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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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희롱이 가벼워?"…키디비의 일침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1.10.11 16:50 / 기사수정 2021.10.11 14:27


(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제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담았어요." 

싱어송라이터 키디비(KittiB)는 이달 14일 새 EP 앨범 '비(BE)' 발매를 앞두고 엑스포츠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신보 '비'는 14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이번 인터뷰에서 키디비는 신보 '비'를 발매하는 소감부터 작업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더불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초 마무리된 블랙넛과의 법적 공방 뒷이야기를 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특히 민형사 소송 모두 끝난 상태에서 매체와의 첫 만남인 만큼 의미를 더했다. 

먼저 키디비는 "오랜 법적 공방으로 인해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너무 심해져서 앨범 작업이 여러 번 엎어졌다. 원래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제가 사람이 너무 무서워지고, 불안증이 너무 심해서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집에 있을 때도 공격 당할까봐 두려움에 떨었다. 힘든 시간을 2년 정도 보냈지만 끝내 앨범을 완성했다는데에 정말 감동적이다. 그동안 함께 고생한 프로듀서분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비'에는 타이틀곡 'A.D.H.D'를 비롯해 '렛츠 겟 로스트(Let's Get Lost)' '위 유(WE-YOU)' '두 잇 어게인(Do It Again)' '매스드 업(Messed Up)' 등 총 다섯 곡이 실린다. 가수 겸 프로듀서 송은석이 앨범 전곡 프로듀싱으로 참여했으며, 가수 유성은과 더 1975(the 1975), 비바두비(Beabadoobee), 사와야마 리나(Sawayama Rina) 등이 소속된 레이블 더티 힛(Dirty hit) 출신 영국 싱어송라이터 지아 포드(Gia Ford)가 피처링으로 함께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과 장르의 완성도 높은 다섯 트랙이 담긴 만큼 키디비의 다채로운 음악 색깔을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키디비는 "이번 앨범은 '나다운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했다. 래퍼라는 대중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제가 진짜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과거의 저는 대중이 좋아하는 모습에 맞춰 랩을 해야만 했다면 이제는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 전곡 프로듀싱을 함께해준 송은석이 없었다면 '비'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함께 치열하고 고민하고 뜻을 함께해준 덕분에 제 색깔을 찾을 수 있었답니다. 더불어 지아포드와의 작업은 제게 정말 꿈 같은 작업이었어요. 실시간으로 영국에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새벽에 잠도 안 자고 작업한 기억이 남네요. 성은 언니는 정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보컬리스트에요. 결혼 후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타이틀곡 'A.D.H.D' 역시 최근 성인 ADHD를 진단 받은 키디비의 솔직한 외침이 담긴 곡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집중력이 너무 짧아서 스스로 자책하는 일도 많았다. 커서는 일에도 지장이 많이 생기고 인간 관계에도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오랜 시간 자책만 하다가 최근 ADHD 치료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더니 스스로 너무 다그치기만 하고 저를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 더 이상 제 탓을 하지 않고 스스로 잘 한다고 다독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키디비는 앨범 작업을 진행하며 그 어떤 때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저에게 집중한 만큼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 나아가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적인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조금 유연하게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느 날은 짬뽕이 좋고, 또 어느 날은 짜장면이 좋은 날이 있잖아요. 저는 랩도 좋아하고 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심지어 제 노래를 직접 다 만들어서 부르는데 '왜 래퍼가 노래하냐'는 말을 듣는다는 게 너무 슬퍼요. 아직도 편견으로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있는데 이제 안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그저 열심히 음악 만들고 노래 불렀을 때 일반 대중분들이 '음악 잘하네' '키디비답네'라는 평가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성대결절로 보컬리스트로서 꿈을 접었다는 키디비는 래퍼로 데뷔해 뮤지션의 길을 걸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재미를 잃었다고 했다. 그는 "진짜 오랫동안 재미가 없었다. 길을 잃은 느낌이 들었다. 음악을 접고 해외로 떠나볼까라는 고민도 한 적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번 앨범 작업을 통해 새로운 음악적 재미를 느꼈다는 키디비. 그는 "10년 만에 음악이 재밌어졌다. 10년 전에는 제 색깔이 없다는 이유로 음악에 대한 재미를 잃었다. 음악적 색깔을 찾기 위해 스스로 압박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된 사실은 색깔이 없는 것도 저만의 색깔이라는 것이다. 여러 장르를 다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키디비의 음악 색깔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음악에 대한 꿈과 열정을 안고 달려오던 키디비에게 블랙넛과의 법적 공방 과정 또한 정체를 안겼다. 지난 2017년 키디비는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해석하는 가사를 쓴 블랙넛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민형사소송으로 수년간 계속 이어진 공방은 올해 초에야 끝이 났다. 블랙넛은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2500만원 및 지연 이자를 배상하라는 최종 판결 받았다. 

키디비는 "성희롱이 수차례 이뤄졌는데 이를 가볍고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더라. 이런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무게감을 주기 위해서라도 법적 대응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물론 후회도 많이 했다. 그저 웃고 넘겼다면 이미지가 좋아졌겠지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제가 예민하게 굴지 않았다면 성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키디비의 오랜 투쟁 덕분에 힙합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앞세워 성적인 모욕을 하는 등의 성범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분명하게 드러났다. 키디비는 "당시에는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인사를 남겼다. 

또 키디비는 판결 이후로도 블랙넛으로부터 사과 받은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앨범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조금 보탤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그와 연관 검색어로 같이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키디비는 "앨범 준비하면서 음악에 대한 목적과 목표가 더욱 뚜렷해졌다. 한동안 음악이 너무 재미 없어서 이제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도 많이 했다. 다 그만둬야하나 생각도 했다. 다시 목표와 목적을 찾은 만큼 많은 분들에게 좋은 음악 들려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은 실물 CD로 못 만들어서 아쉬워요. 내년에는 더 노력해서 실물 CD로 된 정규 앨범을 만들도록 할게요. 그동안 함께해준 스태프분들과 늘 믿어준 가족, 힘든 시간 도와준 김지윤 변호사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제가 더 열심히 해서 꼭 은혜 갚고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JMG(로칼하이레코즈), 인스타그램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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