 얼굴의 각도나 눈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임했어요. 양면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눈이라고 생각해 거울을 보면서 계속 연습했어요.”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홍덕로는 조선 최고의 미남 캐릭터로 묘사됐다. 잘생긴 얼굴과 부드러운 눈웃음을 가져 궁녀들의 상사병을 부르는 인물이다.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는 잘생긴 외모라는 부분이 부담된 건 사실이에요. 제가 자신 없으면 잘생긴 것에 중간도 못 갈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하면서 다녔어요. 자신감을 보여준다면 조선의 미남자는 되지 않을까 해 부담을 이겨냈던 것 같아요.
저는 미남자가 아니지만 조선시대에는 미남자였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내 미소에 나인들이나 항아님들이 좋아하고 쓰러지기 때문에 일어날 때부터 미소를 연습했죠. 계속 웃고 어떤 웃음이 가장 그 사람을 웃게 만들까 기분 좋게 만들까 고민했고요. 외적으로 노력한 부분은 살을 6kg을 뺐어요. 살을 빼면 어느 정도 미남자에 조금은 접근하지 않나 생각해 살을 엄청 뺐습니다.”
그랬던 미남자 홍덕로는 점점 흑화했다. 이산(이준호 분)을 보위에 올리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이산의 총애를 독차지 하고 싶어 했다. 왕의 허락도 없이 거침없이 역모까지 조작하고 중궁전의 궁녀와 상궁, 의녀들을 납치해 고문하는 등 비뚤어진 욕망을 폭발했다.
"캐릭터가 처음 표현될 때 홍덕로는 사람들의 친절과 호의를 믿지 않는다고,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글이 있었어요. 그 사람에 빠져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내 생활에서 찾아와서 연기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생활 속에서 찾아내 잘 표현했던 것 같아요. 강훈이라는 사람으로 표현한 게 아니라 홍덕로라는 사람이 표현했을 것 같다고 생각한 걸 섞어 연기했고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외모도 달라졌다. 수염을 붙여 외모적으로 변화를 줬고 야망이 이글이글한 눈빛을 장착해 홍덕로의 내면을 나타냈다.
"겸사서일 때는 세손 저하를 무사히 보위에 오르게 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도승지로 변할 때는 저의 야망을 드러낸다고 생각했죠. 사극이 행동을 보여줄 수 없더라고요. 눈이 가장 변할 거 같다고 생각해 거울을 보며 굉장히 많이 연습했어요. 수염을 붙일지 말지도 감독님과 촬영 직전까지 고민했고 붙이게 됐어요. 전 수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이 흑화된 모습으로 잘 보이지 않았나 해요. 현장에서 카메라 감독님이 굉장히 흑화됐다고 표현해주시더라고요. 수염을 붙인 뒤에는 내가 표현할 것을 열심히 표현했어요.”
어쩌면 그의 폭주와 흑화는 이산에 대한 비뚤어진 사랑 때문이었을 수도 있을 터다. 이산을 두고 궁녀 성덕임(이세영)과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산의 신뢰를 받기 시작한 성덕임을 극도로 경계하며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홍섭녀(서브녀)’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감독님과 항상 얘기한 부분인데 산에 대한 저의 마음은 모든 것이 진심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감독님이 충이 애로 바뀐다고 하셔서 그 부분을 많이 생각했고 산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인 것으로 봤어요. 전체적으로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죠.
홍섭녀는 촬영장에서 감독님, 스태프분들이 홍섭녀, 홍섭녀 라고 불러서 알게 된 별명이에요. 대본을 보면서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어서 '뭐지?' 했는데 다들 촬영장에서 섭녀, 섭녀라고 불러주셔서 작품을 통해 이런 별명도 생기는구나 했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앤피오엔터,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